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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에 참가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
▲ 배후를 찾아라.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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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2.0

웹2.0
웹 2.0이라는 말은 오라일리(Oreilly)사와 컴덱스 쇼를 주최했던 미디어라이브(MediaLive) 사가 2004년 초 IT관련 컨퍼런스 개최에 대한 아이디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오라일리사의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 부사장이 과거 닷컴 버블에서 살아남은 닷컴 기업들에서 발견되는 특별한 특징들을 다른 기업들과 대비하는 의미에서 웹2.0으로 명명하였다.

지난 2004년, 이름을 얻은 후 바야흐로 사회문화적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웹2.0에 대한 관심이 높다. 웹 2.0은 이제 인터넷 평론가에서부터 개발자 그리고 매스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이에 더해 사회비평가들까지도 2.0이라는 단어를 사회문화적 현상을 비유할 때 즐겨 사용한다. '리뷰2.0', '쇼핑2.0', '토론2.0'….

그렇다면 2.0은 '1.0'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길래 2.0이라는 키워드로 '웹'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현상까지 이해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개방과 공유, 참여라는 키워드이다.

 시위1.0에서 시위2.0으로

햐향식 구조의 시위1.0과 다른 플랫폼의 시위2.0
▲ 시위2.0 플랫폼 햐향식 구조의 시위1.0과 다른 플랫폼의 시위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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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이 시위1.0이었다면 2008년 5월과 6월에 일어나고 있는 촛불시위는 참여와 공유, 개방이라는 핵심 키워드로 이해될 수 있는 시위2.0이다.

지도부가 제시한 구호와 행동지침, 일사불란한 대오 그리고 대오의 응집력과 물리력으로 전선을 유지하던 시위1.0 시대는 당시의 폭압적인 정치 상황과 맞물려 아쉽게도 개방되어있지도 않았으며, 참여하기도, 공유하기도 어려웠다. 

 자발적 참여에는 배후가 없다

20만의 촛불이 밝혀진 6월 6일
▲ 촛불문화제 20만의 촛불이 밝혀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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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층은 믿기 어렵겠지만 '배후세력'의 지령 없이 인터넷의 토론광장, 카페의 한줄메모, 핸드폰 SMS 등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게 촛불시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배후세력을 알고 싶어하지만 배후세력을 알 수 없는 이유이다. 여러 단체와 조직이 배후세력으로 지목받았지만 결국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시위2.0의 배후세력은 누구인가?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광장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으며, 성별, 연령, 직업과 무관하게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이슈에 대해서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다(공유한다).

 조건 없는 공유

출처: http://blog.naver.com/chuck99hp
▲ 촛불가족 출처: http://blog.naver.com/chuck99hp
ⓒ blog.naver.com/chuck99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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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문화에서 제작한 촛불소녀. 이 캐릭터는 2008년 5월과 6월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누구나 이 캐릭터를 이용하여 스티커, 티셔츠, 포스터를 만들 수 있으며, 누구도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대중들의 자발적이며, 창의적인 참여의 결과물은 당연히 공유된다. 시위 현장에서 생산된 디지털 이미지와 동영상 등의 콘텐츠들은 바로 웹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UCC를 긁어 모으는데 거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마당에, 진정한 의미의 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대량으로 생산되어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유연한 개방

밝은 표정의 촛불문화제 참가자들
▲ 즐거운 시위2.0 밝은 표정의 촛불문화제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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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80년대 시위는 진압경찰의 입장에서는 다루기 편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일반 시민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으므로 시위대를 토끼몰이하듯 진압하기 편했을 것이다. 또한 확성기를 들거나 유인물을 뿌리는 주동자의 색출이 용이했다.

손을 잡고 시위에 참가한 연인
▲ 시위를 즐기다 손을 잡고 시위에 참가한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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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아이를 태운 유모차와 젊은 부부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3대가 모두 나온 가족들, 데이트 삼아 찾은 젊은 연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위를 주동자로 삼기 어렵고, 미디어다음 아고라를 배후세력으로 몰 수도 없다.

누구나 구호를 선창할 수 있고, 누구나 시위대열의 선두에서 행진 방향을 이끌며, 누구나 노래를 시작할 수 있다. 길가다 우연히 시위대를 마주치면 시간이 날 때까지 대열을 함께 하다가 약속시간이 되면 대열을 빠져나가고, 밤샘 농성을 하던 쳥년들이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합류하는 식이다.

 진화하는 시위2.0의 '집단지성'

시위2.0에서의 Ideation
▲ 형형색색 포스트잇 시위2.0에서의 Ide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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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공유, 개방을 통해 이루어지는 '집단지성'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한 달여간 시위가 지속되면서 '집단지성'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한 무력진압을 시도하자 시위대는 "수도세는 네가 내!"라고 외쳤으며, 곧바로 방수 포장재가 동원돼 물대포를 막았다.

전의경전역자모임 티셔츠와 시위에 참가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과 함께 전해진 김밥
▲ 시위2.0의 창의력 전의경전역자모임 티셔츠와 시위에 참가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과 함께 전해진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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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에 의한 폭력행위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전의경전역자모임'이 조직되어 '후배들아 사랑한다!'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시위의 최전방에 섰다. 의료인들은 의료지원단을 조직하고, 예비역들은 예비군복을 입고 시위대를 보호한다.

참여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김밥으로 대신한다는 글이 적힌 김밥이 시위대에게 전해진다. 한국의 시위2.0에서 발현되는 '집단지성'의 또 다른 특징은 대단히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창의력이야말로 진화하는 '집단지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시위2.0의 플랫폼

2008년 촛불문화제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문화공연
▲ 문화공연 2008년 촛불문화제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문화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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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2.0에서 웹은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시위2.0에서는 촛불시위가 열리는 '광장'이 플랫폼이다. 성별과 연령, 종교, 소속 조직과 상관없이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이슈와 행동지침 그리고 생산된 콘텐츠를 공유하는, 개방된 플랫폼! 이것이 바로 한국 시위2.0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웹2.0이 성공한 일부 닷컴 기업들의 자산가치를 높여주는 'buzzword'라는 비아냥도 있다. 또한 웹2.0을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경향도 있다. 담론이 사라진 시대에 마치 담론을 대체할 것처럼 2.0을 치켜세우는 것은 뭔가 불순하거나, 혹은 스스로의 얕은 분석능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웹2.0이나, 시위2.0이나 '사람'을 이해하는 사회학적, 인문학적 관점을 가지지 않으면 온전히 해석할 수 없음이 그 까닭이다.

 끝으로, 팀 오라일리(Tim O’Reilly)에게

집단이나 조직이 아닌 개인들의 창의력이 마음껏 발휘되고 있다.
▲ 시위2.0에서의 촌철살인 집단이나 조직이 아닌 개인들의 창의력이 마음껏 발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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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동의하지 않지만 사회문화 전체의 해석틀로까지 거론되는 웹2.0의 개념을 창시한 팀 오라일리가 이쯤에서 한국의 촛불문화제를 한 번쯤 참관해본다면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가 등락이 개발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실리콘 밸리를 넘어 IT 분야에서의 그의 뛰어난 안목이 마침내 새로운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라일리가 웹 2.0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집단지성'이 지금 이 순간 한국의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자발적 참여를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찬란하게 발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1. 현장 특성상 모든 분들께 초상권 관련 양해를 다 얻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불쾌하셨다면 즉시 수정하겠습니다.
2. 앞으로의 촛불시위 역시 계속 평화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버스를 전복하는 일로는 절대 권력을 이길 수 없습니다. 100만 촛불이 200만이 되도록, 안되면 500만, 천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태그:#시위2.0, #촛불문화제, #광우병, #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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