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8년 6월 10일. 청와대로 이르는 모든 길은 육중한 컨테이너 박스로 막혀있다. 경찰로서는 촛불 든 시민과 경찰의 접촉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평화의 걸음으로 촛불 행진을 바라는 국민들의 눈에는 또 다른 폭력의 시작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독 깨고 나와야 해

 

국민들이 청와대로 가려는 것은 청와대를 점령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자 함이다. 국민이 촛불을 든 지 40일이 지났지만 이 일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하겠다던 국민과의 대화까지 취소한 이명박 대통령. 국민과 할 말이 없는 탓에 스스로 고립무원의 길을 걷기로 작정한 듯 싶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 손을 들어 줄 의무가 있는 자리 아니던가.

 

많은 언론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이젠 국민들에게 항복하라'라고 쓴소리를 하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신문은커녕 인터넷도 보지 않고 사는 대통령처럼 비춰지는 것 또한 국민에겐 절망스런 일이다.

 

경찰이 만들어 놓은 저지선으로 인해 답답하게 생긴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큰 소리 펑펑 치며 청와대 주인이 된 지 100일을 조금 넘긴 시간, 그는 스스로 '독 안에 든 쥐'를 선택했다. 아무리 좋게 보아 주려 해도 문을 굳게 닫아 걸고 있는 대통령이 한심해 보인다.

 

독안에 든 쥐가 된 이명박 대통령에게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긴 여름날의 하루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내각이 총사퇴를 하겠다는데도 민심은 여전히 자신의 심장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수습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먹혀 들지 않으니 그 또한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천만명 모이면 탱크 가지고 오겠네?

 

'주변기기를 바꾼다고 해서 2MB가 2GB로 업그레이드 되냐?'라는 비아냥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기기를 들여 놓는다 해도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꼬인 정국이 풀리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뿐이 아니다. '100만명 모인다니 컨테이너? 1000만명 모이면 탱크 가지고 오겠네?'와 '독 안에 든 쥐 구하려 왜놈이라도 왔냐?'라는 비아냥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붙여진 별명만도 수 십개나 된다. 여태껏 이렇게 많은 별명을 가진 대통령도 없다. 오죽하면 '용접명박'이라는 말까지 나오랴 싶다.

 

국민들은 촛불 정국의 책임 소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지적에도 대통령은 짐짓 딴청을 부리고 있다. 그러니 국민의 눈에 대통령이 곱게 보일리 없는 것이다.

 

보수나 우익쪽에 있는 사람들이 할 말 없을 때 써 먹는 말이 '좌파'니 '친북'이니 하는 말들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촛불 든 사람들에게 그런 폭언을 서슴치 않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광우병 정국에 대한 논리가 부족함을 드러낸 것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국민을 그렇게 인식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국민을 두 패로 나누어서는 나라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 국민 통합만이 살길이라던 이명박 대통령이 제 손으로 국민을 두 패로 갈라 놓는다면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 꼴과 다르지 않다.

 

 

신뢰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 "넌 뭐~든지 하지마!"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당한 대통령이길 바라고 기대한다. 독 안에 든 쥐처럼 혼자 돌아치면 국민은 대통령을 신뢰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이명박 넌 뭐~든지 하지마!'라는 말이 쏟아져 나올까 싶다. 취임 100일을 조금 넘긴 대통령치고는 면이 서지 않는 일 아니던가.

 

이명박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국민의 외침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미국과 재협상을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은 그렇게 당당해야 한다. 그 일만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며, 춤추고 있는 촛불의 행진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두려운가. 아니면 미국이 두려운가. 대통령이 재협상을 선언하면 국민은 대통령 편에 서서 힘을 실어줄 것이다. 설령 재협상에 따른 불이익이 있다 해도 국민이 감수하겠다는데 뭐가 두렵단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솔직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시대는 구 시대의 유물 아니던가. 국민 건강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 세상에서 국민의 건강과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국민들의 손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21년 전 오늘, 대한민국 국민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그 역사는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군부독재로 신음하던 국민들의 손으로 만든 역사이다. 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역사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전히 현실을 외면한다면 국민들은 또 다른 역사를 만들 수밖에 없다. 역사상 가장 불행한 대통령이 되느냐, 박수 받는 대통령이 되느냐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 있다.

 

6월 항쟁 기념일인 오늘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재협상을 선언하든지, 그 자리에서 물러나든지, 분명한 선택을 하라고 말이다. 

 

  


태그:#이명박, #독안에 든 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