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평생을 농민운동에 헌신했던 남자, 농민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몇 안 되는 국회의원, 강기갑이 29일 경희대학교 청운관을 찾았다.
 
그는 최근 “호통기갑(쇠고기 청문회 등에서 정부 관계자들을 철저히 추궁해 호통을 많이 쳤다고 해서)”, “강달프(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수염마법사 ‘간달프’를 닮았다고 해서)” 등으로 불리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에는 범상치 않은 수염과 복장 등으로 유명했지만, 요즘은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호소력 짙은 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얻고 있다.
 
그는 이날도 어김없이 한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고 등장했다. 한복을 입으면 “정신 건강에도 좋다”며 강연의 운을 띄웠다.
 
민주노동당 17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그는 자신을 “농민국회의원”이라 소개했다. “먹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현재 농민은 먹는 것을 생산하는 일을 하고 있다”라며 가정으로 치면 농민은 ‘어머니’ 역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은 때로는 어리석은 존재인 것 같다. 공기가 중요한 것을 평소에 모르듯이 매일 먹는 밥상 위의 것들의 소중함을 평소에는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도 평생 농사를 하였고, 본인도 농업고등학교(사천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농사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정치 현장에서 언제나 농촌이 도외시되는 것을 알게 됐고, 선거철에는 이용만 당하고 (정치인들이) 당선 후에는 “잘 있거라, 나는 간다”는 식의 행태가 반복되는 것에 분개했다고 말했다. 선거철에는 농민의 의견을 수렴해줄 것처럼 행동하다가 이내 농촌을 “강 건너 불 보듯”하는 작태를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농민이 더 이상 정치판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자, 요구자가 아닌 법 입안자가 되자”라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농민의 목소리를 현실에 반영하기 위해 농민집단이 정치세력화 될 필요성도 느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 입성한 그는 초선의원답지 않게 ‘사건’, ‘사고’를 많이 일으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7대 의정 연찬회에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악수를 거부한 것이다. 일개 초선 의원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금치 못했던 사건이었다. 그런 행동의 이유인즉슨, 한국과 칠레의 FTA 문제로 농민들이 신음하고 있는데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칠레산 와인을 마시며 농민들의 고통을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당당히 국민의 어머니(농민)를 보살피지 않았기에 손을 잡을 수 없다고 말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2005년 말에는 쌀개방 협상 국회 비준 저지를 주장하며 29일간 단식투쟁을 해 현역의원 최장기간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 17대 국회를 “흔히 개판 5분 전이라 하는데, 5분 지나가고 개판”이라며 젊은 학생들 앞에서 (이런 현실을) 말하기 부끄럽다고 했다.
 
“정치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부를 챙기려 하고 군림하려 하고 있다”며 ‘줄서기’와 ‘재벌중심’의 정치양태가 항상 국민들을 소외시키고 정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다며 현 정치판을 비판했다.
 
강연 도중 쪽지를 전달 받은 그는 다소 격앙됐다.
 
▲ 강기갑 의원의 호통 장관 고시가 발표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 강기갑 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 김민석

관련영상보기

 
쪽지 내용은 ‘장관 고시’가 발표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고시를 하는 순간 협상은 살아나는 것”이라며 “광우병은 표가 안 난다. 발병 기간이 길어 무서운 것이다. 국민의 85%가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미 목축업자의 이익과 압력 그리고 로비에 굴복했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총선 전에는 표를 의식해서 (소고기 협상을) 발표하지 않다가 총선 후에 발표를 했다”라며 “광우병은 21세기의 흑사병”이라고 강하게 정부를 성토했다.
 
강기갑 의원은 “이렇게 할 거라면, 이 대통령 중국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첫 단추를 미국편에 서서 국민과 대적한다는 것이…(중략)…싹수가 노랗다”고 비판했다.

태그:#강기갑, #광우병, #호통기갑, #장관고시, #강달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