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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 열중하고 있는 김지하 시인
 강의에 열중하고 있는 김지하 시인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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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에게 꽃다발이라도 줘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김지하 시인은 "한반도 대운하가 여러 모로 참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 발전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문제를 던져준 것이 운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이런 중요한 계기를 가져오기는 참 힘든 일"이라며 "정치하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해서 곤란한 것들은 잘 안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계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해 주위의 폭소를 자아냈다.

9일 오후 4시경 종로 은덕문화원에서 열린 '생명평화 대화마당'에 참여한 김 시인은 '생명과 평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섰다. 그는 90분이 넘는 시간동안 "운하를 계기로 하여 생명평화운동도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열띤 강연을 펼쳤다.

이날 행사에는 수경스님, 김하돈 시인, 정성헌 DMZ평화생명동산 추진위원회 위원장 등도 참여해 '생명평화운동의 방향과 역할'에 대해 한 목소리 보탰다.

"운하 계기로 우리 사회의 철학 방향 재정립 해야"

김 시인은 "한반도 대운하 논란은 새로운 차원의 정치·경제·문화·환경 운동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운하는 단순하게 보면 안 됩니다. 진보-보수, 여-야, 환경-반환경 이렇게 단편적인 대립으로 몰고 갈 사안이 아니죠. 정치·사회·경제·문화·환경 등 총체적인 분야에서 근본철학적인 운동으로 전개해야 하는 겁니다."

이어 김 시인은 "새로운 문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의 공공성을 넘어 인간과 자연 사이의 우주적 공공성·생태적 공공성까지 나아가야 한다"라며 "이러한 사상적 핵심의 도마 위로 올라온 것이 한반도 대운하"라고 지적했다.

김 시인은 또 "운하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철학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인간들끼리의 관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둘러싼 모든 것들의 관계를 새로이 정립하여 확대해 갈 때 동아시아의 새로운 문명이 싹틀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롱뇽이 법적 소송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사회 돼야"

김지하 시인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청중들
 김지하 시인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청중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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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시인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몇 년 전, 논란이 된 천성산 얘기를 꺼낸 김 시인은 "도롱뇽은 소송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의 핵심"이었다며 "운하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천성산 지금 뚫고 있지 않습니까? 운하요? 소송 걸면 어떻게 될까요? 넋 놓고 앉아있거나 낙관해서는 안 됩니다. 강물의 물방울이 결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판결나면 자기들이 결국 운하를 끌고 갈 것 아닙니까."

김 시인은 "새로운 철학운동을 하려면 도롱뇽은 법적 소송주체가 안 된다는 우리나라의 법부터 바꿔야 한다"라며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방식은 새로운 문명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시인은 또 "서양식으로 말해 이제는 인간과 자연이 계약을 맺어야 할 시점인데 대운하를 한다는 것은 평지풍파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라며 "몇 사람 빼고는 경제적 이득도 없고, 생태·환경·문화재 등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 자명한데 산천을 다 부셔서 운하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나서 김 시인은 "지금 정부는 정치를 잘 모르고 있다"고 전제한 뒤 "공공성 중의 공공성인 정치를 하면서 운하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서양에서 말하는 사회적 공공성 개념과 더불어 동양의 생명존중사상, 그리고 각 종교에서 말하는 사상들도 다 융합해서 가야 하는 것이 이 시대의 방향"이라고 일갈했다.


태그:#김지하,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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