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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봉화산(150m)으로 간다. 봉화산 중턱 바위틈에 마치 우리의 불안한 현실처럼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마애불을 보기 위해서다. 행여 이 마애불 앞에서 기도를 하면 미국이라는 바위틈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있는 이 나라가 바로 서고, 물가 인상 등으로 점점 골이 깊어가는 빈부 양극화가 사라지려나 하는 기대와 함께. 

 

미국산 미친 소 수입 전면개방에 따른 반대 촛불집회 등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봉화산으로 오르는 길목 곳곳에도 하이얀 찔레꽃이 어느 여중생의 손에 들린 촛불처럼 환한 빛을 내고 있다. 저만치 풀숲 곳곳에는 빠알간 뱀딸기가 은근슬쩍 고개를 내밀며 지나치는 나그네의 발길을 한껏 유혹한다.

 

음메에~ 어디선가 정겨운 소 울음소리가 나그네의 귀를 타고 흐른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들판 한가운데 누렁이 암소 한 마리 시퍼런 보리밭을 마구 누비고 다니는, 그야말로 '엉덩이에 뿔이 난' 송아지를 애타게 부르고 있다. 누렁이 소를 바라보자 문득 한승수 총리의 얼토당토 않는 말이 떠오른다.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여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조치를 취할 것"이라니. 이는 소를 잃은 뒤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어리석은 판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 나라의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미국산 미친 소 수입 전면개방을 적당한 말꼬리를 붙들고 두둔하려 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봉화산 

 

아까부터 날개에 까만 점이 박힌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자꾸만 나그네 주변을 맴돈다. 나그네의 몸에서 향기로운 꽃내음이라도 풍겨나는 것일까. 아니면 나그네가 올라가는 길목 곳곳에 찔레꽃이, 지금도 외세에 끊임없이 수난당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오랜 한처럼 무더기로 피어나 있기 때문일까.

 

봉화산(경남 김해시 진영면 본산리 4-3)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산은 아니다. 봉화산은 이곳 봉화마을에서 태어난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되면서부터 생가와 함께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나그네도 김해 진영에 봉화대가 있었다 하여 이름 붙혀진 봉화산이 있다는 걸 잘 몰랐다.

 

그 산 중턱 바위틈에 누워 있는 마애불(1979년 5월 2일, 경남유형문화재 제40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도 1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봉화산은 왕실의 3대 원찰 중의 하나인 자암(子庵, 아들의 복을 빈다는 뜻)이 있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은 산이다. 봉화산의 옛 이름이 자암산(山)이라 불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낙동강변에 홀로 솟아 진영과 한림을 굽어보고 있는 봉화산. 노무현 대통령이 어릴 때 이 산을 자주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자신의 꿈을 키웠다는 봉하마을의 진산 봉화산. 언뜻 바라보면 낮고 초라하게 보이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배출한, 함부로 얕잡아 볼 수 없는 산이  봉화산이다. 

 

 

비스듬하게 드러누운 석불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봉화산 중턱 바위틈에 끼여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마애불(높이 240cm)은 통일신라시대 마애석불좌상이다. 봉화산 자연 암벽에 조각된 앉아 있는 석불인 이 마애불은 처음 발견을 할 때부터 산중턱 바위 틈에 끼여 옆으로 비스듬하게 누워 있었다 한다. 누워있는 이 마애불에 깃든 전설 또한 재미있다.

 

옛날, 당나라 황후의 꿈에 한 건장한 청년이 나타나 자꾸만 황후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당나라 황후는 이에 신승의 힘을 빌려 그 청년을 바위틈에 넣어 김해 봉화산의 석불이 되게 했다. 그 전설 속의 석불이 지금까지도 바위틈에 끼어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봉화산 마애불이라는 것이다.

 

이 석불은 민머리에 상투 모양이 크게 표현되었으며, 목에는 3개의 주름(삼도, 三道) 흔적이 보인다. 석불의 코와 입 등은 부분적으로 깨져 정확한 모양을 알 수 없으나, 얼굴은 둥글고 아주 풍만하다. 석불의 지그시 감은 눈은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듯하며, 양쪽 어깨에 걸친 옷자락은 U자형으로 자연스레 흘러내렸다.

 

이 석불의 손모양은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른 손은 손바닥을 펴 어깨 높이에서 손가락을 위로 향하고 있다. 왼 손은 허리춤에서 손가락을 아래로 향해 펴고 있다. 이는 오른 손은 중생의 두려움을 풀어주고, 왼손은 중생의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러한 손모양은 주로 삼국시대 석불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해 진영읍 봉화산 중턱 바위틈에 끼여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마애불. 이 마애불이 정좌하는 그날은 언제일까. 이 마애불이 똑바로 일어나면 우리나라가 외세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누군가 이 마애불을 똑바로 일으켜 세우면 빈부 양극화의 깊은 골이 저절로 메워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가는 길 / 서울-김해-한림면사무소-한림초등교후문-솔밭길-사색의 숲-마애불


태그:#누워 있는 마애불, #봉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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