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심이 정말 심상치 않다. 광우병 논란은 그대로 이명박 대통령 탄핵운동으로 불이 붙었다. 어떤 단체가 조직한 것도 아니다. 고2 학생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이명박 탄핵 청원에 사상 초유의 60만여 명이 몰렸다. 급기야 인터넷 카페가 주최한 오프라인 집회에 2만여 명이 몰려 정부를 성토했다.

 

정부는 장관까지 동원해 해명에 나섰지만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주장만 반복해 기자회견장에서는 폭소까지 터졌다고 한다. 비상이 걸린 것은 정부만이 아닌 듯하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보수 신문들은 이미 어제자(2일) 사설에서 일제히 미국 소고기 반대 움직임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근거도 없는 과장이고, 반미 선동이라고 몰아세웠다.

 

광우병 소 반대운동 매도한 조중동, 당일 인터넷에 뜬 그들의 과거 기사

 

하지만 당일 인터넷 신문들은 일제히 그들의 과거 기사를 들추어내었다.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미국 광우병 파동이나 소고기 수입논란 때 단호한 정부의 대처를 요구하고 추궁했던 그들이었다.

 

여기까지는 이들 보수 신문이 과거의 주장을 상황에 따라 뒤집거나 국민의 저항에 색깔론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므로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어제 촛불 문화제에 주최측조차 놀랄 정도로 예상 외로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몰려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은 동아일보였다.

 

동아일보는 인터넷에 먼저 올린 사설 제목부터 아예 "反美 反李로 몰고 가는 '광우병 괴담' 촛불시위"라고 붙였다. 반미 선동이네 하는 색깔론에서 벗어나 아예 국민의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해 버렸다.

 

 

동아일보, 촛불시위 벌어지자 ‘광우병 괴담’ 매도 한 술 더 떠

 

그 다음은 더욱 노골적이다. "'광우병 괴담(怪談)'의 발신지는 지상파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내용을 충격적인 영상과 함께 사실인 것처럼 교묘히 포장해 시청자들의 광우병 공포를 자극했다"고 단정지어 버렸다. 적어도 그 전날 '사실'을 보도했던 MBC PD수첩과 그 논란 속에 인터넷에서 파생되었던 루머를 구분지었던 거추장스러움도 벗어던졌다.

 

알려졌다시피 그 중 가장 논란을 빗는 부분이 광우병 감염 위험이 더 높다는 한국인 유전자형에 대한 주장이다. 광우병 환자에게서 100% 발견된 MM형 프리온 유전자를 다른 나라보다 두세 배 더 높은 95%의 한국인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광우병 발병 위험과 얼마나 직접적인 연관이 있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괴담'이라고 하기 어려운 엄연한 과학적 증거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미 같은 내용을 동아일보가 바로 작년에 보도했다는 것이 <미디어 오늘> 보도를 통해 공개된 이후에 이 같은 사설이 한 술 더 떠 나왔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작년 3월 23일자 24면에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PD 수첩과 똑같은 연구소, 연구팀의 설명을 인용해서 똑같은 내용을 보도했다고 미디어 오늘은 전했다. 이것이 괴담이라면 그 괴담의 진원지는 PD수첩보다 1년도 더 전에 보도했던 동아일보 그 자신인 것이다.

 

PD수첩과 똑같은 내용 일 년 전 보도했던 동아일보, 최소한의 양심도 벗었나

 

또 동아일보는 "'라면 수프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린다'... 같은 황당한 발언이 난무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의 설명을 인용해 "소를 이용해 만든 식품이나 화장품을 통해 병원성 프리온이 극미량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계속 축적되면 발병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를 보면 (소고기 성분이 든) 라면 스프를 먹어도 (결국 몸에 축적되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말은 동아일보의 바람처럼 '황당한' 발언이 아닌 셈이다.

 

결국 낯 뜨거울 수준으로 조악한 정치적 선동을 벌이는 것은 동아일보 그 자신인 것이다. 이미 자신들의 과거 보도내용이 공개된 이후에도 한걸음 더 나아간 황당한 주장을 대놓고 사설에 써놓은 것도 동아일보 자신이다.

 

우리나라 보수 언론이 정치적 주장을 앞세워 사실까지 교묘히 비트는 것이야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 그 같은 주장을 계속 하고 싶다면 먼저 과거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나 사과문부터 게제하기를 정중히 충고한다. 그것도 안 되겠다면 양심마저 거추장스럽다고 내던진 것처럼 언론이라는 타이틀도 떼어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태그:#동아일보, #광우병, #괴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남대학교 지역및복지행정학과 교수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