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관객은 아니었지만 깐느 영화제를 통해 국민영화에 오른 <올드보이>는 몰아주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금기와 폭력을 다룬 강도높은 영화였지만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고 문화부 장관 앞에서 훈장까지 받았다. 천만관객은 아니었지만 깐느 영화제를 통해 국민영화에 오른 <올드보이>는 몰아주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금기와 폭력을 다룬 강도높은 영화였지만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고 문화부 장관 앞에서 훈장까지 받았다.

할리우드에서 제작이 잠정중단된 <올드보이> ⓒ 쇼이스트

최근 한국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마이 새시 걸>의 예고편이 공개되고 한국 배우 정지훈이 조연을 맡은 <스피드 레이서>가 개봉하면서 할리우드가 리메이크 판권을 사간 한국 영화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다시 뜨거워졌다. 제작이 취소되거나 개봉 후 흥행에 실패한 영화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순항 중이었다.

 

못 보게 된 '할리우드 판' <올드보이>, 뜨뜻미지근했던 <시월애>

 

제작이 잠정 취소된 작품 중 가장 아쉬운 영화는 <올드보이>. <베터 럭 투모로우>의 파비안 마르케즈로 감독을 확정한 후 촬영 준비 단계까지 진행되었으나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하면서 제작이 잠정 취소됐다. 조승희씨가 범행 전 NBC 방송국에 보낸 동영상이 <올드보이>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미국 언론이 이 사실을 수 차례 보도하면서 촬영도 하기 전에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한 것이다. 이로서 박찬욱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함께 화제가 되었던 <올드보이>의 리메이크는 사실상 보기 어렵게 됐다.

 

영화 <시월애>를 리메이크한 <레이크 하우스>는 2006년 6월 개봉했으나 흥행에 실패한 경우다.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각각 원작의 이정재와 전지현의 역할을 맡아 영화 <스피드>의 커플이 다시 만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결과는 최고 성적 박스 오피스 4위에 전미 수입 5200만 달러. 결코 적은 수익은 아니지만 흥행 성공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할리우드에서 다시 만들어진 첫 한국 영화로서 아쉬움이 컸다.

 

촬영 완료하고 개봉을 기다리는 <거울 속으로><중독><장화·홍련>

 

그러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들에 희망을 걸어 볼 만하다. 영화 <거울 속으로>의 리메이크작 <미러>와 <중독>의 리메이크 <포제션>,<장화·홍련>의 리메이크작 <언인바이티드>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미러>는 올해 8월, <포제션>은 10월 개봉한다. <장화·홍련>은 내년 1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최근 예고편과 스틸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작 <마이 새시 걸>은 촬영이 종료되었지만 개봉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 영화 ‘장화, 홍련’ (左) 과 리메이크작 ‘언인바이티드’ (右)

한국 영화 ‘장화, 홍련’ (左) 과 리메이크작 ‘언인바이티드’ (右) ⓒ 강동희

 

리메이크 추진 중인 <친절한 금자씨>와 <공동경비구역 JSA>

 

판권을 일찌감치 사 놓은 뒤 이제 막 제작을 시작한 영화들도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제작이 좌절되었지만, 그가 감독했던 다른 영화들은 제작이 순항을 타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는 2010년 개봉을 목표로 워너브라더스가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작품. 감독과 정확한 크랭크 인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여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토 분단이라는 한국적 상황을 잘 묘사해 당시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이하 JSA)는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배경으로 할리우드에서 다시 제작된다.

 

할리우드 1급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프란조니의 감독 데뷔작이 될 예정으로 <조인트 시큐리티 아메리카>라는 제목을 달고 시나리오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석권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배우 하비에르 바뎀이 송강호가 맡았던 '오경필' 역할을 연기할 예정이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한국 영화 높아진 위상 반영

 

이처럼 제작이 활발히 추진 중이거나 개봉만을 앞두고 있는 한국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 많아진 것에 대해 <시월애>의 원작을 감독한 중앙대학교 영화학과의 이현승 교수는 "한국 영화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메이크 원작들 대부분이 해외 수상작이거나 아시아권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록을 가진 작품들이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이어 "리메이크된 한국 영화들은 한국 관객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원작을 감상한 한국 관객들에게 할리우드의 자본으로 다시 만들어진 작품들은 비교하며 보는 쏠쏠한 재미를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좋은 영화를 제작한 대한민국에 좋은 선물이 될 리메이크 한국 영화들, 계약에 따라 흥행할 경우 인센티브를 받을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우리의 문화적 자긍심이 아닐까 싶다. 할리우드로 넘어간 한국 영화들의 좋은 성적표를 기대해 본다.

2008.06.12 21:30 ⓒ 2008 OhmyNews
헐리우드 리메이크 한국 원작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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