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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선의 이상수 vs 연예인 총출동 유정현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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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9 총선의 최대 격전지는 어디일까?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따르면, 서울 중랑갑 지역이 어느 곳보다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8일 발표된 SBS-<조선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소속인 이상수 후보와 유정현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25.3%, 25.1%를 기록해 불과 0.2% 포인트 차이의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오늘(31일) 발표된 YTN 여론조사에서는 유정현 후보(28.8%)가 이상수 후보(22.2%)를 6.6% 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부동층이 30.8%에 달해 아직 승패를 예측하긴 힘들다.

 

이 지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통합민주당 '개혁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상수 후보가 민주당으로 살아 돌아 갈 수 있을지, SBS 아나운서 출신인 유정현 후보가 이곳에서 탤런트 이순재씨에 이어 '금배지를 단 방송인'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인 이곳에서 민주당 후보의 분열이 총선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관심을 끈다. '기호 1번' 임성락 민주당 후보가 9.9%의 지지율(28일 SBS-<조선일보> 조사)을 기록하는 등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6.2%의 지지율을 보인 김철기 친박연대 후보 역시 총선 결과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에서는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김종묵 평화통일가정당 후보, 강경환 무소속 후보도 출사표를 던졌다.

 

[임성락] 인지도 낮은 기호 1번 치과의사... "이상수 후보 사퇴해야"

 

 

29일 오후 2시, 서울 중랑구 면목역 인근. 봄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임성락 민주당 후보가 연설 차에 올라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그는 무소속으로 나온 이상수 후보와 연고가 없는 곳에 전략 공천된 유정현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임 후보는 인근 동원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돌렸다. 그는 유세 도중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명함 18만장을 뿌렸다"고 말했다. 몸무게는 7kg가 빠졌단다.  임 후보는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임 후보의 이날 유세는 오전 6시부터 시작했다. 밤에는 젊은 사람들이 다니는 선술집에 찾아가 자신을 알린단다. 이러한 임 후보의 부단한 노력에도 그를 만난 시장 상인들은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임 후보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18년 동안 이 지역에서 살면서, 치과의사로서 무료 의료 활동을 많이 했다, 민주당원들에겐 내가 이상수 후보보다 지지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천이 25일에야 확정됐지만, 조직을 완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지역이 민주당 강세지역인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랑갑 지역은 호남 출신이 30% 이상이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 하나 없는 서울의 대표적 서민 주거 지역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분열로 인해 한나라당 유정현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중랑갑 지역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민주당 후보의 분열로 선거 결과를 알 수 없다.

"한나라당도 친박연대 후보가 나와 분열됐다. 내가 민주당 개혁 공천 후보이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나온 이상수 후보가 결단해야 한다. 당의 분열을 부추기는 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다.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공심위가 국민의 뜻에 따라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

 

- 유정현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나라당은 중랑구민을 얕잡아 봤다. 지역에 맞는 후보를 내야하는데, 다른 곳에 공천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적어도 방송인이 국회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몇 년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

 

- 지역 주민을 위한 대표 공약을 말해 달라.

"이곳은 서민이 많은 지역이다. 바닥 경제를 살리겠다. 복개돼 있는 면목천을 생태 하천으로 복원하겠다. 또한 이를 역세권과 연결시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이상수] 여론조사 1위에 분위기 좋아져... "무소속으로 심판 받겠다"

 

 

같은날, 오후 3시 면목역 인근 이상수 후보 선거사무소에는 많은 지역 주민들이 밀려들었다.  이날 4시 선거 사무소 개소식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는 계속해서 인원 초과 경고음이 울렸고, 계단에는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빌딩의 6, 7층에 위치한 이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금세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지역 3선 국회의원(13·15·16대) 출신의 저력을 보여주는듯 했다. 정대철 당 상임고문과 김호진 전 당 쇄신위원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 한가운데 선 이상수 후보는 붉은 색 넥타이를 매고 밝은 모습으로 일일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한 지지자가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와서 분위기가 좋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15분 남짓 시간을 내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만나 "공천 받지 못했지만, 마지막으로 나를 키워준 중랑구민에게 직접 호소해 심판받고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호 9번을 받으니 기분이 이상했다"며 민주당 공천 심사 결과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 16대 대선 때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의 대선자금 책임자로 실형을 선고 받아 2004년 총선에 못 나왔는데.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날 억울한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공천을 안 주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 역사의 대의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라고 한다. 하지만 동료들의 시체를 밟고 지나가서 자기들이 승리하는 게 역사의 대의인가. 당에 실망했다."

 

이 후보는 공천과 관련된 질문에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민주당 개혁 공천에 대한 국민들의 평이 좋다'는 지적에 그는 "개혁이란 이름으로 모두 도매급으로 넘기는 건 문제다, 당의 부당한 명령에 쫓겨나와 무소속으로 나온 것"이라며 "총선 이후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 임성락 후보가 '민주당 승리를 위해 이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사퇴해도 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세력이 이기기 위해 젊은 임성락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친박연대 후보가 나와 표에 손실이 있다. 한나라당 후보가 (민주당 분열 덕분에) 어부지리로 당선 되진 않을 거다."

 

- 총선에서 이순재씨와의 대결이후, 다시 한 번 방송인 출신과의 대결이다.

"이순재씨와 싸워 한번 이기고 한번 졌다. 그는 국회의원을 한 후, '연예계에서 내가 잘하는 일을 하겠다'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유정현씨는 지역 연고가 없다. 지역에 오래 살면서 주민들의 고락을 충분히 이해해야 지역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다."

 

- 참여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한나라당에선 참여정부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장관하는 동안 파업이 적었고, 미흡했지만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다. 나름대로 좋은 점수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가 장관을 그만둘 때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 대표 공약을 말해 달라.

"중랑구는 주거 환경이 열악해 재건축·재개발에 관심이 많다. 국회에 들어가 재건축·재개발 관련법을 개정해 중랑구 주택 개선에 앞장서겠다. 또한 지역주민들은 교육 문제에도 관심 많은 데, 혜원여고·면목고를 명문화하겠다."

 

[유정현] 연고 없는 곳에 전략 공천된 유명 아나운서의 앞날은?

 

"우와! TV에 자주 나온 사람이네. 유정현이야, 유정현!"

 

 

오후 4시 유정현 후보의 유세가 있었던 면목역 인근 동원시장. 유명한 아나운서였던 만큼 유 후보는 지역 주민들에게 익숙해보였다. "실물이 낫다"며 호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깔끔한 외모 덕에 학생들은 "잘 생겼다"며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이 지역에 대해 뭘 안다고 갑자기 정치하러 나왔나", "당만 믿고 나온 거 아닌가" 등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민들도 있었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유세지원단 문화예술총괄팀 홍보위원장을 맡았던 유 후보는 당초 서울 동작갑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 지역 공천에서 탈락한 그는 중랑갑 지역으로 전략 공천됐다.  이를 두고 서청원 친박연대 공동대표는 "전략공천이 얼굴 좀 알려졌다고, 혹은 누구하고 친하다고 공천 받는 것이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유 후보는 또한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불출마 서명파 55명 중 한 사람으로 한나라당 공천 논란에 핵심에 서 있다. 유 후보는 이날 유세 일정을 이유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시간을 내지 않아 이에 대한 자세한 입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는 현재 이상수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잇단 실책으로 고민이 크다. 상대 후보로부터 "지역 연고가 없다", "정치적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유명 아나운서로서의 높은 인지도를 믿고 있다. 여기에 동료 연예들의 지원 유세도 그에겐 큰 힘. 이날 유 후보의 유세에는 탤런트 이한위·이수호씨 등 동료 연예인 5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견제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쌈박질만 할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한나라당이니 지역에서도 한나라당이 돼야 코드가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 역시 시장 입구에서 "여러분들이 현명하게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으니, 이제 나라가 더 잘 살려면 한나라당이 무조건 과반의석을 해야 한다"며 '안정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그는 "나 자신이 힘이 있기보다 한나라당 후보이기에 힘이 있다, 개인을 못 믿겠다면 한나라당을 믿고 뽑아 달라"며 "나는 대통령·서울시장과 굉장히 친하다, 그들을 찾아가서 발목을 잡고 애원을 해서라도 중랑구 발전을 위해 애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는 이날 거리 연설에서 뉴타운 지정 문제를 언급해 지역 주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에 10개의 뉴타운을 새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을 찾아가 면목동의 열악한 상황을 얘기하며 울면서 (뉴타운을) 지정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철기 "박근혜 정권 준비"... 김종묵 "영어교육 실제화에 초점"

 

한편, 군소 정당 후보들도 총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철기 친박연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로 경쟁력이 있음에도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며 "박근혜 정권을 준비하는 일을 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중랑구는 철길 때문에 둘로 나뉘었는데, 프랑스 파리처럼 철길을 복개해서, 그 위에 도심을 짓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이어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은 것과 관련 "친박연대를 창당하느라 여의도에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며 "15대, 16대 때 출마한 적이 있고, 시간이 많다, 지지도는 금방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묵 평화통일가정당 후보는 "정치가 현 시대에 부응을 못해 출마했다"며 "중랑구의 경제를 살리고 교육 여건의 획기적인 전환을 위해, 국제화 시대에 맞는 영어교육의 실제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자신의 지지를 호소했다.


태그:#격전지, #중랑갑, #이상수, #유정현, #임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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