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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서가마다 사포질을 다 해놨습니다. 이제 이곳에 책이 꽂혀야겠지요? 30여 평 공간의 아담한 달팽이어린이도서관 내부입니다.
▲ 사포질 완성 엄마들이 서가마다 사포질을 다 해놨습니다. 이제 이곳에 책이 꽂혀야겠지요? 30여 평 공간의 아담한 달팽이어린이도서관 내부입니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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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도마초등학교 1학년 이정일이에요. 우리 집은 도마동에 하나밖에 없는 공원 바로 뒤에 있어요. 날씨가 따뜻하면 공원 놀이터에서 동생과 친구들하고 놀았어요. 그런데 엄마는 나보고 책을 읽으래요.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좋지만 책도 꼭 읽어야 한다고요."

그림책과 동화책들 모두 합해서 1500여 권의 책이 들어왔습니다. '얘게~ 책이 너무 적네!' 했던 말은 쏙 들어가고 일을 하려니 왜 그리 손이 많이 가는지 엄마들 말이 다시 바뀝니다. '분류작업하려니 와~ 책이 너무 많네!'
▲ 분류작업 그림책과 동화책들 모두 합해서 1500여 권의 책이 들어왔습니다. '얘게~ 책이 너무 적네!' 했던 말은 쏙 들어가고 일을 하려니 왜 그리 손이 많이 가는지 엄마들 말이 다시 바뀝니다. '분류작업하려니 와~ 책이 너무 많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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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을 앞둔 대전 서구 도마동 '달팽이어린이도서관'에서 만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가 씩씩하게 말한다. 집에서 가까운 동네 어린이도서관, 곧 주인공이 될 아이들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도서관에 갈 때는 엄마랑 버스를 타고 멀리 다녔어요. 그곳은 재밌는 책도 많지만 조용히 해야 하고요, 책상에 앉아서 책을 봐야 해요. 벽에 기대서 책도 보고 친구들이랑 영화도 보고 동생한테 책도 읽어주고 싶은데요. 그런데 우리 엄마가 나한테 꼭 맞는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준댔어요. 거기가 바로 여기(달팽이도서관)에요."

책 정리를 하는 엄마 옆에서 그림책을 보고 있는 어린이표정이 아주 진지합니다. 아이는 책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 그림책 너무 재밌다~ 책 정리를 하는 엄마 옆에서 그림책을 보고 있는 어린이표정이 아주 진지합니다. 아이는 책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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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다 등록된 번호의 스티커를 붙이고 필름지를 붙입니다. 책을 세워서 책등뒤에도 붙이고 십진분류표를 내용에 따라 붙이며 다시 필름지를 붙여야 합니다.
▲ 작업중입니다. 책마다 등록된 번호의 스티커를 붙이고 필름지를 붙입니다. 책을 세워서 책등뒤에도 붙이고 십진분류표를 내용에 따라 붙이며 다시 필름지를 붙여야 합니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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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마을어린이도서관에서는 요즘 동네 엄마들이 아주 바빠졌다. 작년부터 마을에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자 움직이던 일들이 이제 선명한 모양새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책정리가 끝나면 책을 볼 수 있지요. 아이들이 퍼즐을 갖고와 놀고 있습니다. 엄마들은 또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아직 책을 볼 수 없어요! 책정리가 끝나면 책을 볼 수 있지요. 아이들이 퍼즐을 갖고와 놀고 있습니다. 엄마들은 또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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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에 처음 '도마동어린이도서관'을 만들던 때가 2007년 7월이었다. 김정숙씨를 중심으로 10명의 엄마들이 모여 모임을 만들고, 도마초등학교와 주변 상가에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자 하는 홍보를 시작했다. 한여름에 경남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그림책 전시회를 하고 부모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도서관 설립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결과는 모두 찬성이었다.

그만큼 어린이도서관이 절실한 곳이었다. 도서관 장소를 마련하면서 마침내 2007년 11월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테마지원 사업 공모에 당선이 되었다. 엄마들은 도서관 공간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자주 모임을 가졌다.

용이엄마의 솜씨는 달팽이도서관의 보물입니다. 얼마나 야무지고 꼼꼼하게 하는지 볼 수록 감동입니다.
▲ 달팽이어린이도서관 디자인 용이엄마의 솜씨는 달팽이도서관의 보물입니다. 얼마나 야무지고 꼼꼼하게 하는지 볼 수록 감동입니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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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일일이 오려 시트지에 붙이고 다시 오려 창문에 붙이고 있습니다. 윤석중의 동시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들어오면서 눈에 마음에 자연스럽게 새겨질 것입니다.
▲ 도서관 창문에 동시를 붙여요 글자를 일일이 오려 시트지에 붙이고 다시 오려 창문에 붙이고 있습니다. 윤석중의 동시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들어오면서 눈에 마음에 자연스럽게 새겨질 것입니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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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도서관 공사를 시작하면서 엄마들은 도서관에 놓일 서가에 직접 사포질을 했다. 아이들에게 편안한 벽지를 골라 직접 바르고, 어떤 책들로 서가를 채울 것인지 그림책 공부를 틈틈이 하면서 도서관 이름을 고민했다. '달팽이'는 엄마들의 생각이 모이고 좁혀지면서 탄생된 어린이도서관 이름이 되었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모습이 다정하고 정겹습니다.
▲ 도서관 간판도 재활용했어요.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모습이 다정하고 정겹습니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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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어린이도서관으로 놀러오세요!
 달팽이어린이도서관으로 놀러오세요!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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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크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과 충분한 흙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달팽이어린이도서관도 아이들이 마실 물과 재밌게 읽을 책, 따뜻한 공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비영리사립문고로, 도마동 주민들의 자원 활동으로 운영될 달팽이도서관. 경제를 우선으로 빠른 속도를 내는 요즘 분위기에 견주면 달팽이는 정말 느리다.

하지만 천천히 가면서 내 둘레에 누가 살고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며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들은 오늘도 도서관에 모여 도서관을 꾸미는 작업과 책 정리를 한다.

달팽이어린이도서관은 자원봉사를 기다리고 있다. 책 정리에서부터 꼼꼼한 인테리어까지 부족함을 채워줄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도서관 창문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기념으로 아이들 사진을 찍었습니다. 왼쪽 첫번째 어린이가 이정일 어린이입니다.
▲ 우리가 주인공이에요! 도서관 창문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기념으로 아이들 사진을 찍었습니다. 왼쪽 첫번째 어린이가 이정일 어린이입니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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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동에 사는 정일이의 목소리가 꽃망울을 터뜨리듯 벌어진다.

"달팽이도서관은 우리 동네 도서관이니까 우리 집처럼 편안해요.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달팽이도서관은 계속 동생들과 함께할 거예요!"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달팽이어린이도서관: 대전 서구 도마동 향우사거리 성문교회 맞은편 함지박 2층
네이버 까페-도마동어린이도서관(cafe.naver.com/domadongbooks)



태그:#달팽이, #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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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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