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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 한 명은 최근 반회비로 40만원을 송금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총회도 참석하지 않았고 내용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달랑 문자메시지 한 건만 받은 것이다. 총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문의한 결과 학교 전체 학부모들에게 회비를 걷는 것까지 결정됐다고 전해들었다.

 

3학년의 경우 학급당 30명이 40만원씩내면 한 반에 1200만원이고 8개반이면 9600만원, 2학년은 20만원씩 걷고 1학년까지 포함하면 근 2억원을 넘는 액수다.

 

제보를 받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이하 참학, 회장 윤숙자)에 따르면 12년간 불법찬조금 조성제보를 받은 것 중 가장 많은 액수라고 한다.

 

돈안내면 아이 간식 안 준다?

 

같은 학교 또다른 학부모는 "총회에서 반회비를 내지 않으면 '그 아이에게는 일체 간식을 주지 않기로 결의했다'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며 "너나 없이 힘든 마당에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제시해놓고 간식까지 안준다고 하니 차라리 간식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게 낫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서울경기지역의 인문계고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3개 학년에서 7000여만원을 조성하고 있다. 서울 용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6600만원규모의 불법찬조금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 경기, 인천등의 초등학교에서도 학부모회비, 체육진흥회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훌쩍 넘는 불법찬조금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제보되고 있다.

 

올해 들어 불법찬조금 조성 활활

 

지난 4월 1일부터 17일까지 참학에는 하루 평균 한 건정도의 불법찬조금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이 중 경기 7개교, 서울 5개교, 인천 2개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참학은 최근 4년간 촌지와 불법찬조금근절상담센터 자료를 근거로 들며 올해들어 불법찬조금이 다시 늘어나고 있고 그 액수도 커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5년 324건을 기점으로 2007년까지 2년간 조성사례가 줄어들었으나 올들어 제보건이 급격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올해 불법찬조금 조성에서는 몇 가지 특이할만한 점들도 발견됐다. 특목고의 불법찬조금 액수가 1억원을 넘어섰고 인문계고에서도 거액의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초등학교의 경우, 체육진흥회가 새롭게 꾸려서 회비로 기금을 조성하고 있고 심지어는 학교운영위원에게도 1인당 30만원에서 70만원까지 걷어 불법찬조금을 조성하고 있다.

 

참학은 "불법찬조금을 주도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학생이 학교임원이거나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의 학부모들로 이런 학부모들은 학교관리자들과 일정한 친분과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학교내 학부모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촌지지침 폐지한다고?

 

지난 21일 오전 11시, 참교육학부모회 회원 30여명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찬조금이 공공연하게 조성되고 있는 현실에서 촌지와 불법찬조금 안주고 안받기 지침을 폐지하는지 학부모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지침은 학부모들이 10여간 노력해온 결과로 생긴 지침이며 사회적인 합의사항들"이라며 "학부모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 폐기는 학부모를 기만하는 교과부의 오만과 독선"이라고 못박았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찬조금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입시교육, 학교간경쟁강화가 불법찬조금을 조장하고 있다면 입시경쟁교육강화하는 4.15학교자율화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일 제보된 불법찬조금 사례를 들고 교과부에 민원접수했다. 앞으로 참학은 40여개 지역조직을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와 힘을 합쳐 학부모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주간>.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불법찬조금, #참교육학부모회, #촌지, #학교자율화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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