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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가루와 쌀가루로 뽑은 면.
 보리가루와 쌀가루로 뽑은 면.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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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층을 대변하는 국수의 원료가 되는 밀가루 값이 뛰고 있다. 국제 곡물 값이 올라 밀가루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국내 제분회사들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은 이제 아이들에게 자장면 한번 사주는 일도 큰 맘을 먹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구나 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한편 수입 밀을 대신해 서민의 입맛을 사로잡을 ‘가루 음식’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난제를 안고 몇 년 전부터 실패를 거듭한 끝에 쌀을 비롯한 보리, 감자, 콩 등을 이용한 면발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기계를 만들어 낸 식료품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오세성 사장을 만나 보았다.

"쌀가루, 콩가루, 보리 가루 등 가루만 가져 오시면 면발로 뽑아드립니다. 햅쌀 가루로 면을 뽑았더니 너무 쫄깃거려서 우리 기계에는 묵은 쌀이 더 좋을 것 같아요"

함평 나비 축제 행사장에서 시식회를 열고 있는 오세성 사장은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쌀가루로 면발을 직접 뽑아서 자장면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사실은 3년 전에 이 기계를 (식품 전문 기계 제작 회사인 태성 ENG와 함께) 개발해놓고 수입 밀가루 값에 비해 쌀값이 비싸 경쟁력이 없어서 세상에 내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면 유일하게 자급이 되는 국내산 쌀의 재고분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쌀가루 면이 대중화되어야 하지 않을 까요?"

하지만 시중에는 이미 쌀국수, 우동 등 쌀을 이용한 면요리가 시판되고 있는데 차별화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시판되고 있는 쌀 면류는 쌀이 주성분이 아니라 타피오카(열대 지방의 카사바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전분)의 함량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국내산 쌀로는 쫄깃거림과 장시간 보관상의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식 보도가 난 적이 있습니다.(조선일보 4. 12) 하지만 제가 만든 이 기계는 쌀가루 외의 곡류 99%로 면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쌀국수 기계에 대한 특허증
 쌀국수 기계에 대한 특허증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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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루 면의 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해 이미 특허까지 받아 놓은 기계의 입구에 하얀 쌀가루를 쏟아 넣으니, 곧 가는 면으로 변신했다. 쌀국수 가락이 뽑아지는 장면을 구경하다 보니 쌀 자장면의 맛이 궁금해졌다. 그동안 밀가루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물어보자, 직접 먹어 보라며 해물 쌀 자장면을 쟁반 가득 담아다 주었다.      

"대체로 밀가루보다 더 쫄깃거리고 맛이 있다고들 하시고요. 밀가루를 드시면 소화가 안 된다는 분들이 있는데 쌀가루면은 그런 분들에게도 적합한 면입니다. 밀가루 음식은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고들 하는데 제대로 식사를 한 것처럼 든든해서 군요기를 할 생각이 들지 않는 점도 좋구요."

"식품은 보관상의 문제를 항상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유통과 장기 보관에는 문제가 없나요?" "밀가루 면이 시간이 지나면 불어서 못 먹게 되는 반면에 쌀가루 면은 잘 붇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뽑아 놓고 냉장, 냉동 보관할 수 있고 유통도 가능하기 때문에 배달을 주로 하는 중국집에는 희소식이 될 것입니다."

쌀국수로 만든 쟁반 자장면. 밀가루보다 쫄깃거리는 식감이 좋고 한끼 식사로 든든하다.
 쌀국수로 만든 쟁반 자장면. 밀가루보다 쫄깃거리는 식감이 좋고 한끼 식사로 든든하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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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자장면을 맛보기 전에 정말로 밀가루처럼 붇지 않는지 한 가닥을 떼어서 시험을 해봤는데 맛과 형태 면에서 변화가 없었다. 쌀자장면의 맛은 대체로 밀가루 면과 특별히 차별화된 맛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장 소스와 쌀면이 착 달라붙는 맛은 좀 덜한 것 같았다.

밀가루에 비해서 쌀은 영양학적인 부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단지 그동안은 국내에서 소비하는 쌀을 자급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혼식을 장려하고 분식을 애용하는 정책에 펼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수입 밀가루 가격이 1Kg에 1500~1800 원으로 정부 비축미 가격 1Kg에 605원을 앞지른 지금 현실에서는 이 기계를 이용해 쌀면 시대의 대중화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태그:#쌀국수 , #쌀가루면 , #쌀국수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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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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