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리그 개막 축하하는 양교 인사들 고려대 녹지구장에는 양교 졸업생 및 축구 관계자들이 대거 찾았다.

▲ U리그 개막 축하하는 양교 인사들 고려대 녹지구장에는 양교 졸업생 및 축구 관계자들이 대거 찾았다. ⓒ 이성필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의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올 시즌 신인왕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박현범은 연세대 재학 중 프로에 입문했다. 박현범은 지난 2일 FC서울과의 컵 대회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솔직히 연고전보다는 긴장감이 덜 한 것 같다"고 프로 첫 라이벌 전을 치른 소감을 말했다.

박현범이 말한 라이벌전의 긴장감은 두 학교끼리의 정기전이나 전국대회나 똑같이 적용됐다. 상대팀 선수가 넘어지면 외면하는 것은 기본, 서로 몸이 부서져라 뛰며, 오로지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고연전'의 열기는 대회성격이 달라도 똑같아!

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녹지구장. 대한축구협회가 오랜 준비 끝에 야심 차게 내세운 '2008 대한축구협회 U(대학)리그' 공식개막전 고려대-연세대의 전기리그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운동장에는 3천여명의 관중이 찾아 두 학교의 경기를 지켜봤다. 전공서적을 끼고 찾은 이들부터 고려대 주변 지역 주민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모였다. 두 학교 응원단은 골대 뒤 응원석에서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열띤 응원을 펼치며 자존심 싸움을 했다. 

라이벌전의 열기는 여러 곳에서 표출됐다. 본부석 카펫 색깔을 정하는 것부터 신경전이 오갔다. 경기 이틀 전에는 고려대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깔릴 예정이었지만 연세대 출신 축구 인사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빨간색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경기 시작 전 축하공연을 한 가수 윤종신은 연세대 응원단을 향해 먼저 손을 흔들어 준 뒤 고려대 응원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별 것 아닌 것 같았지만 윤종신이 연세대 출신이라는 점이 간단한 인사마저 신경전으로 보이게 했다.   

운동장에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비롯해 고려대 출신 박성화 감독,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및 코치, 연세대 출신의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찾았다. 두 학교 총장 및 출신 동문도 여럿 운동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며 승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양 팀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전반 24분 고려대의 이용이 선제골을 뽑아내자 긴장으로 가득 찼던 운동장 분위기는 폭발했다.

본부석에서 지켜보던 고려대 출신의 인사들은 박수로 골에 화답했다. 89세인 고려대 현승종 이사장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자리에 일어나 즐거워했고 정몽준 회장이 현 이사장을 안정시키는 등 이채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반면, 원정팀 연세대 출신 인사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미 지난 춘계연맹전 4강에서 고려대를 만나 3-1로 이긴 바 있어 다소 여유로움마저 느껴졌다. 연세대 출신의 김호곤 전무는 "지난번에 이겼고 오늘 나온 선수들이 주전이 아니라서 괜찮다"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하프타임 인터뷰를 위해 그라운드로 내려온 연세대 출신의 허정무 감독은 한 기자가 고려대 홈에서 하는 것을 감안해 '고연전'의 추억을 묻자 "왜 자꾸 '고연전'이라고 그래?"하며 웃었다.
 
경기는 치열한 공방 끝에 종료 직전 연세대 조찬호가 비신사적인 행위로 퇴장을 당했지만 2-2, 무승부로 종료됐다. 양 팀 감독은 프로리그처럼 운영되는 U리그에 대해 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고려대 김상훈, 연세대 신재흠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선수들이 프로처럼 경기를 하면서 감을 익힐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열기가 장난 아니네  라이벌답게 경기는 치열했다. 고려대 선수가 연세대 선수의 태클로 쓰러졌다. 그러자 벤치에 앉아있던 고려대 선수들이 모두 일어나 그라운드로 뛰어갈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열기가 장난 아니네 라이벌답게 경기는 치열했다. 고려대 선수가 연세대 선수의 태클로 쓰러졌다. 그러자 벤치에 앉아있던 고려대 선수들이 모두 일어나 그라운드로 뛰어갈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이성필


'U리그'라는 선진국형 시스템 도입으로 변혁 맞은 대학 축구

U리그는 대학축구에 리그제를 도입한 것으로, 기존 학기 중에 이뤄졌던 전국대회에 참가하느라 학업에 소홀했던 선수들의 공부를 챙기고, 팬들의 관심을 끌어내 '대학축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올해엔 수도권 10개 대학이 시범적으로 참가, 전·후기 9라운드씩 풀리그로 진행해 우승팀을 가린다.

하지만 아직까지 U리그에 대한 홍보가 덜 된 상황이다. 운동장을 찾은 고려대 재학생 박천수(물리치료 08)씨는 "학내 각종 게시판을 통해 알았다"며 "오늘 같은 경우는 상대가 연세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왔지만 다른 학교랑 한다면 얼마나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시간 변경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학교 내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동하는 월요일이나 목요일 오후 3시로 일정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세대  재학생 이철훈(전기전자공학부 08)씨는 "오후 5시 정도에 하면 재학생들이 더 많이 보러 올 것"이라고 피력했다.

역사적으로 출범한 U리그는 내년부터는 전국을 3~4개 권역으로 나눠 리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경기장이 맨땅인 학교들도 있지만 곧 잔디구장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U리그 연고전 고연전 허정무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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