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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봄나들이를 갔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산 아래 사찰로 발걸음을 옮겼다. 햇살이 유난히 따사로운 봄날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이미 봄을 느끼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참으로 괜찮은 명소가 많다. 원래 흔하면 그 소중함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 말이 맞는 말이다. 늘 생각만 하고 자연을 벗 삼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나름 이유가 있어서 그렇긴 하겠지만 모든 건 또 마음먹기 달렸다.

 

마음먹고 나선 행선지는 바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에 자리한 통도사다. 우리나라 3대 사찰 중의 하나인 불보사찰로도 유명한 통도사는 부산과 울산, 그 밖의 도시에서도 휴일이면 가족과 함께 찾아오는, 아주 유명한 사찰이다. 그래서 그런지 늘 찾아도 새로움이 생기고, 가끔 찾아가도 낯설지 않은 그런 친근감이 있어 좋은 그런 곳이다.

 

화창한 봄날이어서 그런지 통도사를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얼마 안 있으면 ‘부처님 오신날’을 맞는다. 그래서 일까 통도사 입구에서부터 사찰 내부 곳곳에서는 벌써 각양각색의 등들이 달려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행복을 빌고, 아픔을 달래주고, 영원히 축복받길 바라는 마음이 등 하나에 가득 차 있는 듯했다.

 

맑은 계곡을 옆에 끼고 시원한 봄바람을 마시며 걷고 걸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더 즐거운 길이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통도사가 유명한 사찰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듯 부도가 즐비하게 또는 겸허하게 서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섰다. 통도사를 빛낸 훌륭한 스님들의 사리를 모시고 있는 부도에 대한 설명에 사람들은 그 분들의 마음을 읽고 선 듯하다. 또 그 모습을 멀리서 보는 내 마음조차 경건해진다.

 

유명한 사찰이어서 그런지 멀리서 관광을 나온 버스들도 많고 가족과 하께 나선 나들이 차들도 많다. 사람들은 제각각 통도사로 향한다. 햇살 가득 담은 봄바람을 마시며 행복한 모습으로 말이다.

 

예전에 통도사는 고작 한두 군데의 먹을거리만 있었다. 사찰을 지척에 두고 햇살 잘 비추어 주는 자리에 친구와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던 풍경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다. 이젠 여러 군데 가게들이 지어졌고, 그곳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판다거나 먹을거리를 준비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너무 상술적인 모습들이어서 좀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어쩌랴.

 

내 마음 속에는 아직도 그때의 추억들을 회상할 수 있어 행복한 것을. 지금의 좋은 감상과 넉넉한 마음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남을 기억을 선물한다면 아마도 통도사를 찾는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추억을 만들어 간직하게 될 것이다.

 

어쩌다 찾아도 낯설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대웅전에 올라 삼배를 하고, 복잡한 사람들 틈사이로 빠져나와 한 곳의 먹을거리를 찾았다. 출출한 참에 국수를 한 그릇 먹고 다시 바람 따라 통도사를 내려왔다.

 

차로 절 앞 주차장까지 갔다 절 구경을 하고, 되돌아가는 요즘 사람들에 비하면 통도사 입구의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자연과 함께 걸어 올라가는 그 즐거움을 사람들은 모르리라.

 

다소 시간이 걸리고, 몹시 다리가 아파와도 그 안에는 넉넉함이 있고 그 마음속엔 이미 여유를 안고 돌아간다. 그래서 언제나 난 사찰을 찾을 땐 늘 가던 곳이라 하더라도 새로움으로 찾아가고 여유로움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요즘 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는 누구나 자신만의 마음 찾을 곳이 필요하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마음을 여유롭게 만드는 자연에서였으면 좋겠다. 통도사를 떠나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봄날 또 하나의 기억 속으로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나의 마음은 여유롭다.

 


태그:#통도사, #불보사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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