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2008프로야구가 개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개막 특집으로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전력을 분석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큰 손' 삼성은 이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은 지난해 4위로 추락했음에도 김동주(두산 베어스), 이호준(SK 와이번스) 등 자유의 몸이 됐던 '거물'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대신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이상목과 두산 베어스와 결별한 구자운, 두 번째 코리안 메이저리거 조진호 등 다른 팀에서 방출된 투수들을 대거 영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로부터 백업 내야수 손지환을 데려왔다.

스토브리그의 '큰 손'으로 군림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대신 삼성은 내부적으로 내실을 다졌다. 배영수, 조동찬 등 부상에 시달리던 선수들이 복귀했고, 외국인 선수 제이콥 크루즈를 통해 중심 타선을 보강했다.

박석민, 최형우, 허승민 같은 패기 넘치는 젊은 야수들을 대거 발굴했다는 점도 스프링 캠프와 시범 경기의 큰 수확이다. 부임 4년째를 맞는 선동열 감독의 '진검 승부'가 시작되는 셈이다.

[투수] '에이스'의 귀환, 흔들리는 '돌부처'

 '에이스' 배영수가 돌아왔다.

'에이스' 배영수가 돌아왔다. ⓒ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가 돌아왔다. 팔꿈치 수술 후유증으로 지난 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배영수는 시범 경기에서 15이닝을 3자책점(평균자책점 1.80)으로 틀어막으며 '에이스의 귀환'을 세상에 알렸다.

작년 시즌 상위 세 팀이 각각 케니 레이번(SK 와이번스), 다니엘 리오스(두산 베어스), 류현진(한화 이글스)이라는 확실한 '1선발'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만 봐도 '에이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밖에 선발 전환을 노리는 윤성환은 시범 경기에서 8.2이닝 동안 전혀 실점을 하지 않았고,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게 될 권혁(2.2이닝), 안지만(7이닝), 차우찬(7.1이닝)도 시범 경기 무실점 투구에 동참했다.

그러나 불안요소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돌부처' 오승환이 겨우내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다는 점이 가장 걱정스럽다. 오승환은 시범 경기에서 2세이브(4이닝 1실점)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오승환이 예년처럼 시즌 내내 위력적인 '돌 직구'를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새 외국인 투수 웨스 오버뮬러도 시범경기에서 8이닝 동안 5점(4자책)을 내주며 만족스런 투구를 하지 못했다. 오버뮬러는 지난해 팀 내 최다승 투수 제이미 브라운(LG 트윈스)을 포기하면서 데려온 '귀하신 몸'이다.

이렇듯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삼성의 마운드지만, 선동열 감독이 수석 코치로 부임했던 2004년 이후 4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3점대를 유지해 온 저력만큼은 결코 무시할 순 없다.

[타선] '아~ 옛날이여!', 삼성 타선의 화려한 부활?

 삼성 라이온즈 예상 선발 선수 명단.

삼성 라이온즈 예상 선발 선수 명단. ⓒ 양형석 제작

팀 타율(.254) 꼴찌, 팀 득점(497점) 꼴찌.

작년 삼성의 초라한 타격 성적이다. 한때 막강 화력을 자랑하던 삼성은 어느새 타율 꼴찌의 '물방망이' 팀이 되고 말았다.

삼성은 지난 3년 동안 두 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라이온즈를 오랜 시간 지지했던 팬들은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이만수·장효조·김성래·양준혁·이승엽으로 대표되던 삼성의 화끈한 공격 야구는 사라지고, 투수 위주의 '지키는 야구'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장종훈(340홈런)의 최다 홈런 신기록에 나란히 도전장을 내민 양준혁(통산 331홈런)과 심정수(통산 325홈런)의 '양심포'에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타율 .325 22홈런 85타점을 올린 제이콥 크루즈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의 성적이 달라진 삼성의 모습을 말해준다. 시범경기에서 삼성은 .277로 팀타율 1위에 올랐으며 득점도 63점으로 2위인 KIA(50점)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꼴찌에서 1위로 '수직상승' 한 셈이다.

양준혁-심정수-크루즈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지난 시즌 75홈런 258타점을 합작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돋보이는 기록이다. 또한 크루즈가 가세하면서 지난 시즌 5번 타자를 번갈아 맡았던 박진만과 진갑용은 올 시즌엔 하위 타선의 무게를 강화시킬 수 있다.

결국 '공격 야구 부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테이블 세터(1, 2번 타자)'. 무엇보다 지난 시즌 타율 .267에 그치며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박한이가 다시 '부동의 1번 타자'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주목해야 할 선수] '명 조련사' 선동열 만난 '방출 군단'

박찬호를 이은 두 번째 코리안 메이저리거, SK로 돌아왔으나 병역 비리에 휘말려 은퇴 위기, 만 32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삼성에 합류.

조진호의 파란만장한 선수생활 이력이다. 삼성이 조진호를 데려왔을 때 팬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재기가 어려울 정도로 조진호의 구위는 약해졌고, 세월의 흐름으로 그의 어깨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진호는 그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시범 경기 3경기에 등판해 9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조진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이로써 퇴물 취급받던 '전 메이저리거' 조진호는 정현욱과 5선발 자리 다투게 됐다.

올 스토브리그에서 삼성은 기존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은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거물 FA 선수들을 쓸어 담아 '돈성'이란 오명까지 얻었다. 그랬던 삼성이 올해는 각 팀에서 밀려나온 '방출' 선수들을 영입했다.

SK의 조진호는 물론, 롯데에서 '먹튀'로 전락한 '포크볼러' 이상목, 그리고 한때 두산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던 구자운까지… 한때 이름 좀 날렸던 투수들을 모두 데려왔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구단에서 아무래도 로케이션에 전력누수가 생겼을 때의 보험용으로 데려온 것이 아닐까"라며 "젊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하지만 그들은 배영수와 오승환을 키웠던 선동열 감독을 만났다. 선 감독의 '투수 조련 능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명조련사'를 만난 '한 때 에이스들'의 활약에 주목해보자.  

[변수] '종합병원' 된 삼성, 발목 잡힐라

2년차 투수 오승환은 이제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었다. 2년차 투수 오승환은 이제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었다.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 ⓒ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아프다. 그것도 '마이' 아프다. 삼성은 한화에서 크루즈를 데려오면서 심정수-박한이-크루즈로 이어지는 막강 외야 진을 꿈꿨다. 하지만 주전 1루수로 유력했던 채태인이 부상을 당해 크루즈가 1루로 이동하게 되면서 그 꿈은 무너졌다.

안방도 불안하다. 백업 포수인 현재윤이 시범경기 중 쇄골 부상을 당했다. 이로써 주전 포수 진갑용의 부담이 커졌다. 작년 시즌 1군에서 불과 3경기에 출전한 인하대 출신의 3년차 손승현은 불안하고, 작년 백업 포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 이정식은 군에 입대했다. 안방마님의 불안함이 삼성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에이스·마무리·유격수라는 중책을 맡은 오승환·박진만·배영수 등도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재발 위험이 있다. 이용철 해설위원도 "오승환의 경우에 부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다른 선수를 대체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틀 자체가 바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선수들의 부상은 우승 향해 달려가는 삼성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종합병원' 된 삼성, 더 입원하는 사람이 없이 '무사히' 시즌을 치르는 것이 삼성 우승의 '지름길'이다.

삼성 프로야구 전력분석 배영수 선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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