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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 광장은 작은 원형극장을 연상시킨다

히고 민가촌 입구의 찻집
 히고 민가촌 입구의 찻집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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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몬바시(繩文橋)를 건너 다시 청원 지구로 돌아온 우리는 히고(肥後) 민가촌을 살펴보러 간다. 히고 민가촌은 가운데 교류 광장을 중심으로 5개의 전통 주택과 4개의 문화예술 전시관, 3개의 부대 가옥으로 이루어진 민속촌이다. 서쪽으로 기구치가와, 북쪽으로 에다가와를 끼고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민속촌으로 좋은 입지를 지니고 있다.

민가촌은 입구에 찻집이 있고 그곳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교류 광장이 나온다. 광장의 오른쪽에는 대체로 문화예술 전시관이 있고 왼쪽에는 전통 민가들이 있다. 우리는 먼저 히고 민가촌이라는 간판이 붙은 찻집에 들러 민가촌을 소개하는 팸플릿을 하나 얻는다. 민가촌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그래픽 지도가 있고, 그 주변으로 개개 건물에 대한 설명을 해 놓았다.

물레방앗간 가는 길
 물레방앗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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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 좌우를 살펴본다. 왼쪽에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작은 집이 하나 있고 오른쪽으로는 광장이 보인다. 정적인 광장보다는 돌아가는 물레방아가 우리의 시선을 끈다. 나는 물레방아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선홍색의 동백꽃이 길옆에서 강렬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물레방앗간에 좀 더 가까이 가니 한쪽으로 매화가 피어있다. 민속촌은 꽃이 있어 조용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인다.

교류 광장의 원형극장
 교류 광장의 원형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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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앗간을 보고 우리는 발길을 교류 광장 쪽으로 옮긴다. 이곳은 민가촌 사람들이 회의도 하고 또 행사도 치를 수 있도록 만든 개방공간이다. 그런데 이것을 서양식을 만들어 마치 그리스 시대의 원형극장 같다. 반원형의 광장 지름에 해당하는 곳에 무대가 있고 호(弧)에 해당하는 부분에 관객석이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일본의 촌락 구성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함으로써 서양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시킬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시가(布施家)는 니가타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보시가의 대문과 본채
 보시가의 대문과 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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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지나면 자연스럽게 발길은 오른쪽에 있는 보시가로 향하게 된다. 전통 민가들은 대부분 광장 왼쪽에 모여 있는데 보시가만 오른쪽에 있다. 보시가는 이곳 민가촌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약 300년 전의 주택으로 니가타(新潟)현 상월시 안강(安江)에 있던 것을 1977년 이곳으로 이전하여 복원하였다고 한다.

매화의 자태
 매화의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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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겉모습이 여늬 가옥과 다르다. 우선 2층으로 되어 있다. 안내문을 보니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지붕이 가파르고 눈의 무게를 이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집 입구에는 매화꽃이 정말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매화꽃을 원 없이 보았다. 1층으로 들어가니 바깥에는 마루가 깔려 있다. 우리의 대청마루 같은 느낌이 든다.

대청마루 안으로 일본 특유의 다다미가 깔려 있으며, 벽면 쪽으로 단을 쌓고 그 위에 작은 인형을 전시해 놓았다. 인형들이 빨간 천 위에 놓여있어서인지 아주 강렬한 느낌을 준다. 천 위에는 또 자개장, 마차, 검(刀) 등 생활 용품이 함께 놓여있다. 이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건지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참 아쉽다.

보시가의 내부
 보시가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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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방에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정원도 잘 꾸며놓았다. 일본인 특유의 지천회유(池泉回遊)식이다. 작지만 연못과 돌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원에는 보라색과 노란색의 봄꽃이 보인다. 꽃 이름을 알 수 없는 게 또한 유감이다.

역사민속 자료관에서 만난 일본의 국보들

돌로 만든 화살촉과 창
 돌로 만든 화살촉과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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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가를 나와 우리는 발길을 역사민속 자료관으로 돌린다. 이곳에는 선사시대의 석기와 토기류 그리고 후나야마 고분에서 나온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선사시대 석기로는 화살촉과 창이 있고, 토기류로는 고배와 옹관 등이 있다. 후나야마 고분에서 나온 유물은 92건에 달하는데, 이들은 동경, 장신구류, 무기와 무구류, 옥, 토기류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 모두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 상당수가 국보로 지정되어 도쿄박물관에 전시 보관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곳에 자료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은 복제품이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철제 갑옷이다. 배에서 어깨까지 가리는 것으로 화살이나 창으로부터 몸을 보호했을 것 같다. 녹이 슬고 허리 부분에 약간 훼손이 있으나 완형에 가깝다. 우리나라 합천의 옥전고분에서 출토된 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옆에는 철제 투구가 있다. 아마 갑옷과 한 세트인 모양이다. 그 다음에는 큰칼 즉 환두대도(環頭大刀)가 있는데 이곳에는 용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용무늬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청동 방울
 청동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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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철륜등(鐵輪鐙)이라는 마구(馬具)도 보이고 청동 방울도 보인다. 이들도 모두 국보이다. 다음에는 금으로 만든 장신구들이 있다. 금구, 금환, 금귀고리, 금동제 신발, 금관식 등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여러 가지 문양의 동경들이 있다. 대부분 신령스런 짐승들이 돋을새김 되어 있으나, 신인이 마차를 타고 가는 모습이 새겨진 ‘신인거마화상경(神人車馬畵像鏡)’도 있다.

가라쓰 공방에서 만난 유리 공예품

유리로 만든 큰 칼.
 유리로 만든 큰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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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민속 자료관 앞에는 가라쓰 공예관이 있다. 가라쓰란 글래스(Glass)의 일본식 발음으로 이곳에는 유리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들어가서야 우리는 처음으로 일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친근감을 표현하면서 말을 걸어온다. 이곳 기쿠수이죠(菊水町)와 공주시가 1979년 자매결연을 맺었으며, 한국에서 수학여행단이 이곳에 온 적이 있다고 설명해 준다. 그러면서 편하게 유리공예품을 보라고 말한다.

이곳에는 채색된 유리 공예품이 많았다. 용도는 그릇과 꽃병 그리고 잔이었다. 다른 쪽에는 조그만 인형들이 진열되어 있다. 아 그런데 창문 쪽으로 큰 칼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출토된 환두대도를 모방해서 만든 것 같았다. 실용성은 없지만 색깔과 모양이 예술이다. 또 비누방울처럼 화사한 무늬가 보이는 화채그릇도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시골에서까지 이런 예술품이 만들어지다니 이게 바로 일본의 저력이다. 과연 시장성이 있는지 의문이 가기는 하지만.

도예 공방의 도자기
 도예 공방의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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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쓰 공방을 나오니 도예 공방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투박한 도자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도자기들은 색깔이나 모양이 영 시원치 않다. 물레질을 하지 않고 수제로 만들어서인지 미적으로도 수준이 떨어진다. 색깔도 다양하기는 한데 명도와 채도가 높지 않아 시선을 끌지 못한다. 이곳의 도자기 기술은 아직 멀은 것 같다.

다시 전방후원분으로

허공장총 고분
 허공장총 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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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기쿠수이에는 세 개의 전방후원분이 있다. 그중 하나가 먼저 보았던 후나야마 고분이고 다른 두 개가 허공장총(虛空藏塚) 고분과 총방주(塚坊主) 고분이다. 나는 민가촌을 나와 허공장총 고분으로 간다. 허공장총 고분은 1975년부터 1981년까지 발굴 조사했는데 당시 고분의 정상부에서 허공장 보살이 발견되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고분의 길이는 52m로, 61m의 후나야마 고분보다는 작지만 47m의 총방주 고분보다는 크다. 이것 역시 고분 주위를 해자로 둘렀고, 전방이 기구치가와를 향하고 있다. 고분 위에는 나무가 두 그루 자라고 있어 이곳에서도 역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고분은 후나야마 고분에 비해 봉분과 나무가 잘 어울리는 편이다.

히고 민가촌 배치도
 히고 민가촌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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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분을 보고는 또 다른 고분인 총방주 고분을 봐야하지만 시간이 없다. 총방주 고분은 기구치가와 하류 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야 있다. 이 고분은 세 고분 중 가장 늦은 1990년에 발굴되었으며, 발굴 결과 6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고분의 안은 적색과 백색으로 채색되어 있으며 기하학적 문양이 그려져 있어 장식고분의 원류로 여겨진다. 이 고분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시간에 맞춰 구마모토로 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차에 오른다. 시간이 10시 30분을 향해가고 있다.


태그:#히고 민가촌, #보시가, #역사민속 자료관 , #가라쓰 공방, #허공장총 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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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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