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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산과 들, 자연이 내어주는 먹거리들을 많이 먹었던 나는 아직까지도 푸성귀들을 좋아한다. 참꽃, 머루, 산딸기, 피비, 망게, 찔레순, 칡뿌리, 오돌깨, 포리똥(보리수 나무) 등 참 많이도 먹었다.

 

해마다 봄이 돌아오면 어린시절, 엄마가 해 주시던 쑥버무리 그 맛과 향이 그리워진다. 해서 나는 봄날 햇볕 따스한 날이면 긴 언덕이나 논두렁, 밭두렁, 혹은 들판에 나가 쑥을 캐고 싶어 한다. 가끔 밖으로 바람 쐬러 나가면 쑥을 캐느라 강둑이나 논두렁 밭두렁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따금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바구니 하나 옆구리에 끼고 들판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며칠 전 이 봄이 가기 전에 쑥버무리를 한 번 해먹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중, 원동면 화제에서 강물 흐르는 소리, 봄바람 산들산들 부는 강둑에 나가 앉아 쑥을 조금 캤다. 오랜만에 엄마가 만들어 주던 쑥버무리를 만들어볼까. 그 때 그 맛을 과연 살려 낼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봄이 오면 엄마가 해 주시던 쑥버무리, 엄마의 솜씨, 아니 그 시절의 맛이 그리웠다. 객지에 나가 있다가도 어쩌다 시골집에 내려가면 이제 막 엄마가 만들어 놓은 쑥버무리 냄새가 집 안에 가득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것은 고향의 냄새요, 엄마의 냄새, 사랑의 향기였다.

 

쑥버무리는 밀가루나 쌀가루로 만들어도 상관없는데 이왕이면 쌀가루로 하면 좋다. 나는 쌀가루를 준비하지 못해서 집에 쓰던 밀가루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쑥을 깨끗이 씻어서 넓은 그릇에 담고, 물기가 마르기 전에 밀가루를 솔솔 흩어 골고루 뿌려준다. 손으로 가루와 쑥이 잘 섞이도록 설렁설렁 섞어주고, 소금도 약간씩 뿌린다. 그러고 나면 설탕을 약간 뿌리고 냄비에 물을 적당량 부은 다음, 삼발이를 놓고 버무린 쑥을 올려놓아 약 10분 정도 찌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쑥 향기가 주방 안 가득 번진다. 이 냄새. 하지만 역시 엄마가 해 주던 그 맛은 나지 않는다.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엄마의 솜씨가 아니어서 그런 것일까. 아마도 두 가지 다 이유가 다 해당되는 듯하다.

 

내가 만든 쑥버무리를 접시에 담아 남편한테 건넸다. 그의 고향에선 호박과 쑥을 소여물로 주었을 뿐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다는 남편은 도리질을 한다. 예전에 내가 만들어준 호박부침개는 맛있게 잘 먹더니 쑥버무리는 맛도 보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두 사람 다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각자 다른 음식문화와 추억을 가졌다. 역시 쑥버무리는 내 고향의 향기요, 고향의 맛인 듯하다. 그리고 그것은 고향에 대한 향수다. 서창에 있는 바로 밑에 여동생한테 전화를 했다.

 

쑥버무리 만들었는데 놀러 오라고 했더니, 지금 밖에서 쑥 캐다 잠깐 들어왔단다. 동생네 집 앞에는 버려 둔 듯한 공터가 있는데 거기에 꽃나무도 심고해서 마치 동생네 화단처럼 보인다. 그 주변에 쑥이 많이 돋아나 있어 이웃집 아주머니와 함께 동무 삼아 쑥을 캐고 있다고 했다.

 

역시 함께 자란 동생은 추억도 공유하고 있다. 동생은 또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쑥버무리를 만들기도 하고 냉장고에 봉지봉지 싸서 보관해 두고 쑥국도 끓이고 할 것이다. 쑥을 캐서 냉장고에 봄을 또 보관하면서까지 고향의 맛, 향수를 가끔씩 불러일으킬 것 같다. 

 

봄이 오면 이렇듯 어린시절에 먹었던 쑥버무리 생각, 고향 냄새가 그리워 쑥을 캔다. 봄이 다 가기 전에 나는 강둑에 나가 쑥을 캐서 쑥엑기스를 만들어 가끔 쑥차를 마시며 오래도록 봄을 음미할 것이다. 


태그:#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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