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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태화백화점 앞. 부산 시민들이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습니다.
 부산 서면 태화백화점 앞. 부산 시민들이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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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0일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부산 서면 로터리에서 '6·10 촛불문화제'가 열리는데 참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5월 30일 촛불 문화제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나갔다 발품만 팔고 왔기 때문에 반가웠습니다. 

집에서 서면 로터리까지는 지하철로 약 한 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저녁을 김밥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침착'하고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챙겨 놓은 취재노트를 놓고 나오는 바람에 문구점에 들러 노트 한 권과 볼펜을 사야 했고 서면에는 저녁 6시 30분쯤 도착했습니다.

지하철 역 지하상가를 빠져나오는데 이미 행사가 시작됐고, 7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맞춰 "고시 철회, 협상 무효"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모두 서울로 집결했는지 전경대원들이 보이지 않았고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어 다행이었습니다.

엄마를 따라 나온 아이들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두려워하지 않더라고요. 부전초등학교 3학년 손여경 학생은 "대통령 아저씨는 국민이 싫어하는 것은 안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 주위 분들에게 칭찬을 받았습니다.
 엄마를 따라 나온 아이들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두려워하지 않더라고요. 부전초등학교 3학년 손여경 학생은 "대통령 아저씨는 국민이 싫어하는 것은 안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 주위 분들에게 칭찬을 받았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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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수 더할수록 '이명박 탄핵' 목소리도 높아져

이명박 대통령의 굴욕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반대하고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 행사 취재는 5월 9일에 열린 서울 청계천 행사를 시작으로 이번에 세 번째입니다. 그런데 횟수가 더할수록 참가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강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개인과 가족 건강을 걱정한 나머지 굴욕적으로 맺어진 쇠고기 수입 재협상 반대가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자가 만난 참가자들 모두가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답변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촛불 문화제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처음 열릴 때만 해도 참가자들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했고 '이명박 OUT'라고 적은 현수막 한두 개 걸린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MB OUT' 'STOP 2MB'라고 적힌 전단지를 참가자 모두가 들고 있었고, 자유발언에서도 "이명박을 탄핵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제 부산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등장한 피켓과 전단지에 적힌 구호는 하나 같이 이명박 대통령 퇴진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탄핵 천국, 명박 지옥' '국민기만, 서민말살 이명박을 탄핵하라!' '3개월이 백년이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미친소 미친정부, 국민들도 미치겠다' '재협상 없으면 대통령도 없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전단지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산 교육대 영어교육학과 3학년 양윤성 씨가 이명박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산 교육대 영어교육학과 3학년 양윤성 씨가 이명박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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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교육대 영어교육학과 3학년 양윤성씨는 자유발언에서 국민건강을 무시한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전제하고, 물(대운하), 전기, 철도, 언론정책 등과 쇠고기 협상이 쇠사슬처럼 엮여 있기 때문에 하나만 덜어내면 안 되고 전체를 덜어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은 물러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양씨에게 혹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냐고 묻자 직접 만나면 어떻게 '쥐새끼' 소리를 하겠느냐며 웃더니 공기업 민영화, 의료보험, 대운하 등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시민들과의 대화

저녁 8시 30분까지 행사 1부가 끝나고 자유발언으로 들어갔는데 학생과 직장인 등 20여 명이 무대에 올라 이명박 대통령을 성토했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족과 함께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고시철폐, 협상무효"를 외치는 참가자들을 잠깐 만나보았습니다.

진행자의 말에 적극적으로 답하는 참가자들은 가족 단위가 많았으며 각 단체 그리고 교복을 입은 여중·고생들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약사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선생님이 보시면 안 된다며 얼굴을 가리는 학생들.
 선생님이 보시면 안 된다며 얼굴을 가리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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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고 2학년 학생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들은 87년 6·10 민주항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알려주기도 했지만, 토론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한 학생에게 "토론 시간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전직 대통령이 누구예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학생은 웃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박정희와 전두환이 제일 많이 나온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독재자들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해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니까 "이명박은 국민의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공기업 민영화와 대운하, 교육 정책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학생이 웃으며 2MB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있다면서 "첫째는, 부시가 방한할 때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SRM 부위로 식사를 하고, 둘째, 미합중국을 관통하는 대운하를 대한민국 세금으로 뚫으면 올라갈 것"이라며 한겨레 광고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친구는 선생님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지 못하게 압력을 넣는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시위 현장은 위험한 곳이니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지만 이번이 세 번째 참석이라며 처음엔 집회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나왔고,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 탄핵으로 목적이 바뀌었다며 웃었습니다.  

밤 10시 30분 자유발언이 끝나고 태화백화점 앞에서 서면로터리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는데, 저는 행진대열을 따라가다 11시쯤 되어 발길을 돌렸습니다. 지하철 시간이 다 되었고 몸이 피곤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행진 대열을 따라가는 아빠와 딸이 무척 행복하고 평화롭게 보입니다.
 행진 대열을 따라가는 아빠와 딸이 무척 행복하고 평화롭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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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산서면, #6·10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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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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