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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KBS의 이름'으로 감사원의 특별감사 등을 공식 성명을 통해 정면으로 문제삼고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노골화되고 있는 KBS 장악 기도에 대해 KBS가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정부여당의 노골적인 장악 시도에 정면 대응 선언

 

KBS는 이명박 정부 들어 정연주 사장의 거취 문제에 대한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공공연한 언급이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국민감사청구, 감사원의 전격적인 감사 착수 결정 등에 대해서 그동안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언급은 피해왔다. 감사원의 감사 결정 등에 대한 이의신청을 통해 우회적으로 이에 대한 KBS의 입장을 개진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행정적이고, 법적인 대응조치의 성격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KBS는 그러나 11일 성명 발표를 통해 이명박 정부 들어 진행돼온 KBS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나섰다.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공공연하게 요구해온 정부 여당 관계자의 발언은 물론 KBS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정치적 의도를 갖는 표적감사'라고 규정하고 나섬으로써 앞으로 이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KBS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정면 대응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최근 촛불시위에 따른 전반적인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감안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정부 여당의 KBS 장악 시도가 버티는 방식으로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방송 장악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정신적 멘토인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해 방송장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 1차 표적은 KBS였으며 당장의 목표는 정연주 사장의 축출이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KBS 이사회를 통한 정연주 사장 퇴진 방안을 추진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선임된 이사들에 대한 온갖 회유와 압박도 병행됐다. 일부 이사들은 이 과정에서 정연주 사장 퇴진에 동의하는 쪽으로 자신의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오랫동안 개인적인 인연을 맺고 있던 김금수 전 KBS 이사장에게 두 차례나 KBS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키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김금수 전 이사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KBS 외주업체 세무조사가 직접적 계기된 듯

 

KBS는 이때까지만 해도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우익단체의 국민감사 청원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이고, 국세청이 KBS를 주거래처로 하고 있는 프로덕션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자 공식적인 대응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과 국세청을 동원한 전형적인 '표적조사'이자, 그 수순이 비공식적 대응으로는 감내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특별감사도 그렇지만 KBS 주요 외주업체들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가 이런 판단의 배경이 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KBS 교양물 외주제작업체인 L사와 H사, 그리고 드라마 외주제작업체인 K사와 T사 등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가 일반적인 조사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들 외주제작업체들이나 KBS는 '비리 캐기를 통한 KBS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태우정권은 1990년 예능PD들의 제작 비리 사건을 빌미로 KBS 이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선출된 서영훈 사장을 퇴진시킨 적도 있었다.

 

어쨌든 KBS는 정부의 이런 전방위적 압박에 대해 공식적인 정면 대응을 선언해 앞으로 이명박정부와 KBS가 정면 충돌하는 사태도 예견된다. KBS는 이런 입장을 공식 성명으로 발표한 만큼 이를 뉴스 시간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직접 알리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감사원의 감사 착수 경위 등에 대한 보도는 물론 외주제작업체들에 대한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도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KBS에 대한 정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보고'함으로써 정권의 KBS 장악 시도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KBS노조 문제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그리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자격 문제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KBS 장악 시도가 KBS의 공개적이고 전면적인 반발을 초래한 셈이다.

 

그 결과에 따라 당장에는 KBS 등을 권력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및 공영방송 재편 시나리오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KBS가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공영방송체제의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방송계는 물론 정치권에 첨예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태그:#KBS 특별감사, #정연주,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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