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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병렬 열사 영결식이 열린 6월 14일 제주시내는 하루 종일 이명박 정권 심판을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 오후 4시 10분 제주시 관덕정에서 열린 농민대회를 시작으로, 5시에는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35개 단체가 참여한 비상시국대회가 열렸고, 이어 7시 30분경 이후 이병렬 열사 추모제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고 이병렬 열사의 죽음을 슬퍼하는 까닭일까? 하루 종일 제주도에 비가 멎지를 않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비옷을 입은 채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명박 정부가 제주4·3위원회를 폐지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등 정부의 정책에 편승해 '국제학교', '영리병원' 등을 골자로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도정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이 도민사회의 저항을 받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인 강기갑 의원은 이날 농민대회에서 연설을 한 뒤 종일 시민들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농업인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제주농민대회는 이날 오후 4시 10분 부터 제주시 관덕정 앞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농민들은 "정부의 그릇된 농정으로 농민들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있는데,  이병박 대통령은 그것도 모자라 농업시장을 끊임없이 개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인도 꺼리는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해 축산 산업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데, 쇠고기 파동의 근본문제는 한미FTA를 서둘러 강행하려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민대회에 연설에 나선 강기갑 의원은 "국민 80%가 재협상을 요구하서 나선 것은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라는 것인데 이것도 못하냐"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리고 "쇠고기 협상문이 아직 관보에 게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재협상을 요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미국은 페루와 FTA협상을 비준까지 받은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재협상 요구로 인해 재협상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농민대회에 참여한 농민들은 곧바로 시국대회가 열릴 제주시청 정문 앞으로 걸어서 행진했다. 농민들은 행진도중 '고시철회, 협상무효', '한미FTA, 결사반대'를 외쳤다.

 

오후 5시에 제주시청 정문에서는 제주도내 노동자, 농민, 시민운동, 종교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35개 단체의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비상시국대회가 열렸다. 약하게 내리던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이 거세졌지만 참여한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작년 해군과 김태환 도지사가 해군기지 예정지로 발표해 강한 저항을 펼쳐 온 강정마을 주민들도 비상시국대회장에 참석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 5월 촛불의 도화선이 되었던 KBS 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제작했던 이강택 PD도 참가해 방송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강택 PD는 연설에서 "1년 반 동안 방송에서 잘려 딴 데 있다가 최근에야 프로그램을 만 들 수 있었다"며 "결국 진실이 이기고 질긴 놈이 이긴다"고 말해 관중들이 환호성을 받았다.

 

35개 사회단체가 참여한 시국대회인 만큼 집회는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거센 바람으로 인해 연설문조차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각 계층의 요구를 담아 7개의 의제를 담은 선언문이 발표됐다.

 

 

 

 

이날 비상시국대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은 ①4.3위원회 폐지시도 즉각 철회하고 올바른 4.3진상규명 ②쇠고기 전면 재협상 실시와 한미FTA-농업말살정책 즉각 중단 ③국민건강 위협하는 영리병원-의료민영화 추진 중단 ④국민기본생존권 위협하는 공공부문 민영화-사유화 정책 즉각 중단 ⑤영리학교-교육시장 정책 철회 ⑥국민생명과 생태계 위협하는 환경규제 완화조치와 대운하 계획 철회 ⑦아시아 평화 위협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계획 철회 등을 요구했다.

 

 

 

궂은 날씨로 시국대회가 예상보다 시간을 초과해 고 이병렬 열사 추모제는 예정보다 다소 늦어진 7시 30분경에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시작됐다.

 

추모제는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제주협의회와 광우병제주도민대책위원회, 민족민주열사추모연대회의 등이 공동으로 주관하였다.

 

공공서비스노조 고한정 조직국장의 경과보고에 이어 추모시와 추모사 낭독이 됐다. 추모사에는 "열사가 남긴 굴욕적 한미쇠고기 협상 반대, 이명박 규탄의 메아리는 이제 민주주의 수호, 검역주권 수호, 공기업·의료 민영화 반대, 굴욕적 대미관계 반대 등의 뜻이 국민의 함성으로 승화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시민 대표자들이 고인의 영정에 국화를 헌화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이어 저녁 8시 10분 부터 이명박탄핵연대 제주모임이 주최한 ‘광우병 쇠고기 전면 재협상 촉구 및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한 촛불문화제’가 제주시청어울림광장에서 개최됐다.

 

오후부터 진행된 제주농민대회와 제주도민비상시국대회, 고 이병렬 열사의 추모 열기는 촛불문화제에서 한데 모아졌다.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하여 많은 시민들이 촛불문화제 자리를 지켰다.

 

이 자리에서 연설에 나선 강기갑 의원은 "실천하는 양심, 촛불이 바로 민심"이라며 "성난 촛불은 될 때까지 타오를 것이다"라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대한민국 주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당장 재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래패 ‘청춘’의 공연이 장내의 흥을 더했다.

 

국민들을 까맣게 잊고

미국에 손바닥 비비며 할 말은 다했다고

폭력경찰 앞세우네.

국민 없는 거짓말 협상

미국에 다 퍼주고 민족자존 내다파는

FTA반대!

 

‘청춘’이 직접 만들었다는 이 노래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인기곡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남학생의 발언은 시민들로부터 높은 갈채를 받기도 했다.

 

"촛불은 들고 있으면 뜨겁기도 하고 타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 열정이 뜨겁고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가끔 촛불이 꺼지면 옆에 서있는 사람이 다시 불을 붙여주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서 이 불을 끄지 말고 끝까지 가야할 것입니다.

 

여기에 세 가지 촛불이 있습니다. 하나는 시민들이 들고 있는 촛불인데 이는 저항의 촛불이고, 영정에 분향하는 촛불이 있는데 이는 추모의 촛불이며, 우리 가슴속에 또 다른 촛불이 있는데 이는 희망의 촛불입니다. 모두 희망의 촛불을 끄지 말고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느새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해버린 어린 학생들은 어른들이 희망을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것일까?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거리로 나갔다. 시청에서 출발한 행렬은 ‘고시철회, 협상무효’,‘영리학교, 결사반대’, ‘해군기지, 결사반대’를 외치며 광양사거리를 거쳐 남문로터리를 경유해 다시 시청으로 돌아왔다.


태그:#추모제, #촛불문화제, #비상시국대회, #농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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