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일, 19일 방영된 '무한도전을 빛낸 100개의 장면들'과 노래
 12일, 19일 방영된 '무한도전을 빛낸 100개의 장면들'과 노래
ⓒ 화면캡처(mbc)

관련사진보기


"전쟁 같은 토요일 황금시간에, 2퍼센트 모자란 평균 이하들, 아하로 조금씩 일어서더니, 2006년 5월 6일 독립을 했네…" 

100회 특집을 맞아 MBC <무한도전>이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개사해 시청자들께 이채롭게 들려주었다. 워낙 오랫동안 시청자들로부터 사랑 받아온 프로그램이라 긴 분량의 가사도 다양한 에피소드와 '큰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다.

헌데, 위 노래가 21일 고소당했다. 12일과 19일 두 차례 방영된 노래에 대해 저작권 논란이 휩싸인 것. 저작권법은 권리의 침해를 당했다고 생각한 저작자가 침해자를 고소하는 방식의 '친고죄'를 적용해 권리를 구제한다. 여기서 고소인은 원곡의 작곡가 박인호씨, 피소인은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MBC 측이다.

<무한도전>이 '동일성유지권' 침해한 것은 '사실'

작곡가 박인호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방영된 '무한도전을 빛낸 100개의 장면들 개사'는 저작권법 제13조 '저작인격권상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다"며 "무한도전이 허락 없이 가사를 바꿔 저작권을 침해했고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개사로 노래를 희화화해 나의 지적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실추시켰다"며 고소한 이유를 밝혔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한 마디로 "실수"였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고 평소 익숙하고 좋아했던 노래라 썼다"는 말이다. 언뜻 들으면 <무한도전>측이 지적재산권에 대해 너무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 한데, 일부 블로그나 '무한도전' 팬카페 등에서 보인 네티즌들의 반응은 달랐다.

"한 몫 챙기려 드는구나. 왜 무한도전만 걸고 넘어지느냐"
"사과만 하면 되지 않나? 이 사건이 돈으로 해결되지 않았으면 한다"
"작곡가가 '아 숭례문' 노래를 홍보하기 위해 벌인 일이 아니었으면 한다"

<무한도전>의 팬들로 보이는 이들의 말은 상당부분 감정적으로 편향돼 있다.

이런 일련의 분위기를 통해, 나는 저작권법의 모호함이 결국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판단한다. '동일성 유지권'의 측면에서 <무한도전>의 노래는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 '동일성유지권'은 원 저작자의 저작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다. 저작권법 제13조에 명시된 부분으로 원 저작자의 저작물이 어떤 곳에서 사용되더라도 저작자와 제호(목)와 내용이 동일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즉 내가 만든 저작물을 다른 곳에 팔거나 대여하더라도, 그 쪽에서 내 허락 없이 저작물의 일부를 함부러 바꿀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저작권법에 의하면 이는 명백한 위법이다. 금전적인 보상이 이루어질지, 아니면 방송금지가처분이나 사과방송의 형태가 될지는 미지수다. <무한도전>은 어찌 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한 '예능 프로'지만, 노래를 제작한 것 자체는 영리를 목적으로 했다고 보기 힘듦으로, 아마도 후자의 경우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도 '비친고죄' 영역 만들고 '패러디' 보호해야

헌데,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은 그간 수없이 개사되어 사용돼 왔다. 코미디 프로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MBC <섹션TV 연예통신> 400회 특집에서 '섹션을 빛낸 100인의 스타들'이라는 제목으로 개사된 바 있을 정도다. 그만큼 인지도도 높고 사랑받는 노래다. 따라서 "굳이 무한도전을 왜 고소를 해야만 했나" 하는 지적은 또다른 영역의 문제인 것 같다.

저작권법을 놓고 볼 때 <무한도전>의 사례가 시사해 주는 바는 크다. 바로 '친고죄'에 대한 수정과 '패러디'의 보호에 관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친고죄'의 형태라서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박 작곡가도 <무한도전>을 고소한 이유 중 하나로 "사랑받는 프로그램으로서 좋은 귀감이 되라"는 말을 했다. 즉, 다른 프로그램에 의해서도 각종 저작권의 침해문제는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의 방증이다.

이는 박 작곡자의 입장에서나 MBC 측의 입장에서나 둘 다 석연치 않은 일이다. 둘 다에게 공평치 못한 처사라는 점이다. 박 작곡가는 '(네티즌들의 반응 등에 대해) 정당한 권리 행사도 겁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며, MBC 측도 물론 잘못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왜 하필 <무한도전>만 갖고 난리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따라서 '친고죄'는 둘 다로부터 부담이 되고 있다. 차라리 일부 특수한 영역에 대해선 '비친고죄' 규정을 두는 게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또한, 이 사례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 '패러디' 보호와 관련된 문제다. <무한도전>이 만든 노래는 전형적인 패러디의 형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패러디를 저작물로 보호했다면 <무한도전>의 이번 일은 분쟁거리도 안됐을 것이다.

패러디는 이미 널리 알려진 저작물을 이용해서 거의 흡사한 형태로 제작하는 대신 남다른 메시지를 추가하는 창작행위를 통해 독립적인 저작물로서 인정받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일부 국가에선 패러디를 표절과 구분해 합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헌데, 우리나라에선 패러디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표절이나 동일성유지권 침해로 여겨져 법적조치를 당하게 되어있다. 

<무한도전>이 선사해준 웃음은 MBC에게만 이익일까?
 <무한도전>이 선사해준 웃음은 MBC에게만 이익일까?
ⓒ MBC

관련사진보기


저작권법의 취지는 "재산권 보호와 공공의 이용권, 창작욕 고취"

저작권법의 취지는 단순히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공공의 자유로운 이용과 다양한 창작 활동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즉,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권리를 동시에 보호하는 것이다. 때때로 이 둘이 부딪혀서 곤란한 상황이 오기도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더 우선된다고 말할 순 없다. 동등하게 지켜져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한도전>이 '무한도전을 빛낸 100개의 장면들'이란 노래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음에도, 고소당해 더 이상 대중이 들을 수 없게 되는 일은 조금 서글픈(?) 일이다. 또한, <무한도전>이 이번 사례를 통해 실제로 과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정말로 사회에 귀감이 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욕'이 위축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공공의 이용'과 '창작욕 고취' 둘 다를 역행하는 일이다.

'비친고죄'와 '패러디' 보호의 문제, 이 시점에서 정말로 고려해봐야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오블에도 올렸습니다.



태그:#무한도전, #저작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