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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할 것도 없고, 논할 도리가 없다."

 

언젠가 어느 만화에서 본 표현이다. "논할 것도 없다"는 깔 보는 표현이다. 반대로, "논할 도리가 없다"는 것은 최고의 찬사다.

 

6일부터 아직까지 진행중인 촛불문화제는 당연히 "논할 도리가 없다"에 가깝다. 20만에 육박해 끝이 보이지 않던 촛불의 행렬, 6일에 이어 7일에도 연출되고 있는 축제의 분위기, 더이상 뭘 말할 수 있을까? 글로는 더이상 할 말이, 아니 논할 도리가 없다.

 

 

시위 참가자는 중매쟁이? 대통령 '중매'에 나서다

 

'축제 현장'을 죽 돌아보면서 가장 오래 있었던 곳은 역시나 '닭장차' 앞이었다. 오늘도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배가 고프다고 했다. 닭꼬치가 먹고 싶다고 하는 전경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주변을 돌아봤다. 성급하게 돌아봤기 때문이었을까? 보이지 않기에 근처 포장마차에서 급한대로 핫도그와 핫바를 넉넉히 사서 건네줬다.

 

어쨌든 딜레마다. 시위로 인해 전의경이 고생스러운 처지에 노출됐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비폭력을 모토로 평화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노출돼 서민이 말살당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 딜레마 속에서 전의경과 대화로써 뭔가를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음식을 전해준 뒤에는 전경버스에 새긴 참가자들의 낙서를 돌아봤다. 재치만점, 하지만 그속에는 날카로운 뼈가 담겨있었다. 무책임하게, 그리고 무식하게 본인과 소수의 부유층에게만 이득이 될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과, 그의 충실한 손발 노릇을 자처하며 아들보다 더 어린 부하들까지 고생시키는 경찰청장, 그리고 계파의 이익에 매몰돼 동어반복의 뉴스만 생산하는 어느 여성정치인에 대한 시위참가자들의 분노가 '유머'로 소화돼 낙서로 표현됐다.

 

일단, 내가 주목한 낙서 유형 첫번째는 이명박 대통령의 '중매'에 나선 시위 참가자들이 남긴 흔적이다. 사이가 너무 좋아 호흡이 척척 맞는 어청수 경찰청장과의 중매에 나선 시위참가자들도 있으며, 반대로 사이가 너무 안좋은 '복당녀'와의 중매를 주선하는 시위참가자들의 낙서도 있다.

 

 

 

 

"이게 다 2MB 때문", 신세한탄형 낙서들

 

낙서 중에는 시위참가자들의 현실이 절절하게, 하지만 재밌게 구성된 낙서들도 많았다.

 

 

 

'선생님'의 참회도 눈여겨보게 됐다. 

 

 

그외의 '언중유골'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낙서들을 공개한다.

 

 

 

 

국민의 목소리, '장관 해고' 따위로 들어줄 수 있을까?

 

국정쇄신을 '각료 교체'로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나오는 이명박 대통령, 거듭 말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모든 정책을 관장하는 대통령이 그대로인데 장관이나 수석 비서관 교체하는 것은 '정치 쇼'일 뿐이다. 악랄하기까지 한 낙하산 인사로 모든 공기업과 공기관을 자신의 인사로 채우는 마당에 그런 쇼를 벌여봐야 속아넘어갈 국민은 아무도 없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이명박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 역시 그 표현에 동의한다. 쏟아내는 정책들을 보니 자연스레 드는 생각이다.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길 바란다.

 

국민이 일하라고 뽑아놓은 대통령에게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할 따름이다. 이 황당함을 느끼게 해준 이명박 대통령, 고마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만 생각하면 뒷골이 당겨온다. 아, 머리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문화제, #촛불시위, #광우병 쇠고기, #미국산 쇠고기,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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