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주)

<매트릭스>(1999)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워쇼스키 형제(앤디워쇼스키,래리워쇼스키)가 <스피드레이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는 창조적이고 실험적이란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영화가 개봉될 당

시에는 치기 어린 장난처럼 보이던 영화 속 현상들은 영화 개봉과 함께 영화계를 넘어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문화산업을 이끄는 핵심 아이콘이 되버리곤 합니다.

 

고뇌에 찬 ‘키아누 리브스’의 연기를 바탕으로 '매트릭스 현상'이라고 까지 불려질만큼 당시 <매트릭스>의 스토리 전개와 철학적 사고, 촬영기법은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동생 앤디보다 2살이 많은 ‘래리 워쇼스키’는 1965년생입니다. <매트릭스>의 성공 이후 이젠 40대가 되버린 이들 앞에 <스피드레이서>는 또 다른 실험이자 도전입니다.

 

<매트릭스>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워쇼스키 형제는 영화 속에서 주연배우를 통해 분명한 메시지 담기를 즐깁니다. 기계문명에 맞서 세상을 구원하기 위애 불철주야 가슴 끓이던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매트릭스> 속에서 워쇼스키 형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분신이었다면, <스피드레이서>에서는 스피드 레이서(에밀 허쉬)가 거대기업의 불의에 맞서 정의를 지키는 분신임을 자임합니다.

 

가문과 먼저 세상을 떠난 형의 명예를 지키고 거대기업 '로얄튼'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경

주용차 '마하5'를 몰고 위험천만한 '카사 크리스트' 얼음계곡을 질주하는 스피드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언뜻 언뜻 <매트릭스> 속 네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미래형 스피드액션이라는 별칭이 붙은 <스피드레이서>는 일본 에니메이션의 대부로 알려진 '요시다 다츠오'의 만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1967년작 TV 만화영화 시리즈<마하 고고>를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매트릭스>가 심오한 철학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네오를 부각시켰다면 <스피드레이서>는 가볍고 경쾌한 발상과 원근감과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시속 800km ‘마하5’의 질주를 통해서 비리와 허위에 빠진 세상을 신나게 바로 잡고자 하는 형제 감독의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비로 1억5천만불, 마케팅비용으로 1억불이 소요된데다, 워쇼스키형제의 11년만의 직접 제작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애초 기대와는 달리 한국을 제외하고 <스피드레이서>의 개봉 첫주 흥행 성적은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즈>의 A.O 스캇을 비롯한 여러 할리우드 평론가들은 위쇼스키 형제가 자기도취에 빠졌다거나,특수효과외에는 볼거리가 없고, 캐릭터가 만화수준으로 빈약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국내 평론가들의 경우는 좀 차이는 있지만 초감각적 이미지의 구현이라고 정의한 <필름 2.0>의 김혜선 기자의 평처럼 캐릭터보다는 표현과 특수효과 등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는 아마도 톱스타 비(정지훈)의 출현이 영화 흥행에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속 '태조'역을 맡은 비의 연기는 역할상 아쉬운 점이 많지만 오히려 후반부 짧게 등장하는 GOD 출신 박준형의 신들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한글자막을 삽입하고, 배역 이름을 한국의 왕을 뜻하는 '태조'로 바꾼 비의 노력도 국내팬들에겐 반가운 일입니다.

 

일부 평론가들의 평가처럼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듯한 취약한 캐릭터의 설정에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도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을 꾸는 듯한 두 형제의 실험정신은 여전히 높히 평가 받아야 할 듯합니다.

 

캐릭터의 취약성을 감안한다면 가상의 도시 '코스모폴리스'를 배경으로 강렬한 색채와 속도감으로 런닝타임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사이버 자동차 경주를 즐길 준비가 된 20대 초반의 관객들이라면 <스피드레이서>는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될 듯합니다.

2008.05.13 19:46 ⓒ 2008 OhmyNews
스피드레이서 개봉영화 워쇼스키형제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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