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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저녁 청계광장에는 적지 않은 연인들이 데이트와 집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갔다. 함께 구호도 외치고 자유발언 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등 특별한 데이트를 즐겼다.
 6월 4일 저녁 청계광장에는 적지 않은 연인들이 데이트와 집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갔다. 함께 구호도 외치고 자유발언 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등 특별한 데이트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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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커플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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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현장을 누비면서 사진을 찍다 보면 집회에 나온 연인들이 적지 않음에 놀라게 된다. "집회와 데이트?" 이 부조화스런 조합을 그냥 감수하고 나왔단 말인가?

그래서 한 커플에게 물어봤다. 하고 많은 데이트 장소 중에 집회장에 온 이유는? 데이트 장소로서 집회장이란? 꼭 데이트하러 이곳에 오는 줄 아느냐고 면박을 당했다. 같이 있으니 좋고 사람들의 여러 가지 생각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어서 공부도 된다고 했다.

열혈 운동권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40대 직장인은 이번 쇠고기 국면에서 놀라운 점이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조중동'에 대한 광고주 압박운동이고, 나머지는 '집회 커플'이다.

광고는 조중동의 아킬레스건이며, 조중동이 자본과 정치권력에 편승할 수 있는 근거였는데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이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제까지 구독거부나 자발적 구독 등의 캠페인은 있었으나 언론권력에 대해서 그 본질을 이해하고 가장 정밀하게 타격을 가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달라진 다른 점은 집회커플이다. 87년 민주화 항쟁 때만 해도 집회를 하면서 연애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연인관계라는 것이 발각되면 즉시 모임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그는 커플들이 집회 장소에 나와서 같이 구호 외치고 촛불을 들고 하는 모습은 처음 보며,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일이었다고 부러워했다.

위험한 상황에서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으니...

연세대 재학중인 양지영씨(오른쪽)는 남자친구를 끌고 집회장으로 나와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지켜줘야 한다며 참가이유를 밝혔다.
 연세대 재학중인 양지영씨(오른쪽)는 남자친구를 끌고 집회장으로 나와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지켜줘야 한다며 참가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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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여하면서 지인과 동행할 때도 있고 혼자 그냥 구호를 외칠 때도 있는데 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애인이 옆에 있다면 좋았을 텐데, 애인과 집회는 잘 어울리지 않다. 만약 옆에 애인이 없다면 연인들이 어떻게 집회에 참여하는지 관찰해 보라. 위험하고 어려운 순간에 옆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으니 더욱 사랑스럽고, 사랑과 정의와 젊음이 촛불의 농도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연세대에 재학중인 양지영씨는 기말고사 등으로 집회 참여를 못하다가 4일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옆에서 남자친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있었는데, 오기 싫다는 것을 자신이 데려왔다고 한다.

영화나 쇼핑 같은 걸 하면 좋을 텐데 집회장으로 온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양씨는 "무엇이 진실이고 사실인지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현장에 와서 많은 것을 깨닫고 가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집회장 데이트는 어떤 느낌인지 물었다.

그는 연인이 만나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집회장에 오면 현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고,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오기 싫다고 했는데 이렇게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너무 뻔한 물음이었을까? 남자친구는 "내가 지켜줘야 하니까"라고 대답했다.

집회문화의 문법을 다시 쓰고 있는 2008년 대한민국. 마치 소풍 온 듯 집에서 음식을 정성스레 만들고 자신들의 뜻이 담긴 피켓을 손수 제작해 오기도 하는 가족들과 아이를 안고 온 엄마,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을 것 같았던 젊은 연인들, 평범한 이들이 움직였다면 상식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5월 31일 가장 결렬했던 시위가 있었던 경복궁역 주변에서 한 연인이 현수막을 말아서 함께 몸을 감싸며 추위를 달래고 있다.
 5월 31일 가장 결렬했던 시위가 있었던 경복궁역 주변에서 한 연인이 현수막을 말아서 함께 몸을 감싸며 추위를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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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경찰이 분말소화기를 시민들의 얼굴에 대고 무차별적으로 살포하자 소화액에 괴로워하는 애인을 꼬옥 끌어안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6월 1일 경찰이 분말소화기를 시민들의 얼굴에 대고 무차별적으로 살포하자 소화액에 괴로워하는 애인을 꼬옥 끌어안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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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집회연애, #집회커플,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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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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