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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의 달 6월에 서울과 충북 청주지역 초중고 교사와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달 들어 청주지역 10만부 등 수십만 부의 만화책이 일제히 이들 학교에 뿌려졌기 때문이다.

 

64쪽 분량으로 된 이 책(2007년 10월 22일 발행)의 제목은 '6·25 전쟁 바로 알리기.' 만든 곳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며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의 인사말이 첫 장에 나와 있다.

 

지난해 말 발행된 이 책은 올해 초부터 재향군인회 관련자 모교 등에 간헐적으로 배포됐지만, 올해 6·25 전쟁기념일을 맞아 집중 배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재향군인회 관계자는 "최근 중앙회에서 10만부를 보내줘, 우리 지역 초중고 학생수에 맞춰 일괄 배포했다"고 말했다.

 

"간나새끼 죽어라!"... 어린이책에 욕설 난무

 

내용을 펼쳐본 일부 교사들은 "이 죽일 놈을 처형하라" "이 간나새끼 죽어라!"란 글귀를 보고 무척 놀랐다는 전언이다.

 

욕설이 난무할 정도로 어린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은 내용이 들어있는 탓이다.

 

이 책의 문제점은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교과서와 다르다는 것이다.

 

1905년 을사조약에 고종이 서명을 거부했다는 게 정설인데도 이 책은 "굴욕적으로 조인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적어 놨다. 을사조약이 국왕의 서명이 들어간 '합법조약'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다음 대목은 정부 정책과도 상반된다. 정부는 제주 4·3사건에 대해 명예회복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북한 인민해방군이 저지른 대표적인 사건을 이야기해보자면…(중략)…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인민해방군이 관공서와 경찰지서를 습격한 사건이 벌어졌단다."

 

교사들에 대한 비방 수준도 선을 넘었다. 이 책은 첫 부분에서 "6·25 전쟁은 대한민국이 북쪽으로 쳐들어가서 일어난 전쟁"이라고 가르친 초등교사들이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한편 맥아더 장군과 미군에 대해서는 찬양을 넘어 우상화로 치닫고 있다.

 

"용감하다 미군! 나쁜 놈들 이제 망했네."(9쪽)

"와! 맥아더 장군이 우리나라를 구해준 은인이구나."

"그러게 말이야! 영웅이야!"(27쪽)

 

재향군인회 "교육부와 협의해서 내용 고친 것"

 

이에 대해 김상열 전교조 충북지부장은 12일 "일부 교장들은 6·15공동수업을 막는 대신 이 황당한 만화책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라고 지시하고 있다"라면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학생과 교사들이 냉전시대의 만화책을 봐야하는 참으로 딱한 사정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청주시재향군인회 사무국장은 "중앙회 협조로 청주지역 학교에 10만 부를 보내긴 했지만 강제 배포를 하라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이 단체 중앙회 관계자도 "지난 해 교육부와 협의해서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국 사업으로 만화책 배포를 진행하고 있으니 이해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18일 전화를 걸어와 "지난 해 교과부 사전 검토를 거쳤다는 재향군인회 관계자의 발언은 관련 부서에 알아본 결과 그런 사실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재향군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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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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