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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유권자들이 모인 선거유세를 관람했습니다. 지난 15대 총선부터 선거법이 바뀐 후, 많은 여러 유권자들이 모인 집회 형식의 선거유세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갖습니다. 15대 이전 선거 때마다 자주 있었던 군중 유세가 문뜩 생각이 났습니다.

 

이곳은 주민들이 몇 년째 남양주시의 쓰레기 매립장 설치 추진에 반대해 일관되게 투쟁을 해온 지역입니다. 남양주시를 상대로 여러 차례 소송이 진행된 곳입니다. 특히 지난 2006년 4월 3일은 남양주시의 공사 강행 방침으로 용역이 투입됐고, 이에 맞선 주민 30여명이 다치는 등 중경상을 입은 지역입니다. 바로 남양주을 선거구입니다. 정확히 말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주공아파트 주민들입니다.

 

주민들은 남양주시가 아파트 인근에 쓰레기 매립장을 설치 추진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곳입니다. 매립장 설치를 위해 주민의견을 물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오폐수로 인한 환경오염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5일 오후 2시 이곳 청학농협 앞에서는 5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쓰레기 매립장 반대 집회가열렸습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유력후보가 초청돼 오후 4시부터는 18대 국회의원 선거유세도 있었습니다.

 

후보 모두 쓰레기 매립장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참석하기로 했던 한나라당 후보는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최 측에 의하면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미 쓰레기 매립장이 확정된 이상 번복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본디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이 많은 지역인데, 후보가 참석을 하지 않았으니 더욱 불신을 가질 만도 합니다. 당당히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날 유세를 지켜본 몇몇 유권자들도 한나라당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한 모습이었습니다.

주민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지 모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나라당 출신 이광길 전 남양주 시장이 주민들의 의견 수렵을 하지 않고 매립장을 추진했고, 또 이석우(한나라당) 현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쓰레기 매립장을 막겠다고 당선된 이곳 출신 모 시의원이 쓰레기 매립장 설치 쪽으로 마음을 바꾼 모양입니다.

 

이 시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 여론이 높은 지역입니다. 그리고 15명의 시의원 중 대부분이 남양주시 입장을 지지한 한나라당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이 많습니다. 아마 김연수 후보도 이런 눈치를 알아차린 탓에 오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이 주최 측(쓰레기매립장 반대 투쟁위원회)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이곳 남양주을 지역구는 7명의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하지만 유력 후보인 기호 1번부터 기호 4번까지는 초청을 했습니다. 기호 2번 한나라당 후보는 불참 통보를 했으니 제외하고서라도 나머지 3명의 소외된 군소후보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주민들도 철저히 여러 정치인들에게 소외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민주주의 선거의 기본인 형평성을 위배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도 잘 기사화되지 않는 군소 후보들 입니다. 소외된 후보에게 유권자인 주민입장에서는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창조한국당 후보, 친박연대 후보 등이 유세장에 있었는데도 선거 연설을 시키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유세가 시작됐습니다. 3명의 후보 모두 주민들이 바라는 쓰레기 매립장 반대 입장을 분명히해 주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순으로 각 후보 마다 15분의 유세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설원이 먼저 나와 지지연설을 하면서 후보를 소개하는 정당 후보도 있었고, 후보가 15분의 연설을 직접 소화하는 후보도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집회 무대가 설치됐는데도, 각 후보 측은 개조해 만든 선거유세차를 직접 끌고 집회 단상 앞으로 와 유세를 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각 지지하는 후보들이 연단에 오르면 각 후보자 선거운동원들은 후보 이름을 연호했습니다.

각 후보들의 유세에 대해 유권자들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습니다. 야유를 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유권자들의 성숙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대 젊은 유권자부터 90대 노인 유권자까지 후보들의 말을 빠짐없이 경청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이날 주최측 투쟁위원장은 후보 연설이 끝나고 주민들에게 오는 4월 8일 찍어야할 후보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겠지만 정보를 확실히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주민들의 힘을 결집시키자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결과가 주목됩니다.

 

특히 진보정당의 한 후보의 연설 한 토막이 생각납니다. “공약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그런 후보가 돼야 한다.”

또한 70대로 보이는 한 유권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선거 때만 표를 호소할 것이 아니라 평소 지역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선이 되면 나 몰라라 하지 않을 지 걱정이 된다.”

 

당락과 관계없이 이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18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후보라면 귀담아 들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태그:#쓰레기 매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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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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