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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중국 쓰촨성에서 리히터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쓰촨성 지진 피해 현장을 직접 취재 중인 모종혁 통신원이 현지에서 두 번째 르포를 보내왔습니다. [편집자말]
지금도 검은 유독 가스가 피어오르는 윈펑화학회사 공장. 지방정부는 화학물질의 독기가 제거됐다고 선언했지만 생존 주민의 귀가는 허용치 않고 있다.
 지금도 검은 유독 가스가 피어오르는 윈펑화학회사 공장. 지방정부는 화학물질의 독기가 제거됐다고 선언했지만 생존 주민의 귀가는 허용치 않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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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낮에도 파괴된 공장 설비에서는 유독 가스가 나와 대기로 퍼져나갔다.
 14일 낮에도 파괴된 공장 설비에서는 유독 가스가 나와 대기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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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을 맞은 듯한 잉화진 마을 전경. 제대로 성한 건물과 집이 드물었다.
 폭격을 맞은 듯한 잉화진 마을 전경. 제대로 성한 건물과 집이 드물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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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가스가 퍼지자 지진 속에 살아남은 잉화진 주민들은 급히 고향과 집을 떠나야만 했다. 피난소로 옮겨진 주민들은 입을 옷을 제외하곤 어떤 살림살이도 챙기지 못했다.
 유독 가스가 퍼지자 지진 속에 살아남은 잉화진 주민들은 급히 고향과 집을 떠나야만 했다. 피난소로 옮겨진 주민들은 입을 옷을 제외하곤 어떤 살림살이도 챙기지 못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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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냄새만이 남아있는 현장

그곳은 갓 폭격당한 마을과도 같았다. 처참하게 파괴된 건물과 집, 검은 연기를 내뿜는 음사스런 공장, 주인 잃은 개와 고양이가 오가는 골목길…. 간혹 폐허 속에서 생활도구를 챙기는 주민을 만나지 않는다면 잉화(營華)진은 사람이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

14일 낮 중국 쓰촨(四川)성 스팡(什邡)시 잉화진을 찾은 기자는 메케한 냄새에 호흡 장애를 느껴야만 했다. 지난 12일 원촨(汶川)현에서 발생한 지진은 몇 분 뒤 잉화진을 강타했다. 한창 조업 중이던 윈펑(雲風)화학회사의 공장은 지진의 습격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윈펑공장 관리사무소는 힘없이 붕괴되었고 공장은 엿가락처럼 무너졌다. 가동설비가 파괴되면서 전기 누전이 발생, 옆 창고에 쌓아놓은 80여톤의 화학물질이 타올랐다. 유독성 황산과 암모니아 연기는 공장에서 잉화진 전체로 금세 퍼졌고, 지진 발생 후 매몰된 노동자 600여 명과 마을 주민 1000여 명의 목숨을 바로 앗아갔다.

한 주민은 "폐허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매몰된 가족·친척·동료를 살필 여유도 없이 지방정부가 내린 소개령 때문에 강제로 차에 태워져 스팡 도심지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귀가가 허용되어 이틀 만에 집에 돌아왔다"면서 "사태 수습을 맡은 무장경찰에 의해 죽은 내 가족의 시신이 빼돌려져 화장 당한 것 같다"고 절망했다.

웃음을 잃은 사람들은 얼굴 위에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다. 루웨이(23·여)는 "지금은 화학물질의 독기가 모두 외부로 빠져나갔다곤 하지만 여전히 위험하다"면서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꼭 쓰고 물은 외부에서 온 생수만 마신다"고 전했다.

대지진으로 완파된 윈펑공장 관리사무소. 한참 사무소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비명횡사 당했다.
 대지진으로 완파된 윈펑공장 관리사무소. 한참 사무소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비명횡사 당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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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가락처럼 파괴된 윈펑공장 작업장. 이 곳 지하에 매몰된 적지 않은 노동자가 즉사했다.
 엿가락처럼 파괴된 윈펑공장 작업장. 이 곳 지하에 매몰된 적지 않은 노동자가 즉사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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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는 건설 장비를 동원해 폐허가 된 윈펑공장 수습에 나섰다. 이들은 더 이상 시신의 보존에는 안중에도 없다.
 중국정부는 건설 장비를 동원해 폐허가 된 윈펑공장 수습에 나섰다. 이들은 더 이상 시신의 보존에는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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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된 노동자 구출과 사망한 시신 수습을 위해 동원된 중국 군인들.
 매몰된 노동자 구출과 사망한 시신 수습을 위해 동원된 중국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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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독 물질 퍼져

쓰촨성 수도 청두(成都)에서 북쪽으로 70여㎞ 떨어진 잉화진에 들어서는 길은 쉽지 않았다. 거리는 멀지 않으나 비포장도로라 거칠었다. 청두를 떠나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스팡시 도심은 평온했다. 일부 건물에 금이 가고 한 두 공장의 천장이 내려앉긴 했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발길을 돌려 험난한 산길 도로를 거쳐 도착한 잉화진은 흉측했다. 온전히 원형을 유지한 건물이나 집은 하나도 없었다. 멀리 20여㎞ 밖에서부터 맡을 수 있는 황산과 암모니아 냄새가 독해 기자에게 심한 두통을 안겨주었다.

처참하게 무너진 집 속에서 기르던 돼지의 생사 여부를 파악하던 양주안(58·여)은 "지진 발생 시 유독 물질의 연기를 들이켠 몇몇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전했다. 양은 "지진에 매몰된 사람 중 적지 않은 이가 호흡 곤란으로 죽었다"면서 "잉화진은 지진에다 유독 가스로 인해 피해가 더욱 컸다"고 말했다.

천진룽(46)은 "이 일대에서만 1만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라며 "살아남은 게 천만다행"이라 말했다. "천은 주변 200가구 이상의 마을 30여 개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독 물질이 퍼져 살아남은 생존자를 그냥 두지 않았다"고 치를 떨었다.

1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스팡시에서 실종되거나 연락이 되지 않은 주민 수는 무려 3만명"이라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스팡시의 사망자 수는 2500명을 넘었다"면서 "지진 진원지인 원촨에서 50여㎞ 떨어진 스팡은 이미 사상자만 1만명, 경제적 손실은 400억 위안(한화 약 5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진으로 매몰된 동료 노동자의 시신을 수습하는 윈펑화학회사 직원들.
 지진으로 매몰된 동료 노동자의 시신을 수습하는 윈펑화학회사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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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집에서 간신히 베게와 이불을 꺼낸 한 남자가 넋이 나간 채 앉아있다.
 파괴된 집에서 간신히 베게와 이불을 꺼낸 한 남자가 넋이 나간 채 앉아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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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펑공장에서는 마스크는 필수다. 기자는 취재 중 여러 차례 호흡 곤란을 느껴야만 했다.
 윈펑공장에서는 마스크는 필수다. 기자는 취재 중 여러 차례 호흡 곤란을 느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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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피난소를 떠나 집으로 돌아와 세간과 기르던 돼지를 찾는 양주안씨.
 정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피난소를 떠나 집으로 돌아와 세간과 기르던 돼지를 찾는 양주안씨.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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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진, #중국, #쓰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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