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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자정이 가까운 시각,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부터 중앙 차선에 놓여 있는 촛불을 따라 걷다가 종각 네거리에 이르자, 풍물 소리에 맞춰 할아버지와 아가씨 등이 함께 어울려 흐드러지게 돌아가는 춤판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 네거리 귀퉁이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만화가 이희재 화백(56)이었다. 그가 붓펜을 움직일 때마다 그 끝에서 '촛불'과 함께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오롯이 살아났다. 펼쳐 보인 한지 화첩에는 이미 여러 장의 촛불 그림이 담겨 있었다. 그는 지난 6일에도 촛불 현장을 찾아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다. 

 

"나오지 못할 때도 <오마이뉴스> 생중계나 사진으로 촛불집회를 계속 지켜봤다. 하지만 아무래도 현장에서 함께할 때 현장의 생동감을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고, 살아 숨 쉬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

 

10일 촛불 현장에는 그뿐만 아니라 박재동 화백 등 우리만화연대(대표 이동수) 소속 만화가 100여명이 참여했다. 우리만화연대 회원들은 청계광장에서 촛불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다. 그는 "만화도 사회와 함께 호흡할 때 힘을 얻고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만화가 데뷔 27년을 맞는 이희재 화백.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악동이> <간판스타> <저 하늘에 슬픔이> 등 걸작들을 통해 한국만화계에서 리얼리즘 작가로서 한 봉우리를 이뤘다. 박재동 화백은 그런 그에게 "우리 삶의 겉자락 속에 감춰진 참모습을 들춰주는, 부유하는 의식을 있어야 할 자리에 갖다놓는 바로 그 작품에 붙여지는 가장 영예로운 이름을 리얼리즘이라 정의한다면 그 정의에 가장 어울리는 작가"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요즘 한 달에 한 번은 꼭 화구를 챙겨 화실을 나선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만나 크로키를 한다는 뜻에서 '달토끼'라 이름 지은 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지금 이곳'의 여러 풍경을 직접 보고 느끼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오는 7월 11일부터 26일까지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서울을 그리다'는 제목으로 달토끼 회원 그림전도 연다. 촛불 그림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아래 이희재 화백의 촛불 작품 11점을 올린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그저 보고 느끼시라. 흔쾌히 <오마이뉴스> 게재를 허락해준 이 화백께 감사드린다.

 


#촛불#이희재#만화#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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