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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를 누구 돈으로 샀는지가 궁금했던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이나 하듯, 시민들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촛불문화제를 돕고 있다.

 

2일 저녁 7시.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대전역광장에 오이 5상자가 배달됐다. 대전 중구 문화동에 사는 조강렬(63)씨가 목마르고 지칠 때 먹으라며 가져온 것.

 

조씨는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면 오래 해야 한다, 그래서 오이를 사왔다"며 "예전 광주항쟁때도 시민들이 시위대에게 오이를 사다 줬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체 정치인들이 어떻게 정치를 했는지 농사짓는 분한테서 오이 한 상자에 3000원을 주고 사왔다"며 "그거 받아서 인건비나 하겠나, 농사짓는 사람이나 여기 나와 앉아 있는 사람이나 모두가 불쌍하다"고 개탄했다.

 

조씨는 이어 "이 어린애들이 거리로 나와서 미친 쇠고기 안 먹겠다고 외치는데 거기에다 대고 물대포를 쏘고, 군홧발로 여자애 머리를 짓밟고,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분개하면서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참 부끄럽다"고 말했다.

 

'진용이 아빠'라는 분은 아주 특별한 것을 가져왔다. 인쇄업을 하고 있는 그는 '카드' 수만장을 스스로 인쇄해 가져온 것. 이 카드의 앞면에는 붉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협상무효 고시철회"라는 문구가, 뒷면에는 녹색 바탕에 흰 글씨로 "이명박 OUT!"라고 적혀 있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매일 수천장씩을 나눠주다 보니 준비한 카드가 금세 동이나 다시 인쇄하는 것이 큰일이었다"며 "비용으로 따져도 상당할 텐데 기꺼이 기증해 줘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뿐만이 아니다. 이날 한 시민은 강냉이 뻥튀기를 한 보따리 가져왔다. 대책위 관계자도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저 '먹으면서 하라'고만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시민들의 성금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매일 저녁 20~50만원의 성금이 모아지고 있으며, 2500여명이 모였던 지난 주말에는 한 자리에서 100만원이 넘는 성금이 모아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생수를 사온 시민, 초코파이 수십 상자를 사온 시민, 회로회복제를 사온 시민 등 날이 갈수록 시민들의 온정은 쌓여만 가고 있다.

 

 

한편,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 가운데 이날도 1000여명의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벌였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500여명의 시민들이 중앙로를 따라 홍명상가-중앙로 사거리-충남도청-으능정이 거리에 이르기까지 거리행진을 벌이자, 지켜보던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1000여명까지 늘어난 것.

 

이들이 행진을 하는 동안 '후드득'하고 빗방울이 쏟아졌지만, 시민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연신 "대전 시민 함께해요"를 외치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시민 행렬은 젊은이의 거리인 으능정이 거리에서 행진을 멈췄다. 여느 때와 달리, 대전역까지 행진하지 않고 으능정이 거리에서 정리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시민이 "정부가 관보 게재를 연기했답니다"라고 외치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외쳤고, 또 다시 한마음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재협상! 될 때까지 모입시다!"를 외친 뒤 해산했다.

 


태그:#촛불문화제, #대전촛불시위, #대전역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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