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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정부가 국책연구기관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하자 "부당한 처사"라며 반발했던 이종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이 결국 지난 11일, 물러났다.

 

이 원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정부 관계자로부터 전방위 사퇴 압력을 받아오자 고심 끝에 지난 9일 사표를 제출했으며 연구원을 관할하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하루만인 10일 사표를 수리했다.

 

대안교육 분야의 몇 안 되는 전문가로 인정받는 이종태 원장은 지난해 8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제41차 이사회에서 임기 3년(2010년 8월)의 제8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차관급)으로 승인을 받고 같은해 9월 4일 연구원장(차관급)으로 취임했다.

 

"권력은 이미 '공권력' 아니라 '사적 권력'일 뿐이다"

 

이 원장은 15일 저녁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당한 사퇴요구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겠다고 마음 먹었었지만 표적감사와 구조조정마저 시작돼 나 때문에 아무 죄없는 연구원들이 피해를 받을까 걱정돼 사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당한 처사에 굴하지 않겠다고 언론에 공언까지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사퇴하게 됐다"며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승복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기관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도입된 기관장 임기제를 무너뜨린 이번 처사는 국가 장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총리실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관계자들이 정부의 국책연구기관 구조조정 계획을 언급하면서 구조조정이 되면 한국청소년연구원은 다른 기관에 통폐합돼 없어질 수 있음을 말했다고. 결국 괘씸죄 대상으로 피해가 불보듯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 원장은 사퇴압력을 받고 정부와의 싸움을 시작하면서 "연구원과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예상될 경우 언제든지 자리를 물러나겠다"고 연구원 직원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장 일괄사표 요구에 대해 이 원장은 지난 5월 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표를 제출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정부의 사표 강요에 반발하며 "내가 보호받아야 될 권리·법·원칙을 무시하는 행위가 있으면 그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적절한 법적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사퇴 종용을 거부하고 나서자 심재철(한나라당, 안양동안을) 의원이 이 원장을 맹비난했고, 이것이 보도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안양 국회의원이 안양출신 국책기관장을 사퇴시키라는 태도에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심재철 의원은 지난 5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원장이 교육학박사라고 하는데 사실 지난 2002년 6·4 지방선거 당시 새천년민주당 안양시장 후보로 출마했었던 정치인이지, 학자가 아니며, 중립성 운운하면서 자리보전하겠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지역 국회의원 사퇴 압박에 선봉... "당분간 푹 쉬려한다"

 

대안교육 체제 고민하는 교육학자 이종태

이종태 박사는 안양초, 안양중, 경기고, 서울대 미생물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기획조정팀장으로 근무하는 등 연구원으로서 교육개혁 모델을 입안하는 등의 교육학자로서 국내에 몇 안되는 대안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80년대 부터 민주화운동과 지역 시민단체, 교육개혁 활동에도 앞장서 안양기독청년연합회 회장, 안양독서회 회장, 안양YMCA 이사,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 이우학교 이사, 한국교육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을뿐 아니라 현재도 안양 참여와자치연구소 이사, 안양교육마을 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정계쪽으로 잠시 외도(?)길에 나서 2002년 6.4 지방선거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안양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16대 대선 당시에는 노무현 후보의 국민참여운동본부 경기중부지역 상임공동본부장과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상근 자문위원을 지냈다.

 

이후 교육연구로 복귀하여 2005년 (사)한국교육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다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 2기 상임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한국교육개발원(KEDI) 혁신담당관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 9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에 취임했다.

심 의원은 또 "이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아 취임했는데 물러날 때가 됐는데도 임기보장을 이유로 안 물러나는 것은 자리보전에 급급한 추한 모습"이라 비난했다.

 

교육학자인 이종태 박사는 지난 2002년 안양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지난 대선당시 노무현후보 정책자문교수단 교육팀장, 노대통령 당선후 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상근자문위원을 맡는 등 잠시 외도(?)한 사실이 있음을 최대한 이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이종태 원장은 "한번 정치권에 들어왔다고 해서 모든 행위를 정치적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것이며 나 자신은 평생을 교육연구에 몰두해 온 사람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이와관련 지역신문인 <안양시민신문>은 '안양 국회의원이! '안양사람' 공격 왜?' 제목의 기사에서 "지역사회에서는 '정치논리에 따라 지역정서 등이 무시돼 씁쓸하다'는 반응과 함께 '10년이 넘게 지역에서 활동한 국회의원이 지역출신 인사를 꼭 직접 공격했어야만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직을 결심하면서 앞으로 해야겠다는 일을 막연하게는 정했습니다. 그것은 짧게 잡아 지난 10여년 여러 모로 탐색하고 시도했던 새로운 교육, 현재의 국가주도 공교육에 대한 진정한 대안적 교육체제를 제 사고 수준에서나마 구체화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야인으로 돌아온 이 원장은 "당분간은 푹 쉬려 한다, 버스를 타거나 길게 걸어서 가 보고 싶은 곳도 가고 때론 고즈넉한 산사에 들러 풍경소리와 스님의 법문에 취해보고 싶기도 하다"며 "피폐해진 영혼을 보듬어 안는 작업이 우선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향후 계획은 섰는지요?' 질문에 이 원장은 "잠시나마 접한 청소년 정책 분야는 학교교육체제-대안교육 대립구조의 불완전성을 보완할 수 있는 상상력을 주었다"고 말했다.


태그:#이종태, #교육,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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