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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하는 태안주민
 삭발하는 태안주민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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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삼성은 물론이고 정부마저 태안사람들을 다 버렸습니다."

기름유출사고 170일을 넘기고 있는 충남 태안의 민심이 폭발 직전이다. 사고 이후 방제 작업에만 몰두했던 태안군민들이 가해자 삼성과 정부에 대해 "참을 만큼 참았다"며 강력한 투쟁 돌입을 선언하고 나서 태안지역 민심이 크게 동요되고 있다.

이처럼 태안지역 민심이 크게 동요되는 것은 외형적으로 방제 작업도 종료되고 예전의 모습을 회복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해 주민 대부분이 사고 이후 만져본 돈이라고는 정부의 긴급 생계비와 12월분 방제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특별 지원을 약속한 대표적인 대책인 '서해안 생계안정 특별공공근로 사업'과 '피해주민 건강검진사업'이 부처 이기주의와 예산 타령에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촉발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또 사고에 대한 사법부의 1심 재판이 애초 약속과는 달리 지루한 법리 논쟁과 가해자로 지목되는 삼성 측이 모든 사실을 부인으로 일관하며 난관에 닥치고,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대책마저 사실상 발표에 그치고, 더구나 피해주민들의 실질적인 요구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방제비 지급은 늦어지고... 정부 믿을 수 없다"

애초 충남도와 태안군이 태안반도 곳곳에서 사실상의 방제 작업이 종료되면서 맨손 어업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피해주민들의 생계유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긴급한 사업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지난 3월부터 행정안전부에 특별공공근로 사업비 200억원을 강력히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소수의 주민만이 참여하는 방제 작업이 사실상 이번 달 안에 대부분 끝날 예정으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특별 사업비에 대한 결정을 손꼽이 기다리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그나마 방제 작업이라도 해야 위안과 생계에 도움이 될 유일한 방법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두 달여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더욱이 사고 이후 5개월 정도 방제 작업을 했으나 방제비는 고작 지난해 12월분만 받은 상태에서 이후에 한 방제비는 이제서야 정산에 들어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 그나마 방제 작업도 종료될 예정이어서 생계의 위협까지 받는 실정이다.

김아무개씨는 "사고 이후 힘들고 어렵지만 하루에 6만~7만원의 방제작업비에 희망을 갖고 살고 있다"며 "방제비 지급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 방제까지 종료되면 무엇으로 희망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덧붙여 "하는 일마저 없어지면 정말 무슨 일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어제(27일) 민관 합동대책회의가 피해주민들에 대한 건강조사 중간 결과 발표를 통해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보건복지부가 피해주민들의 건강 검진을 위해 약속한 30억원의 예산에 대해 부처가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사업 승인 불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태안군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정부가 지난달 국제기금보다 넘는 피해액과 국제기금의 사정이 늦어지면 발표한 "정부가 먼저 대부금 형식으로 수천억을 지원하겠다"는 내용과 상반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8일 신진도에서 만난 어민 이아무개씨는 "정부가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생계와 건강이 달린 230억원도 예산타령과  부처가 이기주의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어떻게 수천억원을 선지급하겠다는 말을 믿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태안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로 밖에 안 들린다"고 격한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태안주민 투쟁 본격화

삼성 본관앞 무기한 단식 돌입
 삼성 본관앞 무기한 단식 돌입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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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참아오던 태안주민들이 드디어 오늘(28일) 오후부터 삼성에 대한 강력한 투쟁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는 태안군 유류피해민 대책연합회(회장 이용희) 소속 회원들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삭발식을 갖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서 피해 주민들은 ▲ 태안유류사고 특별법 개정 ▲ 유류 특검 ▲ 정부 책임자 구속처벌 ▲ 정부와 삼성은 피해민의 어업권 및 영업권을 매입하라 ▲ 삼성의 무한 책임 등을 주장하며 삼성 본관 앞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건희 회장 집 앞에서 각각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또 태안유류피해대책연합회는 이번 사고와 관련한 삼성의 무한책임을 촉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삼성에게 전하는 통고서'를 발표 하기도 했다.

이어 이 시간에 맞추어 태안주민 300여 명이 200여 대의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 삼성토탈(주)가 위치한 서산시 대산읍에 항의 방문을 하기 위해 일제히 몰려나왔다. 이에 서산시 석림 사거리에서 종합운동장에 이르는 도로 3㎞ 정도를 40분 이상 막는 차량 시위를 벌이도 했다.

또 연합대책위 산하 관광분야 피해대책위원회도 주민 1800여 명은 내일(29일) 서산시 대산읍 삼성토탈 앞 주차장에서 삼성의 무한책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 시위 등을 벌일 방침으로 투쟁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오늘 오전 8시부터 태안군 내 각 포구에서는 태안군 선주 협회 소속 어민들이 선박 200여 척을 동원해 사고 해역인 충남 태안군 원복면 학암포 앞 삼도 해상에서 대산항으로 출입하는 유조선들의 항로에서 해상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상 악화로 시위를 연기해 해경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으며, 태안주민들의 민심이 크게 동요되고 있다.

도로 점거 시위하는 태안주민들
 도로 점거 시위하는 태안주민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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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책임 묻기 위해 간가는 차량을 경찰이 막고 있다.
 삼성에 책임 묻기 위해 간가는 차량을 경찰이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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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태안기름유출사고,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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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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