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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기 전 기념 촬영한 우리 가족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기 전 기념 촬영한 우리 가족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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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떠난 해외여행

퇴근하자마자 아내는 캄보디아 여행상품을 예약해놓았던 홈쇼핑 여행사에서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어쩔 거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해외여행 한 번도 안 가봤다고 재차 강조한다.

"알아서 해!"

저녁 7시를 넘어선 늦은 시간임에도 아내는 여행사에 연락했다. 여행사에서는 해외여행을 하려면 여권이 있어야 하는데 준비됐냐고 묻는다. 요즘은 여권을 신청하면 4일 만에 나오니까 내일 신청하면 된다고 우겨 예약을 해버렸다. 출발일까지 휴일인 어린이날을 빼면 딱 6일 남았다. 근데 아직 사진도 없다. 갈 수 있을까?

"캄보디아 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가냐고요. 안전요원은 배치되었어요?"

작은아들 윤성이(초 4)는 안 간다면서 엉뚱한 말만 쏟아냈다. 나도 내심 불만이다. 여행기간(5월 6일~9일)이 평일인데 어떻게 하냐고. 회사에 가서 무작정 일주일 쉰다고 하라고? 그것도 양쪽으로 연휴가 끼어 있는 황금 같은 시기에?

"그럼 혼자 갔다 올게."
"그게 말이 돼?"

다음날 사진을 찍고 월요일(4월 28일)에 여권을 신청했으나 시간이 늦어 금요일(5월 2일)에 나온다고 했다. 하루의 여유도 주지 않는다. 행여 착오라도 생기면 여행은 못 가는 거겠지.

인천공항까지도 먼 길, 까다로운 절차들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만 하다.
▲ 인천공항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만 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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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어린이날. 날씨가 맑다. 기분도 상쾌하다. 여행에 나선 우리 가족은 5명. 나, 아내, 아들 둘, 그리고 아버지.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다. 광주공항까지 차로 이동한 후 12시에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처음 가는 해외여행. 설레는 마음에 자꾸 서둘러진다. 인천공항에서 저녁 7시 20분 비행긴데 오후 5시까지 도착하라고 했다. 광주에서 공항까지 4시간 반이 소요되니 넉넉하게 도착할 것 같다.

인천을 지나고 바다가 보이더니 멀리 공항이 보였다. 아내는 내심 실망이다. 드라마에서 보던 커다란 구조물을 기대했었는데 넓은 평지에 그만그만한 공항 관제탑만 눈에 들어온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여행사 직원을 만나니 작은 비닐 주머니 한 개씩 주면서 알아서 하란다. 이런저런 주의사항, 친절한 안내 등등 잔뜩 기대를 했건만.

비행기표를 끊고, 배낭을 수화물로 보내고 나니 시간이 엄청 많이 남았다. 공항을 배회하는 것도 촌스럽게 보일 것 같았다. 안에 들어가면 구경거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출구로 들어섰다. 출구에는 액체류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경고문이 보였다. 윤성이가 "왜 못 가져가는데?'하고 물었다. '아마 액체류가 폭발물과 잘 구분되지 않아 그러지 않을까?'하고 설명했지만 의문이 풀리지 않는 눈치다.

"왜 이리 복잡해."
"수상한 사람이나 나쁜 사람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검사를 철저히 하는 거래."

세관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심사를 하니 윤성이가 또 투덜댄다. 그렇게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하니 면세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38번 출구를 찾아가니 아직도 1시간이나 남았다.

드디어 하늘로 떠오른 비행기

애들은 공항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를 실컷 구경했다. 나는 긴장했는지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국제선이라 큰 비행기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작다. 큰놈과 작은놈은 각각 창가 쪽으로 자리를 하나씩 잡았다. 비행기 날개 쪽이다.

"애들아 비행기 날개를 잘 봐봐, 어떻게 날아가는지. 날개가 위아래로 파닥거릴 거야."

재형이는 피식 웃는다. 제 시각에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였다.

"아빠, 날개가 아래로 길게 나왔어."
"배가 물에 뜨는 건 '부력'이고 비행기는 하늘에 떠오르는 건 '양력'이라고 한단다. 그 양력을 발생시키는 게 날개의 위와 아래의 공기 흐름을 조절해서 만들어 내는 거야. 위쪽의 공기 흐름을 빠르게 하면 위로 올라가겠지?"

너무 어려운가 보다. 더 이상 설명 포기.

인천공항을 떠오른 비행기는 한 바퀴 크게 선회하더니 점점 높이 올라갔다. 비행기의 속도와 높이, 온도를 알려주는 표시도 보였다. 윤성이는 당연히 궁금해한다.

"항해거리가 왜 마일로 나왔다가 킬로미터로 나왔다가 하는 거야?"
"응. 배나 비행기는 킬로미터로 쓰기도 하지만 마일로 쓰기도 한단다. 1마일은 1.6킬로미터로 계산하면 될 거야."

나도 모르겠다. 그만 궁금했으면 좋겠다.

머나먼 이국땅에 첫발을 내딛다

정열적인 꽃들이 이곳이 이국땅임을 알려준다.
▲ 씨엠립 거리 풍경 정열적인 꽃들이 이곳이 이국땅임을 알려준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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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정말 불편했다. 자리도 좁고 움직이기도 힘들고. 밖에는 어둠이 진하게 내렸다. 창밖으로 본 하늘은 별들이 옆으로 보인다. 베트남 상공을 지나면서 아래로 보이는 야경이 아름답다. 그 후로도 한 시간 반을 더 날아가니 씨엠립 공항에 도착했다.

다섯 시간 반을 날아왔다. 힘들다. 밤 11시를 다가서고 있다. 우리나라와 두시간 차이가 나니 현지 시각으로는 새벽 1시. 비행기를 내려서면서 이국땅에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남국에 온 느낌이 진하게 피부를 감쌌다.

출국수속은 너무나 간단했다. 현지 경찰의 원스톱(?) 업무대행으로 바로 공항을 나와 대기중인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너무나 피곤했다. 하루 종일 시달려 도착한 이국땅 호텔방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 보니 YTN이 나온다. 이 먼 곳에서도 우리나라 뉴스를 볼 수 있다니.

낯설지 않은 아침을 맞으며

어제 그렇게 피곤했는데도 불안함 마음이 앞서서인지,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새소리와 오토바이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5시. 도로에는 오토바이가 새벽을 가르며 분주히 지나갔다. 상쾌한 아침이다.

이국에서 아침을 맞았다. 창문 베란다로 나가니 뜨거운 열기를 식힌 공기는 매캐한 흙냄새를 잔뜩 머금고 있다. 참새가 이리저리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우리나라에만 사는 텃새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만나다니 무척 반갑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같이 여행할 일행을 기다리는 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시간을 잘못 계산했음을 알았다. 우리나라와 두 시간 차이가 나는데 우리나라 시간에 맞춰 나왔으니 두 시간이나 서둘러 나온 셈이다. 밖으로 나오니 호텔주변에는 남국의 열정적인 꽃들이 피어 있다. 노란색, 붉은색 등 나무마다 화려한 꽃을 자랑하고 있었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다.
▲ 도시 주변에서 본 꽃 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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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로 나왔다. 깜찍한 신호등이 보였다. 신호등에는 남은 시간이 열심히 줄어들고 있다. '신호등은 잘 만들어 놨구나.' '근데 차 번호판이 없는 차도 있네.' 호텔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들어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본 신호등은 씨엠립에 딱 네 개밖에 없는 신호등 중 하나였다.

그리고 차량 번호판이 없이 돌아다니는 이유는 이곳에서 차를 소유하는 것은 부자로 인식되어 차 등록비가 엄청 비싸단다. 비싼 돈 들여 등록하느니 수시로 단속되어 벌금을 내도 그게 더 싸게 든다고 하여 그냥 다닌단다.

번호판 없는 차들이 다닌다. 이 나라는 차량 등록을 안해도 마음대로 다닐수 있는 줄 알았다.
▲ 씨엠립 거리 번호판 없는 차들이 다닌다. 이 나라는 차량 등록을 안해도 마음대로 다닐수 있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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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치 월급보다 비싼 입장권

차들이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갔다. 양 옆으로는 높지 않은 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영향으로 건물들이 프랑스풍이란다. 대부분 호텔이나 관광이 목적인 건물들로 보였다.

가끔 보이는 학교에는 작은 애들부터 큰 애들까지 두루 보였다. 교복인 듯 흰 상의에 진한 청색 치마와 바지를 입었다. 교육은 의무교육이지만 집안사정상 보통 초등학교 2학년까지 보내고 집안일을 돕는다고 했다. 그나마 학교 다니는 애들은 형편이 나은 애들이라고.

앙코르 유적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사야 했다. 매표소에 도착해서 1인당 40불짜리 입장권을 지급받았다. 이곳에서는 고가의 입장권이기 때문에 위조를 못 하게 사진을 찍어 발행한다고 했다. 참고로 캄보디아 한 달 최저임금이 50불인데 실제로는 절반 정도만 지급해도 일을 한단다. 한 달치 월급보다도 비싼 입장권인 셈이다.

무료하게 늘어진 낯선 이국땅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길로 들어섰다. 길옆으로 군데군데 농가가 보였다. 농가는 높은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마루형태로 집을 지어 놓았다. 뱀이 많아서 사각기둥으로 높게 세웠다고 했다. 아래에는 탁자와 의자를 놓았다. 가족들이 빙 둘러앉아 뜨거운 햇살을 피해 쉬고 있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나름대로 분주한 시골풍경이다. 해먹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무척 지쳐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이곳 날씨는 건기의 마지막과 우기의 시작으로 땅은 바짝 말라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다 차가 멈춰 섰다. 도로를 새로 놓으려고 임시 다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도둑들이 가끔씩 다리 위 철판을 가져가 버린다고 했다.

차는 오래도록 멈춰 서 있고, 차창 밖으로 바라본 풍경은 시간도 같이 멈춰선 듯했다.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 무료하게 늘어진 낯선 이국땅에서 마음에 여유를 느꼈다.

주변에 도마뱀이 많이 보인다.
▲ 도마뱀 주변에 도마뱀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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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5월 5일부터 9일까지 처음으로 가족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태그:#씨엡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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