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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한미 쇠고기 재협상'은 정부 주장처럼 절대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실현가능한 현실적 대안일까. 그 답은 '쇠고기에 관한 한미 협의 합의요록(Agreed Minutes of the Korea - United States Consultation on Beef)'에 들어있다.

 

"한미 쇠고기 논의는 '양해각서'에 불과...파기해도 법적 쟁송 소인 안돼"

 

<오마이뉴스>는 국민과 독자들의 판단과 이해를 돕기 위해 '쇠고기에 관한 한미 협의 합의요록(이하 합의요록)'을 공개한다. 

 

이 합의요록은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해서 한미 간 협의한 내용을 담은 일종의 '합의된 회의록'이다. 합의요록은 모두 5쪽으로 작성되었으며 양국 협상대표였던 민동석 차관보와 엘렌 텁스트라 차관보가 서명했다.

 

 

이 합의요록의 주요 내용은 ▲한국에 도착해 있는 미국산 뼈 없는 쇠고기에 대한 검역 관련사항 ▲미국 측의 강화 사료금지조치에 대한 양국 합의사항 ▲한국의 미국 수출작업장 점검 사항 ▲수입위생조건 이행에 관한 일정 등이다.

 

우선 이 합의요록은  한미 간의 쇠고기 논의가 '조약(treaty)'도 아니고, '협약(convention)', '협정(agreement)'도 아닌 가축위생에 조건규정에 관한 '협의(consultation)'라고 표현하고 있다.

 

'협의'라고 규정한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일부 교수가 "한미 쇠고기 협상이 조약에 준하기 때문에 파기했을 때는 (무역)보복이 따른다"는 주장에 근본적 의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 보스턴 유니버시티 로스쿨에 재학중인 최재원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법률상 조약이면 조약이고, 양해각서면 양해각서지 조약에 준하거나 정식 조약이 아닌 협정이란 없다"고 못박았다.

 

최씨는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한미 협의 문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will' 등을 사용했기 때문에, 농림수산부가 합의를 어기더라도 미국이 한국과 미국 법원, 그리고 WTO에 제소할 수 있는 법적인 쟁송의 소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의 한 전문가도 "이번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한미 간 행정부를 대표해 양국의 협상대표가 서명한 '양해각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양해각서는 국제법의 대상이 아니며 상대방 측에 통고할 사항일 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사실 '쇠고기 재협상'이란 말은 맞지 않고 '추가협의' 혹은 '재협의'가 정확한 표기"라고 밝혔다.

 

"재협의 근거는 바로 합의요록에 있는 '일반 국민의 의견 수렴' 대목"

 

합의요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수입위생조건 이행에 관한 일정'이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이 대목이 한국이 그나마 쇠고기 협의에서 유일하게 잘한 부분이고, 미국이 가장 실수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은 농림수산식품부가 본 위생조건에 포함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008년 4월 22일까지는 공고할 것이라고 하였다. 한국 행정절차법에 따라 의견수렴 기간이 종료(공고 후 20일)된 후 조속히 확정된 규정으로서 공포된다."

 

 

국민들 의견을 수렴해서, 그것도 '한국 행정절차법에 따라', 조약도 아닌 '규정'을 공포하겠다고 정부 스스로 미국과 협의한 것이다.

 

이는 "한미 쇠고기 협의가 국내법의 하위에 있는 양해각서일 뿐임을 정부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앞서 전문가는 지적했다. 따라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재협상 문제는 "협상할 일도 아닌 재협의 통보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재협의 근거는 바로 합의요록에 있는 '일반 국민의 의견 수렴'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도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합의요록에도 있는데 그 국민의 80% 이상이 재협의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라며 "우리 정부가 이를 근거로 '우리 국민 의견 대다수가 반대한다'고 미국에 통보하면 되레 미국이 '추가협의하자'고 사정할 일"이라고 정부의 대응을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누구보다도 쇠고기 문제가 한미 간 통상문제가 아닌 검역문제임을 잘 알고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의 보복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양해각서일 뿐인 한미 쇠고기 협의에 대해 미국이 무역보복을 한다면 그것이말로 WTO 제소감"이라고 되받았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동안 한미간 쇠고기 협의가 협정인지, 조약인지, 양해각서인지 구분조차 서로 통일하지 않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미국과 추가협상(논의)를 하겠다"고 밝혀왔다. 그것도 성난 촛불에 떠밀리다 못해 꺼낸 얘기들이다.

 

13일 오전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김 본부장이 '쇠고기에 관한 한미 협의 합의요록'을 다시 한 번 정독하기를 권한다.     


태그:#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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