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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에서 희대의 탈옥수 장진규 역으로 열연한 정진.
 <스포트라이트>에서 희대의 탈옥수 장진규 역으로 열연한 정진.
ⓒ 마이데일리 곽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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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몰라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MBC 수목 미니시리즈 <스포트라이트>(극본 이기원, 연출 김도훈)에서 희대의 탈주범 장진규 역할을 맡아 연기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나 재조명의 계기를 마련했다. 선악이 공존하는 배우 정진(31), 그를 이르는 말이다.

"신창원이란 사람을 많이 공부했어요"

그가 열연했던 장진규는 살인을 제외한 모든 범죄에 전과를 기록한 희대의 탈옥수다. 체포 당시 입었던 화려한 색채의 쫄티가 유행되기도 했던 신창원을 모델로 한 배역이다.

"다른 영화에 등장하는 비슷한 배역을 역할 모델로 삼기보다는 실존 인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죠. 신창원이란 사람을 많이 공부했어요. 관련 서적이나 논문도 읽고 한창 떠들썩했던 당시 뉴스를 훑어보며 최대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인물이 장진규죠."

신창원이 검거되던 순간은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탈옥수 장진규 역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만의 열정과 노력은 <스포트라이트>에서도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드라마 속 장진규는 악역 아닌 악역이라 할 수 있다. 정진은 자신이 맡았던 장진규를 '나쁜 놈'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했다.

"장진규는 악역이 아니라 그야말로 '나쁜 놈'이죠.(웃음) 사회에 대한 일종의 반항심에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캐릭터 자체가 악한 인물은 아니니 악역이라고는 할 수 없죠. 사회적으로 좋은 역할을 하는 사람도 악역이 될 수 있듯."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몰입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정진은 장진규에 대한 이해를 시작했고, 어느 정도 교차점도 찾기에 이르렀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있는 사람은 사람을 죽여도 금방 풀려나고 나같은 사람은 빵 한조각 훔쳐도 평생을 감옥에 간다"는 장진규의 울부짖음은 어떻게 보면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공통된 목소리에서 기인했을 터다.

"장진규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사회적인 불만을 대변해준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 표출 방향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점에 문제가 있는 거죠."

초심 그대로 '정진'할 따름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장진규가 스타로 떠올랐다면 정진은 초심 그대로 '정진'할 따름이다.

"드라마를 본 지인들이 '너 이번에 제대로 떴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전 이러죠. '장진규가 떴지 정진이 떴냐'고. 실제로 저를 '장진규'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분명 많은 출연분이 아니었음에도 이러한 파급력을 볼 때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속의 정진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속의 정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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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남긴 의미도 각별할 터다. 지난 2005년 에릭의 친구이자 서울대 출신 엘리트 성태 역할로 분했던 <신입사원>이 코미디 배우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라면 <스포트라이트>는 또 다른 이미지 전환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제가 연극을 할 때나 영화에서 주로 센 역할을 맡았었거든요. <신입사원>을 통해 처음으로 코믹 역할을 맡아봤어요. 이전까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역할을. 그런 점에서 <신입사원>은 코미디 장르가 가능한 배우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붙여줬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후로 들어오는 역할이 죄다 같은 이미지인 거예요. <스포트라이트>는 연기 패턴이 (코믹 쪽으로) 너무 굳어가는 게 아닐까 하던 타이밍에 만난 작품이에요."

<스포트라이트>는 <신입사원> 이후 너무 코믹 이미지로만 각인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정진의 배우적 고뇌를 말끔히 씻어준 작품이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일컬어 자신의 연기 인생에 일종의 '포인트'를 남긴 작품이라고 전했다.

"제 연기 인생에 몇 개의 점이 찍힐지는 모르겠어요. 제 인생의 전환점에 하나의 점이 찍힌다고 하면 <스포트라이트>가 그 하나의 진한 점을 남기지 않을까 싶어요."

"유연하고 편하게 잘하자"

그에게는 한 가지 연기 지론이 있다. '유연하고 편하게 잘하자', 바로 정진의 연기 지론이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편입 사실을 고백하며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시절이라고 했다. '편입'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게 예능 계열의 현실이지만 정진은 연기에 대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편입을 시도했고, 어렵사리 중대 연극영화과의 문을 뚫을 수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에서 장진규 역을 연기한 정진
 <스포트라이트>에서 장진규 역을 연기한 정진
ⓒ 마이데일리 곽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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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입 이후에는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작품에 임했다. 3년에 20편 이상의 작품을 소화한다는 것이 보통 배우의 힘으로 불가능해 보였지만 정진은 이 또한 가능으로 실현했다. 하지만 그때까지의 정진은 '열심히만 하는 배우'였다고 고백한다.

"그때까지는 정말 열심히만 하는 배우였죠.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무언가 안 풀린다는 느낌이 사그러들지 않는 거예요. 그 당시 정은표 선배님이 제게 해준 말이 있어요. 그 말 한 마디로 저를 얽매고 있던 모든 실타래가 풀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연기는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잘해야 하는 거야." 당시 정은표가 정진에게 남긴 한 마디라고 한다.

이후로 정진은 자신을 '놔버렸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란다. '유연하고 편하게 잘하자'라는 연기 지론이 생긴 것도 아마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저는 천재가 아니거든요. 물론 타고난 분들도 계시죠.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왜 난 안 되나'라는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요. 하지만 모든 부담을 털어내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연기가 편해진 느낌이었어요. 유연하고 편하게 잘하자는 제 연기 지론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예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스포트라이트, #정진, #장진규, #신입사원,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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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전혜연입니다. 공용아이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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