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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양성의 의미를 일깨우고 거주 외국인을 포용하기 위해 천안지역 세계인의 날과 다문화주간이 설정됐지만 관련 행사가 없어 제정 취지가 반감되고 있다.

 

천안은 지난해 10월 의원발의를 통해 '천안시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거주 외국인들의 지역사회적응과 인권보호, 생활편익 향상을 돕기 위해 제정된 지원조례에 따르면 매년 5월 20일은 '천안시 세계인의 날.' 세계인의 날로부터 1주간은 다문화주간으로 설정됐다.

 

천안시는 세계인의 날 및 다문화 주간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식 및 문화·예술·체육행사, 연구발표 및 국제교류행사 등을 실시할 수 있다.

 

또한 명예시민증 수여, 외국인을 포함한 유공자·단체의 격려, 그 밖에 외국인 및 다문화에 대한 지역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행사도 실시할 수 있다고 조례에는 명시되어 있다.

 

오는 20일은 조례 제정 이후 처음 맞는 천안시 세계인의 날과 다문화주간. 하지만 올해 시가 다문화주간에 계획한 공식 행사는 한 건도 없다. 5월 20일이 아닌 10월 천안시가 주최하는 흥타령 축제기간동안 1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세계인의 날 기념 외국인 한마당 행사를 갖는다는 것이 전부이다.

 

거주 외국인 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천안시 민관협력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외국인 한마당 행사는 춤을 주제로 한 흥타령축제에 걸맞게 외국인 춤 경연, 각국 민속소개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시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에는 세계인의 날 및 다문화 주간 기념행사를 필요에 따라 시에서 개최하는 축제와 연계해 행사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하면 흥타령 축제 기간 세계인의 날 기념식을 갖는다는 시의 구상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주민 지원 단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세계인의 날 및 다문화 주간 기념행사를 시 축제와 연계할 수는 있지만 현재 상황은 연계가 아니라 종속에 가깝다는 것. 세계인의 날 기념식이 축제의 수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한 개쯤으로 여겨지며 사실상 독립적인 다문화주간의 의미는 실종된다는 지적이다.

 

김기수 천안이주민지원센터 소장은 "지역축제에 거주 외국인들의 참여를 촉진한다는 의미는 찾을 수 있겠지만 그 마저도 동원의 성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계인의 날 및 다문화주간 행사는 축제와 독립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별도 운영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지영 천안모이세 사무국장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이 국장은 "처음 맞는 천안시 세계인의 날 및 다문화 주간에 거주 외국인의 복지와 인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발표회나 행사가 한건도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특히 이지영 국장은 "축제기간 기념행사 하나로 세계인의 날 및 다문화 주간을 갈음하는 것은 조례제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세계인의 날 및 다문화 주간이 이처럼 명목상 운영되는 상황에는 외국인지원 자문위원회의 미구성도 한몫하고 있다.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외국인지원 자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자문위는 거주 외국인 및 외국인 가정 지원에 관한 사항, 외국인의 지역사회 적응 프로그램의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자문하게 된다.

 

천안시는 당초 올해 2, 3월 외국인지원 자문위를 구성할 예정이었다. 년 5회 회의를 갖는 것으로 관련 예산도 편성했다. 하지만 조례가 공포된 지 반년 이상 경과했지만 여전히 자문위는 미구성 상태.

 

천안시 민관협력팀 관계자는 "구청 신설에 맞춰 여성가족과에 외국인지원팀이 신설된다"며 "자문위 구성은 외국인지원팀 신설 이후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시는 6.7월 구청 개청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말 기준해 주민등록상 천안지역 거주 외국인 수는 남성 6천1백17명, 여성 3천8백19명 등 총 9천9백36명을 기록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7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태그:#외국인지원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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