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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보여줬던 지난해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의 전반기는 '암울', 그 자체였다. 정규리그와 컵대회, 수원 삼성과의 두 번의 겨루기에서 여섯 골을 내주며 수비에서 플랫 포를 플랫 스리로 전환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또 개막 한 달이 넘도록 1승도 올리지 못했다. 9경기에서(컵대회 포함) 4무5패(7득점 16실점)로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이 와중에 최윤겸 전 감독과 이영익 전 코치의 폭행사태로 팀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정규리그에서 1승을 얻기까지 40여 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후에도 대전은 무승부 행진으로 6강 플레이오프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갔다.

대전시티즌, 1승 하기 참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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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대전은 1승을 올리기까지 고행길을 걷고 있다. 이는 다른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등이 4, 5위로 순항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도민구단 경남FC도 8위를 기록중이다.

대전은 개막 후 컵대회에서 2승을 얻어냈지만 정규리그에서는 승리 없이 3무3패(1득점 8실점)를 기록하고 있다. 컵대회에서 전북 현대, 광주 상무를 상대로 2승을 거뒀지만 '신승'이라고 표현할 만큼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다.

그나마 앞으로 이어지는 라운드에서 사정이 비슷한 전북-경남FC-부산 아이파크(이상 정규리그)를 만나 승리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 팀도 단점이 보완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어 쉬운 일은 아니다.

대전의 부진은 무엇보다도 팀 전술의 핵으로 불리는 미드필더 고종수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호 감독은 지난 겨울 경상남도 통영 전지훈련에서 전원 공격, 수비를 내세운 일명 '벌떼 축구'를 시도했다.

누구나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으로의 변신에 역점을 두면서도 김호 감독은 '주장' 고종수 활용을 잊지 않았다. 고종수는 모든 세트피스를 처리하는 것은 물론 수비까지하며 팀 중심임을 알렸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되자 고종수는 최전방, 후방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살림꾼'으로 변신했다. 중앙에서 앞 선의 공격수들에게 예리한 패스를 하고 공간이 나면 침투해 슈팅하는 게 고종수의 특기. 하지만 올 시즌에는 전혀 그 특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연봉 계약 문제까지 터져나와 경기 집중을 방해하기도 했다. 

고종수가 살림꾼이 된 데는 아직까지 외국인 선수들이 제 기량을 못 보이는 것과 연결돼 있다. 지난해 대전은 '데빡이' 데닐손을 중심으로 슈바, 브라질리아 등 준척 급 외국인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은 올 시즌 각각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 울산으로 이적했다.

대전은 이들의 공백을 새로 영입한 에릭 오비나, 까스톨로 메우려 했다. 애석하게도 까스톨은 팀에 적응하지 못하며 퇴출 당했고 에드손을 급하게 영입, 대전은 두 명의 외국인 선수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기량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고 있어 팬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마법사' 김호 감독의 여유... "나중에 보라!"

대전의 한 관계자는 "브라질에 사람을 파견해 고종수의 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짝을 찾을 때까지 선수 발굴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호 감독의 생각만큼 국내 공격진들이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물론 부산에서 영입한 장신 공격수 박성호가 서서히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박서성호는 컵대회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을 뿐 정규리그에서의 공격포인트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중고 신인'으로 불리는 김민수를 비롯해 곽철호, 김용태 등 공격 자원들이 돌아가며 부상당한 것도 한몫 했다.

이런 상황에도 김호 감독은 여유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성남 일화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대전의 김호 감독은 초반 부진에 대해 "지고 이기는 것은 내가 책임진다"며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호 감독의 '만만디'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대전은 올해부터 김호 감독의 요구로 2군을 운영해 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1, 2군을 순환하며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 적재적소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성남과의 경기에 김민수와 교체투입된 미드필더 이동근이 2군을 통해 발굴한 첫 번째 수확이다.

'피지컬 강화'도 한 가지 이유다. 대전은 2006년 아르헨티나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은 이창엽 피지컬 트레이너를 영입, 선수들의 기초체력 만들기에 중점을 뒀다. 김호 감독은 "체력을 만들기까지 1년이 걸리고 선수들이 큰 고통을 받는다"면서도 "다들 좋아지고 있다. 나중을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규리그 6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대전은 14개 구단 중 유일하게 승리가 없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 대전의 최은성은 "졌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아직도 시간은 많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 번 불붙으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해 후반기에 보여 준 만큼 대전의 무한 질주는 언제든 시작될 태세다.     

대전시티즌 고종수 박성호 K리그 김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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