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밥 맛이 없다고 하더니 벌써 밥 한 공기 다 먹었잖아."
게 뚜껑에 조금 남은 밥을 써억 써억 비벼서 깨끗하게 마무리를 했다. 어느새 밥공기가 비워진 것을 보고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점심 먹기 싫어 뭐하고 먹을까? 말까? 했었는데. 간장게장은 혼자 먹어도 역시 밥도둑이었다. 특히 월요일 점심은 혼자 먹기 정말 싫은 날이기도 하다. 주말내내 식구들이 북쩍이다 월요일이면 밀물처럼 빠져 나가 하루종일 혼자이기 때문이다.
31일 월요일 점심을 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다가 2시가 다 되어서 한술 먹기로 한 것이다.바로 그 간장게장하고. 얼마전 딸아이가 남쪽으로 여행을 갔었다.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간장게장이 나왔단다. 그 간장게장이 어찌나 맛이 좋던지 다른 반찬을 건드려보지도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여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간장게장을 사가지고 와서 먹어보니 식당에서 먹은 것과 맛이 같다고 한다. 그래서 전화로 주문을 해서 택배로 도착한 것이다. 그집은 인터넷쇼핑몰에 올라온 집도 아니고 그곳에서 먹어 본 사람들이 전화로 주문을 해서 보내 주곤 하는 집이란다.
가족이 모두 있을 때는 게를 3~4마리 내놓아야 밥을 먹을 수있다. 남편과 아들도 간장게장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정말 몰랐었다. 그들이 게장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는 "두사람이 간장게장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정말 몰랐네"했었다. "음 게장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걸" 하며 경쟁이라도 하듯이 먹곤 했었다. 남편도 간장게장을 먹을때는 다른 반찬은 거의 손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 나혼자 밥을 먹으면서도 2 마리를 혼자 먹었으니 정신없이 먹은 것이다. 오늘따라 나도 김치는 입에도 대지않고 그저 간장게장 맛에 푹 빠져 들었던 것이다. 약간 달짝지근 하면서도 그렇게 짜지도 않은 간장게장이 입맛을 자극 시켜주는 듯했다. 간장에 무엇을 넣고 만들었는지 깊은 맛이 난다. 그래서일까 간장게장은 혼자 먹어도 역시 밥도둑이란 말이 실감이 났다.
가족들은 지난번 오촌아저씨가 직접 담가서 준 간장게장을 먹고 적잖이 아쉬움이 남아 했었다. 딸과사위도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딸이 보내 준 간장게장은 한참을 먹어도 될 듯하다. 그 간장게장을 다 먹을즈음이면 게가 많이 잡혀서 가격이 조금 싸질 때가 될 것같다. 그러면 맛있게 담가서 가족들의 입맛을 살려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