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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끝자락 순천만이 아름다운 도시 순천에서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5월 9일 순천대학교에서 시작된 1차 촛불문화제가 2차에서부터는 연향동 조은프라자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6차례 열리고 있습니다.

순천 제1차 5월 9일 촛불문화제는 순천대학교 앞 인도에서 개최되었고 이후 2차부터는 조은프라자에서 개최되고 있다.
▲ 순천 제1차 촛불문화제 사진(5월9일 순천대학교 앞 인도) 순천 제1차 5월 9일 촛불문화제는 순천대학교 앞 인도에서 개최되었고 이후 2차부터는 조은프라자에서 개최되고 있다.
ⓒ 순천비상시국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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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제1차 5월 9일 촛불문화제는 순천대학교 앞 인도에서 개최되었고 이후 2차부터는 조은프라자에서 개최되고 있다.
▲ 5월 9일 순천대학교 인도에서 개최된 제1차 촛불 문화제 순천 제1차 5월 9일 촛불문화제는 순천대학교 앞 인도에서 개최되었고 이후 2차부터는 조은프라자에서 개최되고 있다.
ⓒ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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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부가 고시를 발표했을 때 28만의 작은 도시 순천에서 뚜렷한 홍보도 없이 7명으로 시작된 촛불 문화제가 개최되었다. 원래 5월 31일 제5차 촛불문화제가 계획되어 있었지만 도저히 사무실에서 앉아 있을 수 없어 몇몇 시민단체 사람들과 연향동 조은프라자로 향했다.

5월17일 시민 1000여명이 모여 조은프라자 광장에서 제2차 촛불 문화제를 개최했다.
 5월17일 시민 1000여명이 모여 조은프라자 광장에서 제2차 촛불 문화제를 개최했다.
ⓒ 순천시비상시국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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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으로 시작된 촛불 문화제는 8시가 될 무렵 수백명으로 늘어났고,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경적으로 마음을 함께 나누었다.

자유발언을 나선 한 주부는 “모두 나오실 거죠? 모두 나오실 거죠? 국민의 건강권을 팔아먹고, 목숨 걸고 지킨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이 정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대학생 여러분 나와주십시오. 이 자리에 대학생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역동적인 대학생들의 모습은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하며 절규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퇴근길 발걸음을 멈추고, 운전중에 창문을 내리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스피커에서는 계속 “헌법 1조” 노래가 흘러 나오고, 시민들의 함성은 더욱 커져갔습니다.

그렇게 29일 문화제를 평화행진으로 마치고 30일에도 모이자고 서로 약속하며, 참석자 전원이 핸드폰을 열고 친구와 부모님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순천시민 300여명이 평화대행진을 개최하고 있다.
▲ 5월 29일 순천 제5차 촛불문화제 순천시민 300여명이 평화대행진을 개최하고 있다.
ⓒ 이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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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또 30일 조은 프라자 앞에서 우리는 모였습니다. 그런데 30일 촛불 문화제는 늘상 있어왔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넥타이를 맨 사람, 아이와 함께한 아빠 엄마, 수개월 동안 천막 농성을 하던 홈에버 노동 조함원, 백발의 할아버지, 방금 전 노동일을 마치고 땀 범벅이 된 채 참석한 주름이 깊게 파인 아저씨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분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날 역시 작은 수로 시작했지만 금세 참석자는 수백명으로 늘어났습니다.

5월 30일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순천시민들
 5월 30일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순천시민들
ⓒ 슬프도록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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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9일, 30일 촛불 문화제 사회를 맡았습니다. 잠시 구호를 외치고, 헌법1조 노래가 흘러가는 동안 한 아저씨가 제 옆에 서있었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주름이 깊게 자리 잡은 아저씨에게서는 고단한 삶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수고하십시다. 제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함께 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함께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허름한 지갑을 여시더군요. 넉넉한 지갑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는 없네요” 하시면서 저의 호주머니에 10만원짜리 수표를 넣어주셨습니다.

저는 그 아저씨의 눈을 봤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분의 마음이 전달되었습니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분의 마음을 거절하는 것이라 생각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거금 10만 원을 받았습니다.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울컥했습니다.

'헌법 1조' 노래가 나오는 동안 저는 마이크를 잠시 끄고 심호흡을 몇차례나 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더욱 높였습니다. “재협상을 실시하라! 고시를 철회하라!” 퇴근길 운전자 분들이 경적으로 화답해주셨고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자유발언 시간에 한 선생님은 “0교시 수업, 영어 몰입교육 그야말로 청소년 우리 아이들의 삶을 고단하게 하는 미친 교육을 당장 중단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또 한 은 “사회자가 29일 30일 연일 마이크를 잡고 있어서 목이 쉰상태라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잠시 쉬라는 마음에 제가 마이크를 대신 잡는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헌법정신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말이다. 재협상 될 때까지 촛불을 내리지 말자”라고 외쳤습니다.

다시 헌법1조 노래가 흘러 나오는 동안 잠시 마이크를 끄고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또 한 분의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저에게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지금 출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같습니다. 이렇게나마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수고하십니다. 함께 참여하지 못해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 마음은 항상 같았으나 먹고 사는 것이 바쁘다보니 이렇게 됩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광양제철 협력 업체 야간조로 출근하시는 분 같았습니다.

“촛불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정말 이 정부가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

끝내 그 분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추고 있던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으셨습니다. 걱정 마시라고 여기 참가한 사람도, 참여하고 있지 못한 사람도 다 같은 마음 아니겠냐고 제가 위로 아닌 위로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애써보자며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손이 온통 굳은 살로 가득해서 마치 돌덩이와 악수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눈을 봤습니다. 그 슬픈 눈을 마주칠 수 없어서 저는 마이크로 돌아왔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고단한 삶이지만 가정을 지키고, 일자리 하나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고, 거리에 나오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눈물을 훔쳐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과연 누가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시작된 촛불을 보고 배후가 있다는 둥 국민 감정만 자극하고,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는 바로 정부 아니겠습니까?

국민들은 이미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대로 입었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놓고 거리에 소금을 뿌렸습니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걱정을 괴담이라고 폄하하고 끝도 없는 촛불대행진을 보고도 묵묵부답으로 눈 막고 귀 막고 있는 이 정부는 서민들 모두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촛불이 줄어들고, 지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했던 것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었습니다. 4·19때도, 80년 광주에서도, 87년 6월 항쟁 때도 그리고  IMF 국가 대 환란 속에서도 바로 국민이 나라를 구했습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역동성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역사의 현장에 서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시작된 촛불 문화제는 이제, 교육 문제, 대운하 문제, 의료보험 민영화 문제 등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는 국민 토론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순천비상시국회의는 국민대행진참여를 위한 대시민 호소 기자회견을 5월 30일 개최하였다.
▲ 5월 31일 국민대행진 참여를 위한 대시민 호소 기자회견 순천비상시국회의는 국민대행진참여를 위한 대시민 호소 기자회견을 5월 30일 개최하였다.
ⓒ 하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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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순천에서는 저녁 7시 조은 프라자에서 촛불 문화제를 뛰어넘어 촛불 대행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도 끝자락 28만의 작은 도시의 순하디 순한 사람들의 격정적인 분노가 수천명의 평화 대행진으로 표출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태극기를 들고, 하얀 티를 입고, 마스크를 쓰고 국민대행진에 동참할 것입니다.

정부가 하루빨리 고시를 철회하고,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는 길이 바로 국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어설픈 미봉책으로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려는 시도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오늘 저녁 우리는 촛불을 들고 남도 끝자락 순천에서 광주에서 부산에서 대전에서 대구에서 그리고 우리들의 심장부 광화문에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될 것입니다.

될 때까지 촛불을 내리지 맙시다.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책임자들이 처벌될 때까지 촛불을 내리지 맙시다.

투쟁은 사랑의 격정적인 표현입니다. 그 사랑의 대상은 온전히 대한민국이며, 촛불 문화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우리들 바로 국민입니다. 촛불을 내리지 말고 온전히 대한민국을 사랑합시다.

덧붙이는 글 | 다음 아고라에도 글을 올렸습니다.



태그:#순천,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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