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선 대구FC의 변병주 감독은 그를 두고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 진경선 대구FC의 변병주 감독은 그를 두고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 대구FC


"플레잉 코치 아니야?"

FC서울의 오른쪽 미드필더 이청용의 돌파를 막아내는 선수를 본 한 관중의 말이다. 멀리서 봐도 짧은 머리와 넓은 이마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이는 데다가 그의 노련한 플레이 때문에 프로 생활 십수 년은 한 것 같은 노장선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진경선(29, 대구FC). 진경선은 지난해 부임한 '새내기' 변병주 감독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시즌 시작에 앞서 변병주 감독은 그를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고 잘라 말했다. 활동량, 투지, 돌파력, 시야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그는 선수 자원이 부족한 시민구단 대구에게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모 구단 감독도 그를 두고 "잘 다듬으면 국가대표 감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시민구단 대구FC의 보석 진경선 

 진경선은 "머리숱이 별로 없어서 걱정된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너무 늙어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경선은 "머리숱이 별로 없어서 걱정된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너무 늙어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대구FC

아직은 축구팬들에게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그는 3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3라운드 서울과의 경기에서 왼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이근호, 에닝요, 장남석 등 공격수들을 지원하며 99분 동안 '무한' 체력을 앞세워 열심히 뛰었지만 1-3 패배를 얻었다.

패하기는 했지만 진경선은 쉼 없이 공수를 오르내리며 대구FC의 허파 역할을 했다. 측면을 이용해 공격을 펼친 서울은 진경선의 힘 실린 방어로 좋은 기회를 여러 번 놓치는 등 어려운 경기를 전개하다 전반 34분 '샤프' 김은중의 헤딩골로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구단 홈페이지의 선수 프로필 코너에 '마포 박'이라는 네티즌이 글을 남겼다. 자신을 서울팬이라고 밝힌 그는 "오늘 경기에서 정말 열심히 뛰는 진경선 선수를 보고 대구FC에 '급호감'을 갖게 됐다... 앞으로 좋은 경기 기대하겠다"는 격려의 글을 남긴 것.

상대팀 팬이 격려의 글을 남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진경선의 활약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만하다. 빠른 공수 전환을 즐기는 변병주 감독의 눈에 띄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기도 하다.

진경선의 프로 생활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3년 부천SK(현 제주 유나이티드)를 통해 K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부천의 사령탑이었던 터키 출신의 트나즈 트르판 감독의 눈에 띄어 개막전을 시작으로 네 경기 연속 선발출전하며 주목을 받았다. 애석하게도 그가 출전한 네 경기는 모두 패배로 물들었고 트르판 감독이 경질되면서 부천에서 그의 기록은 끝이었다.

"대구를 지켜봐 달라"

이때부터 암흑의 시간이 찾아왔다. 후보선수에서 2군으로 밀린 2년간의 부천 생활을 정리한 뒤 진경선은 2005년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으로 옮겼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연습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불운을 겪으며 축구와는 인연을 끊는 듯했다.

다행스럽게 지인의 소개로 2006년 7월 대구에 입단했지만 이때까지도 같이 영입된 외국인 공격수 제펠손의 화려한 경력으로 팬들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반전이 시작됐다. 단 세 경기로 막을 내린 제펠손에 비해 2005년 K리그 도움왕이었던 홍순학의 오스트리아 진출과 FA(축구협회)컵의 사나이로 불리는 송정현이 전남으로 이적한 것. 진경선은 텅 빈 미드필드를 제대로 메워주며 팬들의 머릿속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듬해 현 올림픽대표팀 미드필더 오장은까지 울산 현대로 이적하면서 시민구단의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했다.

먼길을 돌아 다시 K리그로 온 진경선은 팀 내 체력왕의 자리에 오르며 몸이 완전히 회복됐음을 알렸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상대 공격수들을 끈질기게 따라붙어 "지독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팀 자체 시상식에서 지난해 국내선수들 중 가장 많은 득점으로 최우선수상을 받은 이근호에 이어 우수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에 패한 대구는 정규리그 8위로 내려앉았다. 경기 뒤 발목에 얼음 찜질을 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조용히 빠져나가던 진경선은 인터뷰 요청에 쑥스러운 표정을 보이며 취재원과 취재진의 경계선으로 다가섰다.

그는 "질 때나 이길 때나 항상 자신있게 경기를 한다. 팀 분위기는 좋다"고 미소로 대답했다. 이어 머리숱이 적어 걱정스럽다며 살짝 매만지던 그는 "선수들의 몸이 많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대구를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2006년 대구가 보여 준 후기리그 돌풍을 재연하겠다는 것이 진경선의 뜻이다.

덧붙이는 글 FC서울 3-1 대구FC(득점-전35, 김은중 후12, 데얀 후35, 고명진 도움:이청용<이상 FC서울> 전32, 에닝요<이상 대구FC>)

골키퍼-김호준
수비수-최원권(후40, 이종민), 김치곤, 박용호, 아디
미드필더-이청용, 이민성, 이을용(후12, 김한윤), 박주영
공격수-데얀, 김은중(후24, 고명진)

골키퍼-백민철
수비수-황선필, 황지윤, 조홍규
미드필더-백영철, 장상원(후16, 문주원), 하대성(후44, 최종혁), 진경선
공격수-장남석(후31, 조형익), 에닝요, 이근호
진경선 대구FC K리그 FC서울 변병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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