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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 촉구 24차 촛불문화제가 3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네티즌과 시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 촉구 24차 촛불문화제가 3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네티즌과 시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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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80 대 20법칙'이란 게 있다. '부의 80%를 인구의 20%가 소유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해 '매출의 80%는 20%의 상품에서 나오고, 상위 20% 고객이 매출의 80%를 차지하므로 영양가 있는 20%에 주력해야 한다'는 식으로 발전한 이론이다. 약 100년 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가 주창했다 해서 '파레토 법칙'으로도 불린다.

'80 대 20 법칙'이 새삼 주목을 끈 건 역설적이게도 이 법칙의 역발상인 '롱테일(long tail) 법칙'이 등장한 2004년 가을이다. 이 법칙은 파레토가 경시한 80%에 주목했다. 즉 방치된 다수가 집합적으로 창출하는 수익을 강조한 것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경우 파레토 법칙에서 포기한 비인기 책들(80%)의 매출이 잘 팔리는 책들(20%)의 매출을 능가한다. 구글이 웹 2.0 시대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이유도 페이지뷰가 높은 상위 20%에 광고를 건다는 통념을 버리고 개인 블로그처럼 페이지뷰가 낮은 80%를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계의 수익구조가 달라졌고 그로 인해 경제법칙에 관한 정반대의 상식을 낳은 셈이다. 이런 변화가 어디 경제 영역에만 국한된 현상일까. 소수 전문가들이 생산한 지식은 이미 '집단지성' 앞에서 무기력함이 판명 났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는 소수 언론의 전유물이었던 여론 주도권이 '참여군중(smart mobs)'으로 이동 중임을 '촛불'이 웅변하고 있다.

80%의 역동성 보여준 오마이TV 자발적 시청료

언론계에 불어 닥친 지각변동은 예사롭지 않다. 정부와 조중동이 유포하고자 애쓴 '괴담론'이니 '배후론'은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촛불을 폄훼하고 왜곡한 조중동의 광고주 명단이 공개되고 이들을 압박하는 글들이 온라인공간을 뒤덮고 있다. 가히 20%가 여론을 좌지우지하던 시절은 가고 80%가 그 자리를 차지한 형국이다.

롱테일 법칙은 경제학을 넘어 정치학으로, 그리고 언론학으로 그 적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오마이TV의 '자발적 시청료'는 그 가능성을 확인한 극적인 사례다. 10일 동안 1억2702만 원, 참여 건수 3만3400건은 80%의 역동성을 입증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사실 언론학에서 미디어와 광고는 불가분의 관계로 공식화되어 있다. 광고는 미디어를, 미디어는 광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는 정상적 저널리즘을 왜곡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올해 초 삼성그룹이 광고를 통해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삼성에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려고 시도한 것처럼. 그럼에도 광고는 미디어 이용에 수반되는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절감시켜주기에 마치 '필요악' 마냥 존속되어 왔다.

촛불 지켜낸 80% 대중, 언론장벽 무너뜨렸다

31일 저녁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 촉구 24차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인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오마이뉴스 생중계가 오연호 대표기자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31일 저녁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 촉구 24차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인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오마이뉴스 생중계가 오연호 대표기자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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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임을 표방한 <오마이뉴스>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었다. 뉴스는 시민의 몫이라 자처하면서도 정작 언론사 운영의 돈줄은 기업의 광고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 말이다. 2002년 말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고안된 '자발적 유료화'는 그 모순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누구나 공짜로 뉴스를 보되 돈을 내고 싶은 사람은 자발적으로 돈을 내게 하자는 것이었다.

첫 실험은 2002년 대선 직후인 12월 30일에 있었다. 하루 만에 951명이 참여해 2천여만  원, 두 달 만에 8천 명이 1억 원이 넘는 구독료를 냈다. 당시의 성과는 오마이뉴스가 2003년 2월에 시민기자 원고료를 100% 인상하고, 그 해 첫 흑자를 기록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20% 주류에 의해 배제된 80%에게 발언하고 토로하고 나눌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한 시민 참여형 언론으로 세계적 이목을 끈 <오마이뉴스>는 80%에 의해 경제적 독립의 가능성을 엿봤다. 20%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도 80%가 주도하는 촛불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오연호 대표는 감사의 글에서 오마이TV 자발적 시청료의 성과는 "언론학자들의 연구대상"이라고 밝혔다. 당연하다. 광고 대신 유료화, 그것도 자발적 유료화를 통해 시민 참여형 언론 모델을 완성하려는 세계 최초의 실험은 공론장을 추구한 언론의 이상이 실현 가능함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80%의 에너지는 경제법칙을 넘어 광장으로 스며들더니 마침내 철옹성과도 같았던 언론계의 장벽마저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위에 군림하지 않고 80% 대중을 신뢰한, 정공법의 귀결이기에 더욱 가치 있는 연구대상이다.

덧붙이는 글 | 김재영 기자는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입니다.



태그:#자발적시청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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