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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벌 초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 천성산 화엄벌 초원길을 걷다 화엄벌 초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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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천성산 제2봉 정상

천성산은 일명 제2의 금강산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천성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내원사는 1천 3백여 년 전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가 창건한 절로 내원사와 내원사 소속 절엔 비구니(여승)들만 있는 곳으로 또한 유명하다. 천성산을 가기 위해 내원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10:10) 내원사 있는 쪽으로 향하는데 계속 옆구리를 간질이며 이야기를 걸어오는 계곡 물소리와 상쾌한 바람에 마음은 절로 유쾌해진다. 장장 6킬로미터에 달하는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걷는다. 물소리 깊고 환하다.

내원사 담벼락에 핀 붉은 장미~
▲ 천성산 화엄벌 초원길 따라 걷다 내원사 담벼락에 핀 붉은 장미~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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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에서 약수 물을 마시고 잠시 툇마루에 앉아 내원사로 발걸음 한 사람들을 보기도 하고 안을 둘러보기도 한다. 민둥산처럼 한 올 머리카락 없는 비구니들은 조용하지만 분주한 발걸음으로 마당을 가로질러 가기도 한다. 점심 식사 시간이 다가온 듯 내원사 안 부엌에서는 음식 만드는 냄새가 났다. 사람의 발걸음이 자주 닿는 곳인 듯하다. 이제 내원사를 나와 등산로를 따라 목적지를 향해 간다.

내원사 풍경~
▲ 천성산 화엄벌 초원길 따라 걷다 내원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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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는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길은 넓게 탁 트이고 울울창창한 숲, 시원 상쾌한 계곡 물소리가 환한데다 바람은 앞에서부터 불어와 걸음을 상쾌하게 했다. 오늘 날씨가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라는 정보를 들은 탓에 산행이 더울까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등산길은 어려움이 없다. 숲을 돌고 돌아 계곡 물에 헹구고 나온 바람은 한결 더 시원하다. 가을바람처럼 선선하기까지 했다. 상쾌한 바람과 초록으로 짙게 물든 숲, 따가운 햇살을 가린 숲 그늘, 끝없이 흐르는 물소리마저 환하게 숲 가득히 번졌다.

내원사 계곡....
▲ 천성산 화엄벌 초원길 따라 걷다 내원사 계곡....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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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를 따라 걷다가 바위에 앉아 쉬어간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이렇게 시원하게 걷는 등산길, 이곳에 오길 잘한 것 같다. 얼마 동안 바로 옆에 계곡을 끼고 꽉 막히지 않은 조금은 넓고 숲이 숨을 쉬고 숲 사이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완만한 길을 걷는다. 계곡과 일별하고 가파른 등산로가 이어진다. 계곡 물소리는 점점 등 뒤로 멀어지고 갈수록 길은 이제 급경사 오르막길이다. 11시 50분, 가파른 바위 너덜지대에 밧줄을 잡고 올라간다. 그러다가 계속 더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난코스다. 다행스러운 것은 급경사 길이 바로 앞에 엎드려 있는데도 상쾌한 바람이 앞에서부터 소곤 소곤거려서 힘든 난코스도 힘들지만 쉬운 듯 올라간다. 숲을 도는 바람은 찹찹하고 서늘하다. 고맙기도 하여라. 힘이 들면 가끔 쉬어 올라간다. 산에서 마시는 얼음물은 어떤 간식보다 반갑고 맛있다. 날이 더울수록 시원한 얼음물은 얼마나 맛있는지.

한참동안 가파른 난코스 이어지다가 다시 물소리 들려온다. 저기 저 아래 계곡이 있나보다. 완만해진 등산로를 물소리 들으며 걷는다. 조망바위에 도착(12:25). 탁 트인 전망, 저 아래 깊은 계곡, 물소리 한번 힘차고 맑다. 산 산을 넘어 저 끝에 영축산, 신불산 능성이 드러나 보이고 푸르른 하늘 초록으로 물든 산 빛이 좋다. 바람은 전망이 환하게 트인 이곳에선 큰 숨을 쉰다. 마음껏 나부낀다.

천성산 제1봉과 제2봉 갈림길(12:35), 우린 천성산 제2봉으로 향한다. 이정표엔 이제 900미터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다. 계속 오르막길이다. 두 번째 전망바위(12:40), 멀리까지 조망된다. 다시 바위 위에 앉아 쉬어 간다. 알이 굵은 토마토를 통째로 먹는 즐거움, 토마토 과육은 물기가 많고 산에서 먹는 맛이 좋다. 내내 조용하다가 간헐적으로 산객을 만나기도 한다. 세 번째 조망바위에선 화엄벌이 멀리 보인다. 이곳을 지나자 능선길이다.

천성산 제2봉 정상~
▲ 천성산 화엄벌 초원길 따라 걷다 천성산 제2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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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제2봉 정상 주변 암봉~
▲ 천성산 화엄벌 초원길 따라 걷다 천성산 제2봉 정상 주변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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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양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아주 상쾌하다. 이제 또 정상까지 계속 오르막길이다. 천성산 제2봉에 도착(1:30), 탁 트인 조망, 화엄벌, 천성산 제1봉, 내원사, 멀리 영남 알프스, 멀리 울산시내와 바다, 그리고 덕계, 서창 등 눈을 들어 보는 곳곳에 환히 보인다. 조망이 탁월하다. 바람은 이제 거칠 것 없이 마음껏 분다. 마음껏 바람 길을 풀어 놓는다. 상쾌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차갑게 마음껏 풀어 헤친다. 맑은 하늘을 향해 멀리 멀리 드넓게 펼쳐진 산 산을 향해 멀리 멀리... 마음껏 바람 길을 터놓는다.

단번에 땀은 식고 쨍하고 금이 갈 것 같은 청명한 하늘 아래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흠뻑 젖는다. 우리가 온 길은 내원사 경내를 통과해 왔지만(주차료 경차 2000원, 입장료 2000원) 이곳 정상에는 공룡능선을 용연리에서 산 능선을 타고 오는 길이 있고, 내원사 매표소 아래서부터 오는 방법, 석계 용주사, 석계 마을회관 쪽에서 능선 길을 타고 오는 방법, 대석마을(화엄벌-제 1봉아래에서) 또는 덕계 시장이나 서창에서 올라오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길이 많아서 각기 다른 장소 다른 길로 해서 천성산에 올라온 사람들을 정상에서 만났다. 정상 주변에 서 있다가 사람들은 또 금방 사라진다. 정상 밑 숲에서 점심을 먹는다. 정상 주변 높은 바위 봉우리에 앉아 집에서 만들어 온 김밥과 간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얼마동안 정상 주변을 조망하고 다시 출발한다. 2시 25분이다. 젊은이들을 이곳에서 만난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혹은 여럿이서 올라온 젊은 청년들을 보니 또한 반갑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청년들, 참 보기에 좋다.

천성산 제2봉에서 천성산 제1봉, 그리고 화엄벌까지

이제 천성산 제1봉, 그리고 화엄벌로 향해 걷는다. 천성산 제1봉(구 원효산)은 군부대가 있어 정상까지 갈 수 없다. 멀리서 해바라기 할 뿐이다. 초원을 걷다 보면 정상 표시석 하나 서 있다. 길은 완만하고 숲은 울창하다. 은수고개(2:45)를 지나 천성산 제1봉 가는 길. 완만한 오르막길이 한참 이어지고 드디어 넓은 평원이 드러난다.

고요한 초원길을 바람 따라 걷는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저 멀리 산과 산 아래 마을들이 막힘없이 드러난다. 드넓게 펼쳐진 초원은 가을이면 억새로 은빛 물결을 이룰 것이다. 또 봄이면 철쭉꽃으로 꽃불을 지천으로 놓아 봄 산객들의 발걸음을 모을 것이다. 지금... 지금은 초록 융단을 깔아놓고 있다. 바람 능선이다. 푸른 하늘 높이 펼쳐져 있는 초원...

화엄벌...
▲ 천성산 화엄벌 초원길을 걷다 화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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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제1봉 정산은 군부대가 있어 올라가지 못해 아쉽지만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길에 압도당해 하염없이 걷는다. 화엄벌에 도착, 역시 멀리 넓게 펼쳐진 초원이 압도한다. 넓게 펼쳐진 고요한 초원에 앉아 있다. 천성산 제2봉 정상의 위용과 또 다른 모습이다. 봄에는 철쭉, 가을이면 억새로 물들일 화엄벌의 6월은 초록능선이다. 억새와 철쭉으로 어우러져 있는 넓디 넓은 초원이다. 사람들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고요하다. 이젠 하산한다. 화엄벌을 내려놓고서.

천성산과 화엄벌의 전설

천성산은 시원한 계곡과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는 그 뛰어난 자연경관만큼이나 많은 유적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화엄벌에 대한 전설은 대략 이렇다. 673년(신라 문무왕13)에 원효대사(617~686)가 참선에 들어가 중국대륙을 바라보았는데 당나라 태화사라는 절의 1천 대중이 장마로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묻힐 위기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원효대사는 그것을 보고 판자를 던졌는데 대중들이 공중에 떠있는 이상한 판자를 보고 신기하게 여겨 법당에서 뛰어나왔고, 바로 그 순간 뒷산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판자에는 ‘원효가 판자를 던져 대중을 구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원효가 그들이 머물 곳을 찾아 내원사 부근에 이르렀고 이때 산신이 마중 나와 지금의 산신각 자리에 이르러 사라져 버렸다. 원효는 이 일대에 내원사를 비롯한 89암자를 지어 1천명의 제자를 머물게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천성산 정상 부근에 큰 북을 달아놓고 북을 쳐 산내의 제자들을 불러 모아 설법을 열고 제자들에게 ‘화엄경’을 강론하였다고 한다.

화엄벌...!!!
▲ 천성산 화엄벌 초원길 따라 걷다 화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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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화엄경을 가르친 자리를 화엄벌이라 하며 북을 친 곳을 ‘집북봉’이라고 했다한다. 이후에 원효 밑에서 수도한 1천명의 제자들 모두 성인이 되었다나, 어쨌다나. 때문에 산 이름도 천성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곳 천성산 일대는 내원사를 비롯해 원효가 세웠다는 안적암, 노전암 등 여러 암자가 있다고 한다.

산에서 길을 잃다

봉화대와 용주사 갈림길(4:30)에서 용주사 쪽으로 간다. 용주사로 향해 가는 길에서 내원사로 가는 길이 있다 해서 내려가는데 이정표도 제대로 없고 길은 어디가 어딘지 구분 되지 않아 어림잡아 내려간다. 가면서도 내심 갸우뚱 한다. 산에서 길을 잃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내원사 쪽으로 내려가는 길인 성싶은 좁은 숲길에서 ‘길이 아니니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표시로 막아놓고 있는 것을 발견, 계속 밑으로 나 있는 길로 내려간다.

길 이정표가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어 불안한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점점 숲 그늘은 짙어지는데 어디가 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도 없는 숲길을 걷는 것은 불안하고 걸음은 저절로 빨라진다. 헤매는 길 위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걸음을 빨리해 내려오다가 임도를 만났다. 용주사와 용소마을 회관 갈림길이다. 옆으로 난 용소마을 회관이 내원사와 가까울 것 같아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멀리서 바라 본 천성산 제2봉 정상~
▲ 천성산 화엄벌 초원길 따라 걷다 멀리서 바라 본 천성산 제2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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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아니 가서 왠지 이 길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뒤로 물러 설 수도 없고 길을 모르면서 또 다른 길로 가는 모험도 불가능해 내친 걸음을 재촉해 걸었다. 임도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 함부로 자라난 풀들이 무성했다. 아이 놀래라, 바로 앞에서 노루 한 마리가 산에서 미끄러지듯 뛰어나와 길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마음은 더 급해지고 또 다른 산짐승이 나타날까봐 불안해진다.

정신없이 걷는다. 비탈진 숲길은 우리 두 사람뿐이다. 길이 아닌 것 같은 길을 미끄러지듯 빨리 걸어서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는데도 긴장한 탓인지 발로 헛딛지 않고 기적적으로 우린 빨리 걸었다. 얼굴은 붉게 상기되고 땀은 비 오듯 했다. 어디가 끝인가 마을이나 사람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산길. 마을이 가까이 느껴진다. 그래도 길은 계속된다. 헤매다가 만난 마을은 용주사다.

내리막길의 기도

참내~아까 임도에서 곧장 내려갔다면 용주사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을 텐데 결국은 돌고 돌아서 산길을 헤매다가 겨우 내려온 장소가 용주사다. 어쨌든 산에서 길을 더 이상 잃지 않고 요만큼이라도 내려와서 다행이었다. 길을 잃고 헤매며 얼마나 속으로 길 찾기를 위해 기도했던가. 용주사 앞 도로에서 내원사까지 가려면 한참 거리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 태워 달라고 하기 위해 도로 앞에까지 걸어 나와 손을 흔들었다. 아무도 차를 세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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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성산 화엄벌 초원길 따라 걷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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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버스라도 타기 위해 석계 마을로 들어서려 하다가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차를 향해 손을 들어보았다. 차가 섰다. 목적지가 통도사인데도 감사하게도 내원사 매표소 앞까지 태워주었다. 매표소 앞에서는 저녁 6시가 넘어서 출입통제를 하고 있었다. 차를 내원사 주차장에 두고 왔다고 말하고 매표소를 지나 내원사 주차장까지 걸었다.

걸어 올라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처음엔 차를 타고 주차장까지 가서 거리가 얼마만큼인지 잘 몰랐는데 이렇게 매표소에서 내원사 주차장까지 걸어보니 제법 먼 거리다. 하루 온종일 걸어서 지칠 대로 지친 다리로 걷는 걸음은 말해 무엇 하랴. 처음 등산길에서 화엄벌까지 아주 유쾌한 산행을 했건만 하산 길에 길을 잃어 얼마나 긴장하고 놀랐던지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듯했다. 내원사 주차장에 겨우 도착하고 보니 저녁 6시 50분이었다. 모험 가득한 하루였다.

내리막길의 기도

       박목월

오르막길이 숨차듯 내리막길도 힘에 겹다.
오르막길의 기도를 들어주시듯
내리막길의 기도도 들어주소서.

열매를 따낸 비탈진 사과밭을
내려오며 되돌아보는
하늘의 푸르름을 뉘우치치 말게 하옵소서.

마음의 심지에 물린 불빛이
아무리 침침하여도
그것으로 초 밤길을 밝히게 하옵시고
오늘은 오늘로써 충만한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어질게 하옵소서.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육신의 눈이 어두워질수록 안으로 환하게 눈뜨게 하옵소서.

성신이 제 마음 속에 역사하게 하옵소서.
하순의 겨울도 기우는 날씨가 아무리 설레이어도 항상 평온하게 하옵소서.

내리막길이 힘에 겨울수록 한 자욱마다 전력을
다하는 그것이 되게 하옵소서. 빌수록 차게 하옵소서.'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진행: 내원사 주차장(10:10)-내원사(10:30)-계곡과 갈라지고 가파른 등산로(11:50)-조망바위(12:25)-천성산 제1봉.제2봉 갈림길(12:35)-두번째 전망바위(12:40)-3번째 전망바위-천성산 제2봉 정상(1:30)-점심식사 후 출발(2:25)-은수고개(2:45)-화엄늪(3:55)-봉화대.용주사 갈림길(4:30)-임도(4:40)-용주사(5:50)-내원사주차장(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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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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