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늘 생각나진 않는다. 그래도 간혹 가다 참 그리운 음식 물회. 아마도 수도권에선 물회를 맛볼만한 데가 흔치 않아서 더욱 구미가 당기는지도 모르겠다. 설령 물회가 있다손 치더라도 바닷가에서 먹는 그 맛과는 차이가 나고 말이다. 그렇기에 바다가 있는 지역에 가면 마땅히 물회를 찾는다. 

 

포항도 그중에 한 곳. 다른 건 다 안 먹어도 물회 만큼은 맛봐야 할 음식. 물회 고장답게 터미널 식당들부터 물회는 필수메뉴다. 여수에 가면 장어탕 메뉴를 안내건 집이 없을 정도인데 포항도 뒤질세라 여기도 물회 저기도 물회. 많고 많은 물횟집 중에서 맛객의 미각촉수에 감지된 이집. 죽도시장 언저리에 있는 승리회식당이다.

 

죽도어시장에서 들여오는 싱싱한 횟감을 저렴하게 내놓는...

 

죽도어시장에 들어오는 싱싱한 횟감을 실비로 내 놓아 성공을 거둔 집. 때문에 여럿이 간다면 물회보다 모둠회를 주문해서 먹다가 3000원하는 물회양념을 주문해서 남은 회와 함께 먹는것도 괜찮을 성 싶다.

 

인상 좋은 주인장을 보면 맛이 보이는 건 당연지사. 사람 좋고 인심 좋고. 그 때문인지 물회 한 그릇에 따라 나오는 반찬들이 만찬수준. 요즘 같은 살인물가 시대에 자장면 한 그릇 먹을라쳐도 괜히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이게 웬 횡재? (3개월 전 방문기라 지금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점 감안하고 가시라.)

 

단가 센 일식집도 아닌데 흑임자죽부터 나오는 것 좀 보라지. 이어서 나오는 건 새우, 소라, 땅콩, 단호박 찐 것. 포항이니 과메기는 기본. 물회가 아닌 모둠회를 시킨 게 아닌가 의심 들게 하는 이것. 멍게, 해삼, 산낙지, 개불. 술 좋아하는 블로거들 표현대로라면 이것만으로도 소주 한병 거뜬히 비워도 될 정도. 헌데 것도 부족해 매운탕까지 차려진다.

 

사실 개인적으론 물회에 매운탕은 조화롭지 못한 식단이란 생각이다. 음식 맛을 떠나 막 먹는다면 모를까. 찬 물회에 들어간 숟가락이 다시 뜨거운 매운탕으로 왔다 갔다 한다는 게 영 탐탁치가 않다. 맛에서도 뜨거운 매운탕 먹고 다시 물회를 먹는다면 비린 맛이 감지 될 것만 같은 이 불안감. 때문에 물회를 다 먹을 때까지 매운탕은 처다도 보지 않았다. 물회에 밥 반공기 말고 남은 걸로 나중에야 매운탕을 먹었다.

 

물회는 1만원짜리와 1만5천원 두종류가 있다. 비싼 건 자연산 도다리가 들어가고 1만원짜리에는 광어가 주 재료. 맛객은 돈이 없어 광어물회를 주문했다. 광어회에 양념고추장 한숟가락 넣고 배와 오이채를 올렸다. 고명으로 김가루와 참깨. 알맞게 비빈 물회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달고 시원한 배와 부드러운 질감의 생선회가 이뤄내는 맛의 앙상블.

 

절로 한잔 술이 생각나는 건 꼭 주당이어서가 아닐 터. 물회를 안주삼아 소주 몇잔 비울 때쯤 되면 재료에 양념이 알맞게 배어든다. 이때 물을 부어 진짜 물회를 만들어 밥 한 숟가락 놓고 떠먹는 맛이란. 달면서 적당히 맵고 감칠맛까지 선사하는 물회. 그래, 이 맛이야. 이 맛에 포항에 온기라. 물회에 대한 갈증도 풀었고 슬슬 죽도어시장 구경이나 나서 볼까나.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물회, #맛집, #죽도어시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