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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자율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학교자율화'인가? 물론, 교육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를 위한 것일 테고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시행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함일 것이다. 이는 학교의 자율적 권한 강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서울시교육청은 "안 한다"던 우열반을 수준별 이동 수업 확대로 옷을 갈아 입혔다. '방과 후 수업'은 "너무 늦은 시간까지"는 안 한다고 한다. 몇 시가 "너무 늦은 시간"인지에 대한 판단도 학교 자율일 테니 학생들이 언제 집에 갈지는 알 수 없다. 학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는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기계가 되라는 강요에 청소년들은 책상을 박차고 나왔다. 청소년들은 '학교자율화'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열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우리의 자유를 찾아달라"고 소리친다. 이쯤 되면 이번 조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은 아닌가 보다.

 

교사들의 고용환경 악화

 

학교자율화가 교사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까. 이 조치에 의해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은 폐지됐다. 비정규직 교원의 남발을 막기 위한 느슨한 끈마저 잘린 것이다. 6월에 시행될 '학교자율화 추진계획 2단계'에는 교원에 대한 인사권이 교육감과 학교로 전면 위임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렇게 되면 교사들의 고용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매일경제> 4월16일자 '교총 "자율화 토대 마련"'이란 기사에 따르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시도교육청 간 재정 자립도 등 교육 격차가 큰 상황에서 국가가 책임을 지고 교육 재정을 확보하지 않으면 학교 자율화의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을 정도.

 

2006년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사립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학교 법인들이 교직원의 연금·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학재단들의 저조한 전입금도 지적됐다. 낮은 재정자립도와 법정 전입금도 내지 않는 무책임한 경영 태도를 가진 사용주들이 교사들을 어떤 고용 환경에 내밀지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자율화 2단계 조치에 들어가면 정부에 있던 교원 확보에 대한 책임이 각 교육감과 학교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는 공기업이 사유화될 때 노동자가 겪는 고용 환경의 변화와 비슷하다.

 

'학교자율화'는 기간제 교사의 확대를 낳는다

 

 

학교자율화가 학교의 기간제 교사, 비정규직 교원의 확산을 가져온다 해도 놀랍지 않다. 아니!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이들은 얇은 보호막인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마저 제거 된 상태다. 전교조는 "시·도 교육감과 사학재단은 한정된 예산으로 저임금의 비정규직 교원을 더욱 늘려 채용하게 되고, 심지어 교사자격증 없는 교원의 채용까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단의 유력 인물과 인척 관계가 아닌 이상 기간제 교사가 정식 교사가 되는 일은 요원해진다. 어느 산업이든 비정규직의 확산은 정규직의 임금과 채용 여건까지 뒤흔드니 전체 교원의 고용 여건은 악화된다. 기간제 교원의 증가는 안정적 교원 기반을 흔들어 공교육의 질도 떨어뜨린다.
 
"'학교 자율화'로 기간제 교사가 더욱 늘어난다면 여기서 정식 교사가 되는 건 생각지도 않을 거예요. 경험도 쌓으면서 언젠가는 임용고시에 꼭 합격한다는 마음으로 기간제 교사 일을 하고 있어요."
 
경기도의 사립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박아무개(28)씨는 임용시험에 2번 떨어졌다. 닥쳐 올 고용악화는 많은 예비 교사들을 임용시험에 더욱 목 메게 한다.  
 
'학교자율화'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와 같은 고용환경의 악화는 교사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 테니 이번 조치는 교사를 위한 것도 아니다. 공교육의 악화 역시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도 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럼 당최 '학교자율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방과 후 수업'은 사교육 기업들이 도맡게 된다. 자유시장주의에 반하는 '학습부교재 선정지침', '교복 공동 구매 지침' 등도 폐지 됐다. 학교는 이윤 추구의 시장 한 복판에 놓인다.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새 시장이 열렸으니 여러 기업들에게 좋은 일이다.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한 기업들의 주가는 큰폭으로 상승했다. 학교가 시장이 되는데 교육감과 교장에게 '자율권'이 집중되어 있으니 기업과의 유착비리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학교자율화', 교육의 주체들에게는 득보다 실이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공교육의 정상화, 입시지옥에서의 해방, 사교육비의 감소다.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낮추겠다"던 공약이 실현되길 원한다면 '학교자율화'는 당장 멈춰야 한다.

태그:#학교자율화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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