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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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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접 못 받아서 그렇다. 인간에 대한 크나큰 굶주림이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처음 장가가서 아이를 낳았더니 정말 신기하고 기가 막히더라. 사람은 평소에는 생명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데, 중병을 앓거나 아기를 낳거나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특히 생각한다.

주부들의 심정은 내 새끼한테만은 조금도 의심스러운 쇠고기를 먹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확률이 낮으니 괜찮다는 말만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국가가 필요 없다. 국가가 민중의 복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시늉이라도 해주어야 한다."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60·전 영남대 교수)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을 보고 한 말이다. 그는 <녹색평론> 100호 발간 기념으로 1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독자 등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강연회를 열었다.

그는 촛불집회 첫날 서울 청계광장에 나갔다. "산책 삼아 나가면서 얼마나 모이나 궁금했는데 뜻밖이었다"라고 한 그는 "어린이와 젊은 주부들이 특히 많았다. 중앙지도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고 즉흥적으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촛불이 춤을 추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잘 잡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온 사회운동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10대들이 먼저 나왔다. 쇠고기 수입 문제는 생명이다. 생명의 문제가 사회정치적인 이슈가 되었다. 놀랍고 경악할 일이다."

김 발행인은 "숫자가 몇 만 명 모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서울 시민이 다 나왔다고 보면 된다. 하루하루 다르다. 다음 주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18세기 아프리카에 노예무역을 해서 먹고 사는 왕국이 있었다. 왕이 정치를 잘못하면 추장들이 모여서 앵무새 알을 왕에게 보내준다. 앵무새 알을 보내주면 왕은 무슨 뜻인지 안다. 그것은 왕의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뜻이다. 그러면 왕은 방에 들어가서 후궁을 시켜서 자신의 목을 조르게 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어린이며 전 연령층을 막론하고 촛불문화제를 대대적으로 열고 있다. 앵무새 알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면서 "상식적으로 이 정도면 정치를 못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왕국 같았으면 대통령은 벌써 물러나야 한다. 어린 아이들이 각성시켜 준 것이기에 고맙기도 하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왜 거리에 나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한 것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시대 속에서 더 이상 못 참겠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을 경우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한다. 벼락에 맞을 확률과 비교한다. 벼락은 피뢰침이라는 안전대책이 있다. 미 쇠고기는 피뢰침과 같은 안전대책이 있나. 아무런 방지책도 없이 괜찮다고만 말을 하면 되나. 이런 식으로 하면 국가가 필요 없다."

공간초록은 부산교대 정문 앞에 있다.
 공간초록은 부산교대 정문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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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고갈은 곧 식량 위기다"

김 발행인은 석유와 식량 위기를 걱정했다. "석유 고갈은 곧 식량 위기다"라고 한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남한도 북한처럼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한다"라고 경고했다.

"식량은 엄혹한 문제며 심각하다. 바로 에너지 문제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계속 간다면 먼 미래가 아니라 조만간에 바로 공멸하는 파국이 구체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지금 기득권층, 가진 사람들은 자기들 중심으로 말한다. 근본 각도에서 보지 않는다. 뿌리부터 변화해야 한다. 그 하나가 농촌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촛불집회도 잠재된 불만이 터진 것이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먹일 게 없다. 우리 세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음 세대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힌다. 먹을 게 없다는 말은 수 십년 전부터 나왔다. 이번 광우병은 인계점에 왔다."

"쇠고기 문제는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미국이 소한테 동물성 사료만 먹이지 않으면 된다. 이 간단한 것을 그들은 죽어도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우리가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30개월은 어떻다고 하는데,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동물사료만 안 주면 될 것을 왜 그렇게 복잡하게 살아야 하나. 미국의 장난에 5천만 명의 풀뿌리가 고생하고 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에 대해 그는 비난을 가했다.

"10대는 한마디로 조·중·동을 안 보니까 촛불집회를 연다고 한다. 현재 신문시장은 80%가 조·중·동이 차지하고 있다. 신문 안 본다는 것은 조중동을 안 본다는 말이다. 일부 어른들은 패배감에 있는데 아이들은 패배의 경험이 없다. 절망을 하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들이다. 그래서 즉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김종철 발행인은 대구 앞산 터널공사 반대운동과 관련해 설명하면서 환경과 생명문제는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산에 터널을 뚫지 말라고 10여명이 모여 천막농성도 하더라. 공사를 막겠다며 '자기 나무 갖기 운동'도 벌이더라. 자기들은 반드시 실패하는 줄 알지만 0.0001%의 가능성만 있으면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정도 가능성이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10명이면 쿠데타도 할 수 있다. 혼자 하면 외로우니까 친구 등 주변에도 같이 하자고 해야 한다."

김종철 발행인은 생명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식을 위한 일인데 뭐가 쪽 팔리나. 우리 사회에서 10년 전에 비하면 생명운동은 많이 향상되었다. 일본에서 생명운동은 잘 돼 있다. 우리가 국가나 삼성의 도움으로 사는 것 아니다. 모자람이 없으면 도와줄 수도 없다. 도와줄 필요가 없는 사람이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자율적인 협동은 우리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살리고 자식을 살리는 길이다."

공간초록의 방에 다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바깥 정원에 앉아 강연을 듣고 있다.
 공간초록의 방에 다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바깥 정원에 앉아 강연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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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옥 대표 "촛불문화제 배후는 이명박"

김종철 발행인에 앞서 시민기업인 '시민발전' 박승옥 대표가 강연했다. 박 대표는 "요즘 녹색가치, 녹색담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 않다. 에너지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에너지는 곧 식량이다. 식량값이 폭등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먼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여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투기자본이 석유나 광산을 왜 투기하겠나. 암세포 같은 존재다. 석유가 고갈되면 제일 먼저 식량 파동이 온다"라면서 "미국은 자기 농민들에게는 보조금을 주면서 남의 나라에는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한다. (우리나라도) 보조금이 없어지면서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성장은 범죄행위이며 자살행위다"라면서 "자본주의 산업사회에 살기에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다. 사회적 전환운동을 해야 한다. 그 하나가 귀농이다. 대안 공동체를 만드는 운동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공동체를 파괴하는 성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도 촛불문화제에 대해 언급했다.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촛불문화제가 처음에 가능했던 것은 중고등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에 수많은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후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촛불문화제의 첫 번째 배후는 이명박 대통령이며 두 번째 배후는 인터넷 카페다."

이날 강연회는 <녹색평론> 부산지역 모임인 '구들장'에서 마련했다. 축시 낭송과 노래공연, 가야금 연주 등도 함께 벌였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과 박영관 전 부산시교육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종철 발행인이 공간초록에서 지율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종철 발행인이 공간초록에서 지율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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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녹색평론, #김종철, #미국산 쇠고기,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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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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