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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1시. 여느 해와 다름없이 대학가에서는 축제가 한창이다. 시끌벅적한 음악소리와 각종 소음 속에서 학생들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생리주기 팔찌를 만드는 어느 한 부스를 방문해 보았다.

 

한남대학교 학생상담센터와 총학생회 여성복지위원회에서 함께 주최한 이 행사는 한남대학교 축제기간인 27일부터 3일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한남대학교 린튼 공원에서 진행되었다. 한남대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총 600명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생리주기팔찌를 만들어 자연피임법을 익히고 간단한 피임도구를 직접 시연해 볼 수 있었다.

 

부스 앞에는 행사를 알리는 안내판, 팔찌를 만들 수 있도록 세팅된 테이블과 설문조사나 피임법 시연을 위한 테이블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각종 비즈와 피임도구들, 피임법을 시연할 수 있는 각종 모형들이 놓여 있었다.

 

단순히 생리주기 팔찌만 만드는 행사였다면 학생들의 꾸준한 관심을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 행사는 겉으로 보면 여학생만을 위한 행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남학생들 또한 피임법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생리주기 팔찌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임신 및 피임에 관한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녀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이 행사를 개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학생들에게는 행사 참여하기가 조심스러울 수 있다. 그렇기에 남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함께 행사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중 경찰행정학과 소속인 남학생 한 명과 인터뷰해 보았다.  

 

필자 : “여학생들의 참여가 더 많은 이 행사에 어떻게 참여할 생각을 하셨나요?”

학생 : “여자친구한테 만들어 주려고 왔습니다.” (쑥쓰러워 하며)

필자 : “직접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떠셨어요?”

학생 : “어렵지 않고 생각보다 재밌어요. 생리주기에 대해 더 잘 알게 됐구요.”

필자 : “남학생의 참여가 저조한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생 : “이런 행사는 많은 학생들에게 성에 관한 기본 지식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좋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참여가 저조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가서 친구들한테 홍보해야겠어요.” (웃음을 보인다)

 

필자가 인터뷰하는 동안 더 많은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거 뭐야? 무슨 팔찌야?”하며 하나 둘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학생들이 담당자가 피임도구 시연하는 것을 보며 경청하고 있다.

 

3일간 열린 이 행사에는 총 600명이 참여했다고 관계자는 말한다.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은 만큼 학생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높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많은 학생들이 아직도 성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성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많은 학생들에게 성의 소중함과 책임 소재에 대해 일깨워주기엔 역부족이다. 왜냐하면 십대, 이십대들은 스스로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기 이전에 벌써 각종 매스컴을 통해 성에 노출되어 성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현사회의 성교육은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나 영향력이 지극히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혜진예슬 사건이 가시기도 채 얼마 안 된 지난달 21일에 대구에서 발생한 초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이러한 점을 시사해 준다.

 

갓 성에 눈을 뜬 학생들이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것을 두고 그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젊은이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이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이제는 정부도 각 연령에 알맞은 성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해야 하며 인터넷 매체에 접하기 쉬운 사회에서 각종 사고들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


태그:#팔찌,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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