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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숲은 조용한 것 같지만 사실은 상당히 수선스럽습니다. 나무들이 자라느라 몸을 뒤트는 소리, 잎들이 커지느라 가슴을 펴는 소리, 피어나는 크고 작은 꽃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다람쥐 청설모 추운 겨울 잘 지냈느냐고 서로 인사하는 소리, 꽃  속에서 붕붕거리는 꿀벌들의 날갯짓소리,

 

5월 숲속에 들면 싱그러움이 넘쳐납니다. 4월의 숲이 어린이라면 5월의 숲은 청소년입니다. 4월에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한 나뭇잎과 새싹들이 힘차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지요. 5월의 숲은 발랄한 생기가 넘쳐납니다. 청소년들처럼 말입니다.

 

"빠! 빠! 빵! 빠라빠라빠라! 빠빠빵!"

 

어디선가 밝고 경쾌한 나팔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꼭 군대생활 할 때 기상나팔소리처럼 들려서 귀에 거슬린다고요? 그럼 다른 곡으로 할까요? 암튼 생기발랄한 숲속에서 누가 나팔을 불고 있을까요? 나팔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곳으로 발길을 돌려봅니다.

 

한 무리의 붉은 꽃들이 밝은 미소로 맞아줍니다. 작은 나팔처럼 생긴 꽃들입니다. 그렇다고 나팔꽃만큼 큰 꽃들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작고 오종종한 모습입니다. 멀리서 보면 푸른 나무 잎사귀 사이로 붉은 점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요즘 숲속에 들어서면 어느 곳에서나 쉽게 눈에 띄는 꽃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꽃이 크고 화려해서 금방 눈길을 사로잡는 그런 꽃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나팔처럼 생긴 모양에 붉은 색깔이 상당히 자극적인 모습입니다.

 

바로 붉은 병꽃입니다. 나팔처럼 생긴 꽃자루가 길쭉한 끝에 꽃잎이 다섯 쪽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꽃술도 다섯 개입니다. 꽃잎이 갈라지지 않았다면 거의 완벽한 나팔모양입니다. 그런 꽃들이 서너 개씩 한 묶음으로 피어 있는 모습이 여간 예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나팔처럼 생긴 꽃을 왜 병꽃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요? 꽃 이름이 나팔꽃이 아니고 병꽃인 것은 꽃모양이 아니라 열매 모양 때문입니다. 꽃이 지고나면 역시 작은 열매가 열리는데 그 모양이 꼭 작은 호리병처럼 생겼거든요.

 

그리고 나팔모양의 꽃은 나팔을 더 많이 닮은 나팔꽃이 있는데 또 다른 꽃을 나팔꽃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겠지요. 그래서 병꽃이랍니다. 그 붉은 병꽃들이 뒷동산 산자락 이곳저곳에 다투어 피어나고 있습니다.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청소년처럼 생기발랄한 숲 속에 밝고 경쾌한 나팔소리라도 힘차게 불어줄 것 같은 모습입니다. 같은 무렵에 피어나는 화려한 장미와 향기 짙은 아까시 꽃에 가려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하지만 참 아름다운 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병꽃, #나팔수, #5월의 숲, #생기발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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