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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지 위에 올려놓은 '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 표지 시안. (장영란 지음. 사계절출판사. 2008년 5월 발행)
 교정지 위에 올려놓은 '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 표지 시안. (장영란 지음. 사계절출판사. 2008년 5월 발행)
ⓒ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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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는 위험한 '폭탄'이다. 남녀평등, 처자 공유, 사유재산 철폐 같은 당시에는 물론이고 오늘날에도 논란이 되는 매우 혁신적인 주장이 담겨 있다.

플라톤을 오해하는 사람들은 그가 민주주의를 반대한 귀족주의자이며, <국가>에서 꿈꾼 이상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또 <국가>에서 '모방설'을 내세워 '예술의 열등함'을 주장하고 나아가 예술의 자율을 억압하는 논리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플라톤을 복잡한 현실을 모르는 고리타분한 사상가, 오늘날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옛날 사상가'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건 플라톤에 대한 오해일 수 있다. 플라톤의 책을 성실하게 읽지 않은 이들의 오해일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봐도 매우 혁신적인 주장을 펼친 플라톤의 <국가>

첫째, 그는 이미 2500년 전에 강력하게 남녀평등을 설파했다. 그리스는 철저한 가부장제 국가였기에 플라톤의 선진성은 더욱 놀랍다. 당시 놀라운 민주주의를 달성했던 그리스였지만, 여성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었다. 그리스인들은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고 보았다.

실제로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성은 본성상 우월하며, 여성은 열등하다. 그리고 전자는 지배하고 후자는 지배당한다. 이 원리는 필연적이며 모든 인류에게 적용된다." 또 그는 "여성은 불완전한 남성"이라고 했다. 이러한 편견은 당시에 아주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플라톤은 여성과 남성이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며, 모두 통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남녀차별이 마치 대머리와 장발에게 일을 따로 시키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즉 남녀를 차별하는 것은, 대머리인 사람이 제화공 노릇을 하면 장발인 사람들은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둘째, 그는 처자공유를 주장했다.

어떤 이들은 '처자공유'라는 말을 듣고 남녀가 누구하고든 마음껏 즐기는 '즐거운 상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플라톤이 처자를 공유하자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그건 모든 사람들을 처자처럼 여기고 아끼자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정치론을 펼치는 책에서 처자공유를 주장한 것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그 정치적 의미를 오늘날 용어로 번역하면, 복지국가의 이념을 설파했다고 할 수 있다. 즉 플라톤이 <국가>에서 주장한 처자공유란 국가가 시민의 기본 생계를 책임지는 복지국가의 이념을 설파한 것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다.

이미 2500년 전에 생생하게 복지국가의 이념을 설파한 플라톤의 <국가>가 놀랍지 않은가?

셋째, 지배층의 사유재산 소유 금지를 주장했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사회 지배층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모습을 많이 본다. 플라톤은 사회 지배층에게 사유 재산을 허용하면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있음을 염려했다. 그리하여 진정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조건으로 지배층의 사유재산 소유 금지를 주장했다. 이러한 플라톤의 제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해 보인다.

이렇듯 플라톤은 당시에는 물론이고 오늘날에도 논란이 되는 매우 혁신적인 주장을 했다. 그러나 플라톤의 <국가>가 놀라운 것은 그 주장의 혁신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에는 오늘날 현실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과두제(재산에 바탕을 둔 정치 제체)를 비판하는 대목은 마치 오늘날 한국을 꾸짖는 듯하다. 플라톤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어 양극화된 사회, 성장 위주의 정책만 중시하고 분배 문제는 소홀히 하는 사회, 사회 최상층에 소수 재벌이 있고 나머지 대다수 사람은 가난한 사회를 준엄하게 꾸짖는다.

대략 2500년 전 플라톤이 살던 시대와 현재는 다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변함없는 듯하다. <국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올바름이란 무엇인지 끝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읽을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고전, <국가>

<국가>는 이데아론, 모방설, 이상사회론을 비롯해 플라톤의 핵심사상을 담고 있으며, 인식론, 윤리학, 정치학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쟁점을 논하는 고전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국가>에서는 고전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고전은 시공을 초월해 공감을 이끌어내고, 우리는 고전의 그러한 힘에 놀라곤 한다. 정말이지 고전은 읽을수록 새롭게 느껴진다. 우리는 플라톤의 <국가>에서 바로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오해의 눈을 씻고 들여다보면 <국가>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두려운 상상력'이 지뢰처럼 깔려 있는 책이다. 그러나 그 지뢰는 탐지할 수 있는 이에게만 보일지도 모른다.

<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장영란 씀, 사계절 출판사 펴냄)는 플라톤의 <국가>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원문을 인용해서 해설해주고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한 책이다. 독자들에게 플라톤에 대한 오해를 푸는 책이자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상상력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어야 하는 의무만 있고 읽을 수 없는 고전을 읽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플라톤은 현대 사상가들에게도 여전히 새로 읽어야 할 또는 새로운 사유를 건져 올릴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우물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사유의 실험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서상일 기자는 사계절 출판사의 편집자입니다.



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

장영란 지음, 사계절(2008)


태그:#플라톤, #국가, #장영란,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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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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