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햇볕 정책 공감했다."

 

10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발표 8주년 기념,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주최 초청 특별강연에서 김동훈 기자협회 부회장의 "교착 상태에 있는 이명박 정부의 6·15공동선언, 10·4선언 이행 여부" 질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같이 답변했다.

 

김 부회장의 질문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에서 6·15선언과 10·4선언 이행 여부가 비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불과 몇 개월 전 이곳을 찾아와 햇볕정책을 설명하자 공감했다. 그는 경제인 출신으로 실용적인 분으로 알고 있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전진이 안 된다는 것도 이 대통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 방문 때 교민 초청 연설에서도 이 대통령이 햇볕정책이란 말만 안 했지 비슷한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통일부 쪽에서도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두고 언제 안 지킨다고 했냐'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인했고 최고 당직자간 협정이다. 남도 북도 이행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전직 정권이 합의한 것을 안 된다고 할 수 없고, 계승할 것으로 본다. 기본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협정문건을 받아들여 실천할 것으로 본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할 문제는 있다."

 

방청석에 있던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이 "8년 전 합의한 김정일 위원장 답방이 유효한지, 그리고 답방을 못한 이유는 뭔지"를 묻자 김 전 대통령은 "답방은 이론적으로 유효하지만 이제 기회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답방을 지연 시키는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북측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 8년 전 답방 합의는 이론적으로는 유효하다. 하지만 기회가 어려울 것 같다. 당시 합의 때 답방을 설득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 김 위원장과 1시간 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나이가 많은 노인도 여기까지 왔는데 젊은 사람이 답방을 하지 않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노인 공경 의미로 받아달라고 했다.

 

곧바로 웃으면서 김 위원장은 '전라도 대통령이기 때문에 고집이 세다'고 했다. 나는 김해 김씨로 경남 출신이고, 김 위원장은 전주 김씨로 전라도 사람 아니냐고 해 문제를 풀게 됐다. 당시 강택민 중국 주석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남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또 김영희 MBC PD협회장이 "평화통일을 위해 남북언론인들의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6·15선언 8주년과 남측언론본부 3돌을 맞아 남북 언론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이라고 묻자, 김 전 대통령은 "남북언론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6·15공동선언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남측 언론인들을 대거 초청한 것을 보더라도 그도 통일을 위한 남북언론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적군 총사령관이 왔는데 50~60만 인민들의 환영 장면을 북한 언론이 보도했다. 당시 북한 사람들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음성은 들은 적이 없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이 만찬, 연설 등 남북은 물론 전 세계에 알려졌다.

 

눈과 귀와 목소리를 듣고 김 위원장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 언론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과거 김 위원장이 부당하게 나쁘게 보도됐고 과장 미화한 부분도 있기도 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사실로 바뀔 때 언론의 역할이 컸다. 남북 언론인의 화해와 협력이 중요하다. 언론인들이 선구적 입장에서 6·15선언과 10·4선언을 발전시키는 데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족끼리 비참하고 서로 저주했던 시대가 6·15선언을 통해 민족화해와 협력, 평화통일을 위한 장래가 밝아졌다"고 밝혔다.

 

"6·15 선언 발표 당시 옆에 있던 김정일 위원장에게 '사람은 영원히 산 사람이 없고, 권력도 한 사람이 영원히 장악한 사람이 없다'는 모두발언을 했다. 또 '남북 정상이 마음 잘못 먹으면 7천만 민족이 도산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간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공동번영과 후세평화가 올 것이다'라면서 어느 것을 택할 것이냐고도 했다. 이제 북쪽이 남쪽을 향한 무력 공산화도 버려야 하고, 우리도 북한을 흡수통일 등의 생각을 버려야 한다. 10년, 20년, 30년이 걸리더라도 화해와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은 6·15선언 이후 지난 8년간의 성과를 ▲ 남북간 긴장완화 ▲ 이산가족 상봉 ▲ 경제적 문화적 교류협력 활발 ▲ 인적왕래 활발 ▲ 북한 민심의 변화 북미관계 개선 기여 등을 제시했다.

 

이어 6·15선언 이후 한반도와 남북관계에 대해 ▲ 6·15이후 통일에 대한 이정표 세워짐 ▲ 현재 남북간 경색 국면 흐르고 있음 ▲ 경제협력 서둘러야 함 ▲ 남북간에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안보협력 이루어질 것임 ▲ 동북아 안보체제가 실현될 것임 등의 전망을 제시하면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이 북한과의 관계를 잘 풀 때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에서 김 전 대통령은 "지금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오래 가면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부시 정권은 임기 말의 시간에 쫓기어 북핵문제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도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잘못하면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루 속히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6·15와 10·4선언 계승을 선언해 북한에게 믿음과 회담복귀의 명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종전의 예에 따라 비료와 식량을 조속히 지원한다고 천명해 북한이 이 대통령의 선의를 믿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다면 남북대화는 풀리고 상호 교류 협력 시대가 촉진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특별강연에 앞서 인사말을 한 정일용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공동상임대표는 "3년 전 민족화합과 협력을 위해서 언론본부가 미약하게나마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이제 평양에 통닭집을 낸 사람이 있고, 최고급 새시 보급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 있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양복도 양각도 호텔에서 맞춰 입었다"면서 "6·15공동선언의 성과다. 6·15선언과 10·4선언 실천을 해 반드시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대통령의 초청강연을 주최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이하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는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언론재단 등 단체로 구성됐고, 지난 2005년 6월 9일 결성돼 3돌을 맞았다.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는 '6·15공동선언 발표 8주년, 김대중 전대통령 초청 특별강연'과 '언론본부 창립 3돌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언론본부는 김대중 전대통령에게 공로패를 전달했고, 지난 2000년 6월 15일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첫 평양 순안공항에서 상봉해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을 촬영한 <국민일보> 강민석 사진부장이 당시 사진을 동판으로 새겨 전달했다.

 

6.15 이후 8년의 성과와 남북관계 발전방향

김대중 전대통령 초청 특별강연 전문

존경하는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 양승동 PD연합회장, 정일용 대표,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시는 귀빈 여러분!

 

오늘 6.15 8주년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창립 3주년을 기념하는 이 모임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하며 저에게 연설할 기회를 주신 것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6.15는 우리 민족의 운명의 자주적 해결을 선언하고, 남북연합체적인 단계적 통일방안 수용과 전면적 교류 협력에 대한 합의를 이룬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6.15 공동선언 이후 엄청난 변화가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냉전의 민족대립시대에서 통일지향의 화해협력시대로 전환한 것입니다. 지난 8년간 우리는 많은 성과를 이룩해냈습니다.

 

첫째, 남북간의 긴장이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6.15정상회담 이후 141회에 걸쳐 장관급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담이 이루어졌습니다. 한편 군사회담은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회담 등이 합쳐서 45회가 이루어짐으로써 긴장완화에 기여했습니다.

 

둘째,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6.15 이전 50년 동안 불과 200명밖에 만나지 못했는데, 6.15 이후 최근까지 16차례 1만 8천명이 상봉해서 생사를 확인하고 혈육의 정을 나눴습니다. 앞으로 금강산 면회소가 준공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셋째, 경제적, 문화적 교류 협력이 활발해졌습니다. 개성공단이 건설되어 69개의 남한기업에서 3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되어 이미 180만명이 다녀왔고, 개성관광도 시작되었습니다. 그 외에 북한에 자동차 공장, 대마방직공장 등 남북합작의 중소기업들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남북간의 교역도 정상회담전의 연간 1~2억 달러에서 17~18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넷째, 인적왕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인원이 연간 십만명을 넘고 있습니다. 소수나마 북한 사람도 남쪽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북한의 민심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매년 지원한 쌀 40만톤과 비료 30만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남쪽의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데 대한 충격, 비료와 식량 등을 지원해 준 것에 대한 감사함과 부러움, 그리고 남쪽 사람들의 동포애와 우정을 직접 보고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이제 북한 주민들은 6.15 이전 남쪽에 대해서 가졌던 적개심, 불신, 미제국주의의 앞잡이라는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 민심의 변화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들은 이제 남쪽의 대중가요, TV 드라마, 영화 등을 비공식적으로나마 수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섯째, 북미관계 개선에 기여했습니다. 6.15회담을 전후하여 우리는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력했습니다. 그 결과 북미 고위층의 왕래 속에 미사일과 핵문제 해결, 그리고 북미수교를 합의하는 데까지 이르는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습니다.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이러한 북미간 합의내용 계승을 거부한 6년 동안에도 우리는 한미 양국 정부가 이룩한 북미협상의 원칙, 즉 직접대화와 주고받는 협상! 을 수용할 것을 계속 주장했습니다. 마침내 부시 대통령도 이를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이렇게 태도를 바꾸게 된 것은 취임 이래 6년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서 압박하고, 심지어 북한 정권의 붕괴까지 시도했으나 모든 것이 실패한 데 원인이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여유가 없었고, 또 일본과 함께 경제제재를 추진했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했던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결국 저와 클린턴 대통령이 추진했던 직접대화와 주고받는 협상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늦게나마 부시 대통령이 이렇게 결정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상 말씀드린 바와 같이 6.15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간 이룩한 합의는 끈기 있는 생명력을 발휘하며, 한반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앞으로도 더 한층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데는 화해 협력을 통해 공동승리하는 햇볕정책 외에 대안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신사숙녀 여러분

 

이상 말씀드린 6.15공동선언에 대한 성과를 기초로 해서 이제 한반도와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 몇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6.15 이후 통일에 대한 이정표가 세워졌습니다. 6.15공동선언은 민족 자주를 합의했습니다. 외국의 저명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가 말한 대로 근대 이래 한민족이 스스로의 운명을 자주적으로 결정한 최초의 사건이었습니다. 6.15공동선언은 자주적 통일을 주장했고, 평화적 통일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단계적 통일에 합의했습니다. 무력통일이나 흡수통일이 배제된 공동승리의 통일 원칙이 확립된 것입니다.

 

둘째, 지금 남북간에는 경색국면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반드시 타개해서 다시 활발한 교류협력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남측은 6.15와 10.4 양 선언을 계승할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6.15는 남북 정상이 공동으로 서명한 최초의 문서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서명한 문서를 소홀히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6.15와 10.4선언을 수용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쌀과 비료의 제공을 천명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다시 우호적 협력관계로 되돌리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경제협력을 서둘러야 합니다. 북한은 지금 경제적으로 궁핍합니다. 그러나 발전 잠재력은 매우 큽니다.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텅스텐, 마그네사이트, 금, 동, 석탄 등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계산에 의하면 이러한 지하자원의 가치는 2,000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4,000조원이 넘는다는 추계도 있습니다. 북한에는 그 외에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평양, 개성 등 우수한 관광자원이 있습니다. 또한 양질의 노동력을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노임은 중국의 절반 정도입니다.

 

북미관계가 개선될 전망이 크고, 또 북일관계도 진전되면 북한은 일본을 비롯해서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자본의 유입과 투자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대적인 사회 간접자본 투자와 각종 개발이 시작될 것입니다. 최근 중국과 유럽 각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진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미국기업도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호기를 활용하는 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 지리적으로 최단거리에 있고,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가장 유리한 조건에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최근 경영난에 봉착하여 속속 되돌아오고 있는데 그들이 나아갈 길은 북한뿐입니다. 또 남한에 있는 중소기업도 북한으로 진출했을 때만 큰 성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퍼주기’가 아니라 우리가 오히려 큰 혜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남북 화해 협력은 북한에도 유리하지만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입니다.

 

남북의 철도를 연결하면 이 철도는 중국 대륙을 거쳐 시베리아, 중앙아시아로 연결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최근 크게 경제적 붐이 일어나고 있는 이 지역에서 큰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럽의 파리, 런던까지도 진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태평양쪽의 물류거점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일본도 이 ‘철의 실크로드’를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기차를 통! 한 육로수송은 시간과 비용 면에서 해상수송보다 30% 정도 경감됩니다. 물류가 일어나면 금융, 보험, 제조업, 문화관광 등도 크게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대도약을 위하여 북한 철도를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를 하루 속히 열어야 합니다.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우리 경제를 ‘한강의 기적’에서 ‘압록강의 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킬 것입니다. 물론 북한도 윈윈의 혜택을 입게 될 것입니다.

 

넷째, 남북간에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안보 협력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4자에 의한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전쟁 당사자에 의한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군축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고 불가침 조약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남북 모두 군사적 긴장이나 충돌, 또는 전쟁을 원치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상호 안전이 보장되는 합의와 체제가 강화되면 한반도에는 영구적인 평화가 오게! 될 것입니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의 안전에 대한 미국의 보장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한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포기와 어떠한 군사도발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확실한 평화의 도래가 기대됩니다.

 

다섯째, 동북아 안보체제가 실현될 것입니다. 이미 6자회담에서 합의된 바에 따라 한반도 평화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안보체제에 대한 논의가 예정되고 있습니다. 저는 1971년 대통령 출마 당시 미.일.중.소 ‘4대국에 의한 한반도 평화보장’을 주장한바 있습니다. 4자에 남북을 합친 것이 오늘의 6자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지정학적 입장으로 보아서 이러한 집단적 안보체제는 필수적입니다. 남북이 평화와 안보를 진전시키고, 한미가 공동방위체제를 유지하고, 6자회담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를 보장하는 3중의 조치가 될 때, 냉전종식과 한반도! 평화 협력의 시대는 튼튼하게 실현될 것입니다. 남북 양측의 번영, 발전도 풍성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여섯째, 저는 우리의 앞날에 대한 전망에 상당히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권이 북한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갈 때만 가능하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오래가면 사태가 악화될 것입니다. 북한은 통미봉남의 정책을 진전시킬지도 모릅니다. 현재 부시 정권은 임기 말의 시간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핵문제 해결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일본도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우리만 소외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결단을 하루 속히 내려야 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이 대통령은 6.15와 10.4선언의 계승을 선언하여 북한에 믿음과 회담복귀의 명분? ?주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종전의 예에 따라 비료와 식량을 조속히 지원한다는 것을 천명하여 북한이 이 대통령의 선의를 믿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결단을 이 대통령이 내린다면 남북대화는 풀리고 상호 교류 협력의 시대가 촉진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지금 우리는 6자가 참가하는 한반도 정치게임의 와중에 있습니다. 잘하면 우리는 6자에 의한 동북아 안보체제의 실현 속에 평화와 안정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잘못하면 강대국의 파워게임에 휘둘려서 영원한 분단과 민족간 상극의 시대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성공하는데 결정적인 것은 북한과의 신뢰와 협력의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남북의 이익이 일치하고 공동승리의 미래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있기를 부탁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끝)


태그:#김대중 전대통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