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심사' 업무를 마감한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이번에는 후보지원유세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공심위원으로 활동한 김부겸(경기도 군포시) 의원이 27일 밤 산본역 앞 중심상가에서 연 선거유세에 참석했다. 외부 공심위원인 인병선 짚풀생활사 박물관장과 함께였다.

박 위원장은 유세참석에 앞서  "한창 공천심사를 할 때 김 의원이 나중에  유세에 한 번 와달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약속을 지키려고 왔다"고 참석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다른 후보들이 요청하면 응하겠느냐"는 질문에 "(공심위원인) 이인영 의원과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간간히 요청이 있는데, 힘도 들고 그리고 적당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계속 할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김부겸 "일주일전에 박근혜 왔었으니 '박 대 박'싸움 됐다"

순두부찌개로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김 의원은 "1주일 전에 상대편인 한나라당 유영하 후보에게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을 왔었는데, 오늘은 박 위원장이  오셨으니 '박 대 박'싸움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당원 전진대회'인줄 알고 별도의 준비를 해오지 않았다는 그는 소형트럭을 개조한 연단에 올라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난생 처음인 선거연설 데뷔무대였다. 투박하지만 거침없는 평소 말투 그대로였다.

박 위원장은 "내가 국회의원 지원하는 연설을 할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 한 적이 없는데, 세상 살다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다"며 말문을 연 뒤 "정치인은 많지만 김부겸 의원만한 정치인은 없다. 여러분들이 키워줄만하다"고 말했다.

연설말미에는 "내가 마음이 약한데, 여자로 태어났으면 큰일 날 뻔했다. 김 의원에게 마음을 다 줘버렸을 것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또 밑에서 지켜보던 인병선 관장을 연단에 올려 함께 팔을 들어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연설을 끝내고 내려오자 사람들이 몰리면서 악수와 인사를 청하는 손길이 이어졌고, 당을 상징하는 연두색 목도리를 감아주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공천심사 한 사람 지원하니 보기에 괜찮다"

100여명이 채 안되는 참석자들 대부분이 당원과 지지자들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반응은 괜찮았다. 중학생 자녀를 박 위원장에게 인사시킨 한 시민은 "100%는 아니지만, 정치권의 역학관계를 감안하면 공천심사를 잘했다고 본다"고 평했다. 부산에서 출장왔다가 박 위원장의 유세를 지켜봤다는 김봉석씨는 "자기가 공천심사를 한 사람을 지원해 주는 것이니까, 보기에 괜찮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을 돕고 있는 한우근 군포시 의원은 "초반에 분위기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다른 지역에 지원 가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윤주 전 군포시장이 "죽어가는 민주당을 살려내신 박재승 위원장께 박수를 부탁한다"고 말하는 가운데 그는 현장을 떠났다.

민주당 "조직적으로 박재승 지원유세 계획 없다"

박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지원유세에 나설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 자신이 일회성이라고 선을 긋고, 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관계자도 "박 위원장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도 있는 반면 부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내세울 계획은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의 간판들인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대선 후보가 자신의 선거에 묶이면서 전국선거 특히 수도권지원에 나설 인물이 강금실 최고위원 정도밖에 없는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이날 오전 공심위 해단식을 마치면서 "국민들도 이 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투표장에 나가달라"는  별도 성명을 낼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깊다.

차에 오르는 그에게 "일단 시작하셨으니 지원요청이 더 많이 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박 위원장은 "보기에 나쁜게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차에 올랐고,  옆에 있던 인병선 관장은 "박 위원장은 마음이 좋으셔서 자꾸 부탁하면 들어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