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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비난여론이 치솟고 있다. 시장을 전면 개방한 '한-미 쇠고기 협상' 때문이다.

 

2일 오전까지 인터넷 포털 '다음'의 '대통령 탄핵' 서명에 참여한 누리꾼은 5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안티 이명박' 카페와 인터넷 토론광장에는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는다. 이 대통령의 미니홈피는 비난 댓글에 시달리다 문을 닫았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권은 국민들의 비판에 사실상 눈을 감았다. "방송사와 인터넷이 광우병과 관련한 사실을 왜곡하고 부풀렸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실상을 정확히 적극적으로 알리라"고 지시했다.

 

탄핵서명 빗발치고 미니홈피 폐쇄됐지만

 

"광우병 관련해 정확하지 않은 논거를 바탕으로 한 선동에 가까운 주장이 국민을 정신적 공황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

"광우병과 관련해 (방송이) 혹세무민하고 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광우병에 무방비 상태로 시장을 내어준 정부에 화난 민심을 의식한 발언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협상이 아닌 미디어에서 찾았다.

 

표적은 MBC <PD수첩>과 인터넷이었다.

 

<PD수첩>은 지난 달 29일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주제로 긴급 방송을 내보낸 바 있다. 구멍 뚫린 미국의 광우병 검역 시스템과 도축 현장, 신종 전염병이라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인간 광우병'에 대한 우려 등을 집중 취재했다.

 

방송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MBC 시청자 게시판과 인터넷에서는 정부를 꾸짖는 여론이 빗발쳤다. 후속편 방송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인터넷 서명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안상수 원내대표는 "PD수첩과 인터넷 등이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리고 왜곡해서 국민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지나친 광우병 공포감이 인터넷과 공중파 방송을 통해 퍼지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안상수 "미국 쇠고기 먹는 교포들이 수백만명인데"

 

또한 안 원내대표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광우병이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은 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선동에 가까운 주장이 국민들을 정신적 공황상태로 몰아갈 수 있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에서 소개된 '한국인의 유전자 구조가 광우병에 취약해 인구의 95%에서 발병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놓고도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안 원내대표는 "한국인은 아직 한 명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없다, 무슨 근거로 인구의 95%에서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냐"며 "미국 쇠고기를 먹는 유학생이나 재미교포들도 수백만명이 넘는다"고 반박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방송 내용을 두고 "비오는 날 외출하면 벼락 맞을 수 있으니 외출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미국 국민 3억명이 모두 실험동물이냐, 매년 해외여행을 나가는 1천만명 정도의 한국인들은 뭐냐"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대통령 탄핵서명'을 '정치적 선동'으로 몰아붙였다. 그는 "쇠고기 수입을 빌미로 반미선동을 하고 반이명박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TV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검증되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통령 "정치 논리로 광우병 불안 증폭돼선 안돼"

 

대통령과 청와대의 시각도 비슷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강재섭 대표와 조찬회동에서 "광우병은 국민 건강에 직접 관련 있는 만큼 정치논리로 사회불안이 증폭돼선 안된다"고 말했다고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국민 안심하도록 광우병의 정확한 실상을 국민에게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며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계부처 장관의 기자회견을 지시했다.

 

조 대변인에 따르면, 강 대표도 대통령에게 "내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국민들이 광우병과 관련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모르는 것 같다. 이를 알리는 데 소홀한 면이 있으니 제대로 알리자"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일각의 광우병과 관련한 여론 몰이는 상당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뚝 떨어진 지지율 더 추락하면 어쩌나'... 내심 불안한 여당

 

그러나 여당 내에는 나빠지는 여론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깔려있다. 당 지지도에 미치는 영향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한때 55%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에 고무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당 지지율이 37~39%로 뚝 떨어졌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지 닷새만인 지난 달 23일 실시한 자체 조사가 이를 보여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정부가 미국에 퍼주기식으로 쇠고기 시장을 내줬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이 '야당의 정치공세일 뿐이다'는 것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이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약 39%였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쇠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한 인터넷 비난여론이 심각하다"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걱정했다. 또한 그는 "다음주께 이와 관련한 자체 여론조사를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당에서 어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그:#쇠고기협상,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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