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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파뿌리, 버섯 자루받이의 재발견...이것도 음식> 이 기사를 읽으니 예전에 저도 '지렁이를 길러야지' 하고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어느 방송에서 정토회를 소개하면서 지렁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가 먹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렁이를 기르던 어느 집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 당시 음식물 쓰레기 냄새와 구더기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저는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 신청해서 지렁이를 분양받아야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실천은 못했습니다. 어떻게 지렁이를 집에 둘 수 있느냐는 반대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지렁이를 키운다는 데 저 역시도 조금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오이껍질을 깎지 않은 채, 굵은 소금을 꺼내서 박박 힘들여 문지른 다음, 오이를 씻어 껍질째 먹었습니다. 사실, 껍질을 벗겨 내고 먹는 게 더 간편하지만 이것도 다 먹는 것인데, 생각하며 오랜만에 껍질째 그대로 샐러드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감자나 참외를 껍질째 먹을 내공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음식을 만들면서는 저 역시 음식쓰레기를 만들어내지만, 어렸을 적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자라서인지 저는 웬만해서는 음식을 남기지 않습니다. 아니,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남길 수가 없습니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는 밥상에 떨어진 밥풀 하나도 다시 주어서 드셨습니다. 벌써 20년도 훌쩍 넘은 옛날이었으니 먹을거리가 넉넉지 않았던 그 시절 할아버지한테는 그 밥풀 하나도 무척이나 소중했을 것입니다. 아마 지금 직장인들이 점심때에 밥 남기는 걸 보면 기겁을 하실지도 모릅니다.

할머니는 그 옛날에 시장에서 버려진 배추 잎을 가지고 와서 국을 끓이곤 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지금 식당에서 버려지는 반찬들을 보면, 땅을 치고 한탄을 하실 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먹을 것이 넘쳐 나면, 이렇게 귀한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그대로 버리느냐고. 

사실, 식당에서 주문해서 먹는 밥은 어쩔 수가 없을 것입니다.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양만큼 정확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먹고 싶은 반찬만 나오는 것도 아니니, 식당에서 음식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을 테죠.

그런데, 이해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게 있습니다. 바로 뷔페에서 음식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내가 먹을 수 있는 양만큼만 먹을 수 있는데도 왜 그렇게 많은 음식이 남기는 지 말입니다.

뷔페에서 보면, 마치 남기는 게 미덕인 듯 보입니다. 달콤한 빵 한 조각이, 상큼한 샐러드가, 케이크가, 스파게티가 자신들이 계산하기 위해 자리를 뜨자마자 바로 쓰레기 신세가 되어 버린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다 먹지도 못할 것을 왜 그렇게 많이 가져와서는 남기고 가는 것일까요, 또 그냥 하나씩 집어먹으면 될 과일을 왜 꼭 한두 조각씩 남기고 가는 것일까요.

예전에 뷔페가 익숙하지 않았을 적엔, 집에서 비닐봉지를 가지고 와서 싸가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도 아니고, 아주 쉽게 뷔페를 접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음식에 욕심을 내어서 쓰레기로 만드는 걸까요. 못 먹고사는 사람들도 아닌 먹고 싶은 만큼 충분히 먹고 사는 젊은이들이 무엇에 그렇게 욕심이 나서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담아 오는 걸까요. 남는다고 해서 싸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대체 얼마나 많은 음식을 남기고 가는지 사진으로 찍어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진은 어느 샐러드 뷔페에서 2시간 동안 찍은 것이고 손님이 자리를 뜨고 종업원이 치우러 오기 전에 찍은 것입니다.

남겨진 음식
 남겨진 음식
ⓒ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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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먹기 전 음식인지, 다 먹고 난 음식인지 구별이 잘 되십니까. 자그마치 한 끼를 더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고스란히 남겼습니다. 대체 얼마만큼을 먹고, 한 끼 분량을 고스란히 남겨 놓은 것일까요. 저기 손도 안 댄 빵이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가겠지요.

남겨진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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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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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않은 과일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습니다.

남겨진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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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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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하나씩, 오렌지도 하나씩, 두 사람이 그렇게 나눠 먹으면 접시를 비울 수 있는데도, 꼭 이렇게 한두 개쯤 남깁니다. 마치 남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듯이 말입니다.

남겨진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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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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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한 사람이 하나씩 더 먹으면 될 것을 남겨둡니다.

남겨진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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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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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완전히 두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을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저 치즈케익도 고스란히 버려지겠죠.

남겨진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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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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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생일이었나 봅니다. 아무도 먹지 않은 케이크 한 조각이 처참히 쓰려져 있습니다. 맛있고 달콤한 케이크에서 곧바로 음식쓰레기가 되는 순간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음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모두 남기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그냥 한두 개 집어먹으면 접시를 비울 수 있는데도 남길 이유가 있나요. 아니면, 접시를 깨끗이 비우면 누가 야단이라도 치나요.

세계 어느 나라에선 먹을 것이 없어서 진흙으로 쿠키를 만들어 먹는다고 하고, 식량 위기라고 방송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그래도 여전히 이 나라는 남기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이 더 넓게 퍼져 있는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 올립니다.



태그:#음식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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